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초대형 태풍 ‘산산’이가 무사히 지나갔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는 큰 피해를 주고 갔다. 태풍이 오기 전 하루 전날 밤부터 둘째 딸 가연이가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나? 갑자기 그날부터 일교차가 급격히 나기 시작했다.
둘째 딸은 갑자기 열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열이 있는 줄만 알았다. 집이 좀 추워서 그런가? 보일러를 켜고, 창문을 닿고, 밖에는 엄청난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비바람은 창살을 금방이라도 부셔버릴 정도 강하게 불고 있다. 이윽고 베란다는 물바다가 되었다.
이윽고 아내의 다급한 소리가 이어졌다.
“ 소연 아빠! 애가 이상해?”
“무슨 소리야? 가연이가 열이 계속 올리기 시작했어! 지금 38도야...”
“ 그래, 어떡하지? 병원에 갈까?”
“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해열재가 조금 남아 있으니깐! 먹여 볼께!!”
아내는 급히 해열제는 찾아 가연이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가연이는 울면서 보채고 난리가 났다.
소연이는 그 와중에 베란다로 나간다고 문을 열어달라고 아우성이다.
“아빠! 아빠! 머해!”
“아빠! 저 나갈래요? 나가고 싶어요!!”
“아니야! 소연아! 비바람도 치고, 지금 나가면 다쳐요! 안돼요!!”
소연이를 달래도 아무소용이 없었다. 울고 짜증내고, 그 와중에 가연이는 열이 올라서 그런지 계속 먹은 것을 울고 토하고..... 그야 말로 ‘아비규환’ 이었다.
결국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게 해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금세 울음 그치고 베란다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와중에도 말이다.
하지만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놀랐는지 얼마돼지 않아 소연이는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문제는 가연이었다. 가연이는 한참을 토하고, 이내 잠시 잠이 들었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미 저녁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가연이가 잠을 들기를 소원했다.
밤 12시가 됐을까? 가연이는 귀청이 찢어지라고 울기 시작했다. 잠시 잠이 들었던 아내와 나는 잠에서 깨게 되었다.
가연이의 온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워졌다. 체온계를 가지고 온도 재니깐 39.5。도 까지 올라갔다. 아이는 몸을 뒤틀면서 몸부림 쳤다.
설상가상으로 소연이 까지 울기 시작했다. 동생이 우니깐 같이 울어주고 있나?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마를 만져보니 제법 뜨거웠다. 그새 소연이도 열이 있기 시작한 것이다.
밖을 보니 난리가 아니었다. 아까보다 더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거 아닌가? 이 밤에 아이들은 아프고, 밖을 보니 나가면 더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될 거 같았다.
아내와 나는 어쩔 수 없이 버터내야 했다. 따뜻한 보리차를 준비하고, 얼음과 해열제를 준비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들의 아픔을 잠재워야 했다.
소연이도 가연이도 울다가 지쳐서 그런 가(?) 밤 2시가 되자 열이 조금 내리기 시작하면서, 잠이 들었다.
아내는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 아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지친 모습이 역역 했다. 지치기는 나도 마찬 가지었다. 사실이 아이들이 이렇게 아프고 그런 적이 없어서 대비 해둔게 없었기 때문에 나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새벽녘이 되었을까? 잘 자고 있던 소연이가 이내 울기 시작했다. 소연의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어리 그 자체 였다. 부랴부랴 냉장고 얼음을 빼서 수건으로 싸서 이마를 덮었다.
울음소리에 가연이도 깨었다. 아직 해가 뜨려면 조금 더 기다려 하는데.......
‘애들아 조금만 참아 주거라.. 제발!’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가 나오지 않는가! 그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들은 30여 분만에 울음 그쳤다. 조금은 나아진 거 같았다.
아침 8시가 되자, 우리는 가족은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밖에 나가보니 다행히 태풍 ‘산산’이는 잘 지나간 거 같다. 바람은 그치고 비 줄기는 약하게 내리고 있었다.
거리에는 나무와 온갖 쓰레기가 널 부려져 있었다. 워낙 바람이 강하게 불다 보니 그런 거 같았다.
이윽고 병원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다행히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은 용케도 밤을 보냈다고 다행스러워 했다.
그리고 다시 집에 올라와서 아이들이 자는 것을 보고 회사로 출근했다. 그날은 하루는 왜 이리 힘든지....몸이 천근만근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니깐, 아이들은 다 낳은 거 같았다. 소연이는 문을 열자마자 뛰어나오고, 가연이는 거실에서 열심히 기어 다니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말이다.
하지만 아내는 몹시 지치고 상한 모습이었다. 그새 기침이 나오고, 몸에 열이 있는 거 같았다. 아무래도 감기약을 지으러 나가야 할 것 같다. 고스란히 아이들이 열이 아내에게로 옮겨 간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서 가정 내에 상비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 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는 아이들을 위한 ‘구급상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환절기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 심한 경우에는 아이들의 건강과 가정의 건강을 위해서 몇 가지 필요한 사항들이 있다.
첫째로 감기가 유행하는 계절에는 가급적 아이와 외출을 삼가고, 나갔다 들어온 다음에는 반드시 손발을 씻고 양치질을 한다. 둘째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영양가 있고 균형 잡힌 식사로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셋째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난방기구도 연소가스가 실내로 배출되지 않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넷째 집안의 곰팡이나 먼지를 줄이기 위해 청소를 깨끗이 하고 신선한 공기로 자주 환기를 시켜주는 것도 필요하다.
다섯째 아이가 일단 감기에 걸렸다면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놀이방이나 유치원에는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베이스 하우스 제공)
태풍 ‘산산’ 이는 우리가족에게 ‘감기’ 라는 큰 피해를 주고 갔다. 하지만 ‘산산’이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잘 대비하지 못한 우리 가족에게 책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해야 한다. ‘有備無患(유비무환)’ 정신은 사회에도 가정에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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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뉴스앤 조이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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