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을 3일 앞둔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후보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정권교체 열망을 이루기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통령후보가 16일 후보직을 내려놓으며 던진 말이다. 정권교체의 열망을 이루기 위한 주체를 “진보민주개혁세력”이라고 지칭하며 사실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퇴의 바람이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1% 안팎에 불과한 데다, ‘종북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야권에서도 확실한 손익계산의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2차 TV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여 진보진영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호평을 받고도 “이정희 때문에 꼭 박근혜를 찍는다”는 보수응집의 역풍을 일으킨 바 있다. 오히려 문 후보의 존재감을 사라지게 한 장본인이었다.
이 후보가 당초 예상 보다 이른 이날 오후 2시에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것도 문 후보측의 부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날 저녁 3차 TV토론에 불참하면서 자연스럽게 문 후보측이 바라던 ‘1대1 토론’구도를 마련해 줬다. 이 후보측은 “국민들이 양자토론도 보고 싶어 하고, 이를 만들어준 것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사퇴인데... 안철수는 '단일화' 이정희는 '자진사퇴'
일단 문 후보측은 이 후보의 거취에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스탠스로 보면, ‘구애’ 보단 ‘거리두기’에 가깝다.
특히 이날 문 후보 캠프의 공식 논평에선 이 후보의 사퇴선언 내용 가운데, 정권교체라는 단물만 흡수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이 후보의 사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무겁게 받아들인 결정으로 본다”며 “문 후보와 민주당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새 정치를 실현하고 사람이 먼저인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측에선 이 후보의 자진사퇴가 후보단일화로 해석되는 데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다. 당장 이 후보에 대한 선거보조금 27억원 ‘먹튀논란’에 불이 붙은데다 ‘종북논란’으로 함께 엮일 경우 득 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자진사퇴에 대해 “이것은 분명한 후보단일화”라며 설파하던 때와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다만, 최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열세였던 만큼, 문 후보측 입장에선 “지지율 1%가 아까운 상황”이다. 이에 이 후보와 선을 긋기 보단 일정하게 거리를 두며 자연스럽게 지지층을 받아들일 공간을 열어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문 후보측은 이날 이 후보의 사퇴로 인한 박 후보와의 첫 ‘1대1 토론’을 앞두고 마무리 정책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이정희 후보가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도 대비해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파상공세 '문재인 = 이정희 = 종북후보'
이에 새누리당은 문-이 후보를 한데 엮어 파상공세를 폈다. 특히 “문-이 후보가 사실상 단일화를 한 것”이라며 선거보조금 27억원 반환을 촉구하는 동시에 “종북(從北)의 온상과 손잡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4.11총선에서 종북의 온상인 진보당과 손잡더니 이번에는 막판까지 판세가 불리하게 진행되자 또 다시 종북 세력과 손을 잡으려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이를 심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이 후보의 사퇴는 사실상 문 후보를 지지한 것”이라며 “이 후보가 문 후보를 도와 대선에서 이기면 챙길 몫이 크다는 계산속을 드러낸 것이고, ‘묻지 마’식 ‘과격연대’가 또 다시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국민들은 두 당이 4월 총선에서 손을 잡아 이석기, 김재연 의원 같은 급진 과격 세력이 국회에 발을 붙인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문재인-이정희-심상정-안철수의 연대는 가치 연대가 아니라 ‘짬뽕 연대’”라고 힐난했다.
이 대변인은 “이 후보가 사퇴했지만 받게되는 대선 국고보조금 27억원에 대해선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이 후보가 염치없이 이 돈을 받을 경우 먹튀하는 것이란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국민은 이 후보의 ‘종북 연대’ 제안에 대한 문 후보의 뜻이 뭔지 알고 싶어 한다”면서 “문 후보는 이 후보와 손을 잡을 것인지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정희 사퇴 효과’에 대해 정치 평론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후보의 지지율 1%는 표로 환산하면 40만표에 해당하는데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39만표 차로 당선된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이라고 평가했고,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표면적으로는 문 후보가 유리해 보이지만, 역풍이 불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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