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롯데는 그야말로 ‘부상과의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팀 타선의 핵심역할을 담당해야 할 손아섭은 훈련 욕심을 부리다 오른발 봉와직염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 합류도 불투명하다.
여기에 투수 이상화, 최대성, 김유신, 김원중, 이지모, 내야수 양종민도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무엇보다 거액을 들여 야심차게 영입한 FA 정대현과 이승호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정대현은 사이판서 열린 1차 전지훈련 도중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통증을 호소한 뒤 귀국해 치료를 받았다. 이후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오사카 대학병원서 정밀 검진한 결과 좌측 슬관절 반월상 연골판 부분손상으로 판명돼 수술이 결정됐다. 재활기간이 3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호 역시 몸 상태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롯데는 선발 경쟁자들이 본격적인 실전 피칭에 돌입했지만 이승호는 여전히 하프피칭만을 소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승호는 “급히 페이스를 올리면 탈이 난다. 시즌 시작 전까지만 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전 소속팀 SK에서의 스케줄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핵심 선수 여러 명이 팀을 이탈했다.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와 임경완은 각각 오릭스와 SK로 이적했고, 에이스 장원준과 백업포수 장성우도 군 복무를 위해 경찰청에 입단했다.
롯데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4번 타자가 유력한 중견수 전준우는 지난 시즌 첫 풀타임을 소화, 아직 경험과 파워 면에서 이대호의 빈자리를 대신하기엔 무리다. 안방마님 강민호도 아직까지 마땅한 백업포수를 구하지 못해 자신이 보다 많은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 베테랑 홍성흔과 조성환의 적지 않은 나이도 주시해야할 변수다. 한국나이로 37살이 된 두 동갑내기는 지난해 뚜렷한 노쇠화가 찾아왔다. 홍성흔은 장타력이 실종됐고, 조성환도 1년 만에 타율이 0.336에서 0.243으로 뚝 떨어졌다.
올 시즌 롯데 선수들 이탈 현황.
이제 초점이 모아지는 곳은 다름 아닌 양승호 감독의 지도력이다.
올해로 롯데 감독직 2년차에 접어든 양 감독은 지난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밑바닥으로 떨어지자 ‘양승호구’라는 비아냥거림이 이어졌고, 심지어 ‘경질론’까지 불거지며 심한 맘고생을 했다.
하지만 여름을 지나며 이대호를 필두로 한 타선이 살아나자 순위도 급반등에 성공했다. 7월 이후 63경기서 무려 43승(승률 0.683)을 쓸어 담은 롯데는 SK마저 제치며 창단 첫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양승호구’라는 비난은 ‘양승호굿’ ‘양승호감’ 등의 찬사로 바뀌었다.
물론 아직까지 양승호 감독은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포지션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좌익수 홍성흔, 3루수 전준우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여기에 영건 고원준의 혹사논란까지 불거지며 아마추어 감독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결국,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한 양승호 감독은 전임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스타일을 다시 도입했다. 이후 팀 성적은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양승호 감독은 추구하고픈 야구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양승호 감독이 롯데에 입히고 싶은 팀 컬러는 약점의 최소화다. 로이스터 전 감독이 강점을 극대화한 야구를 펼쳤다면, 양 감독은 고질적 약점인 뒷문단속과 수비를 강화하려 한다. 따라서 FA 정대현과 이승호 영입은 양 감독의 강한 요청에 의해 성사된 계약이며, 스프링캠프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부분도 수비훈련이다.
이제 양승호 감독에게는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예상치 못한 부상자 발생으로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는가가 시즌 초반 롯데의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진정한 명장은 위기 상황 속에서 빛난다고 했다. 김성근 전 SK 감독(현 고양원더스)이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이유도 부상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기어코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양승호 감독이 어떤 식으로 팀 약점을 최소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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