어른이 없는 세상을 위한 10대들의 혁명 공화국

입력 2006.09.22 09:47  수정

[화제의 책] 셈테일러의 <나무 공화국>

영국인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 샘 테일러의 신작이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다 홀연히 프랑스로 떠났다. 10여 년간 쌓아온 경력과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아내와 아이와 이주하여 창작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가장 감각적인 것은 의뢰로, 순수함’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이 사는 프랑스 남서부의 아름다운 풍광과 청소년기의 순수함, 한편 그 순수함을 잃게 만드는 문화와 문명, 사회적 관념과 역사라는 거대한 틀을 부정하는 소설을 탄생시켰다.

‘불행은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불행은 성장과 함께 자라난다’는 작가 샘 테일러의 생각이 소설 곳곳에 깔려 있는 이 소설은 문화의 출현, 사회의 성립의 가치, 역사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불가피하게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순수함의 상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개인과 단체를 행동하게 만드는 ‘신념’이 어떻게 유지되고 타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비판한다. 영국 언론은 『나무 공화국』을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조지 오웰의 『1984』와 비교하며, 인간 본성의 결함과 사회 시스템의 결함에 대해 짚고 있다고 평했다. 어딜 가든 집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없는 세상, 이제 그들만의 혁명 공화국이 세워진다!

<나무 공화국>은 미셸, 루이, 알렉스, 이소벨이라는 네 명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펼치는 모험담이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가출을 결심하고, 깊은 숲으로 숨어든다.

이들은 사냥을 하고, 나무에 오르고, 사랑에 빠지고,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성경 삼아 신과 법률, 원칙이 있는 혁명 공화국을 만든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공화국에 ‘나무공화국’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어른들의 잔소리와 시계 초침이 째깍거리는 학교가 아닌, 숲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길 원하는 아이들의 염원이 담긴 이름이다.

그들은 나무공화국에 7개의 법률조항을 만들고, 식품장관, 전쟁장관, 조정장관 등 각각의 임무를 맡는다. 프랑스 혁명의 역사에 열광하며 연극으로 재연하고, 루소의 <사회계약론>의 영향을 받아 서로를 교육한다. 또한 이름 앞에 ‘시민’을 붙임으로써(시민 루이, 시민 알렉스…) 평등을 강조한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사슬을 벗어던졌다, 시간의 굴레에서 빠져나왔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

10대들의 혁명 공화국 ‘나무공화국’은 1년이 365일일 필요도, 1년이 사계절일 필요도, 1시간이 60분일 필요도 없다. 애완견과 가수 이름으로 12개의 달과 3개의 계절 이름을 만들 수 있고, 음식 이름으로 요일을 나눌 수도 있다. 그리고 바깥세계(어른 세계)의 모든 단어들을 심판대에 올려 오직 순수함을 내포한 암호화된 혁명 언어를 만든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상징과 질서를 만들고, 나무공화국 혁명의 역사를 기록한다.

프랑스 혁명의 역사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기초한 나무공화국!
처음에는 모두가 근심 걱정 없고 즐거웠다. 지적인 리더 루이는 나무공화국의 지도를 그려나갔고, 사냥꾼 역할의 알렉스는 먹을거리를 공급했으며, 이소벨은 요리를 하고 정원을 가꿨다. 그리고 막내 미셸은 나무를 타거나 강가에서 수영을 하곤 했다.

소설 중반부터 미셸이 이소벨을 통해 성적으로 눈뜨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점차 소설의 매력이 증폭된다. 그러다가, 다섯 번째 인물 조이(Joy)가 합류하면서 모든 것이 갑작스럽고 빠르게 어긋나고, 유쾌하고 가벼운 일탈 같았던 이들의 모험은 불길한 예감을 띠기 시작한다.

공화국 내에서 조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집단의 규율은 보다 엄격해지고, 아이들 사이의 관계는 색정적이고 망상적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법률은 자신들의 목을 서서히 조이기 시작한다. ‘믿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 오직 죽음뿐이다.’ 공화국의 존속을 위한 믿음만이 목숨을 유지할 최후의 방법이 되고 만다.

그리고 혁명이라는 이름하에 벌이는 도둑질과, 혁명의 도구 기요틴(프랑스 혁명에 사용되었던 단두대) 제작, 점점 정확성을 요구하는 규칙과 법률…. 공화국이 더욱 체제를 갖춰갈수록 오히려 모든 것이 점차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갈 뿐이었다. 혁명과 믿음, 광기의 함정에 빠지는 아이들로 인해, 나무공화국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점점 변질된다. 그리고 충격적이고 끔찍한 결과, 악몽과도 같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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