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 한예슬이 돌아왔지만 KBS <스파이명월>(극본 김은령 김정아/ 연출 황인혁 김영균)에 대한 안방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22일 방송된 <스파이명월> 12회분은 6.3%(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시청률을 기록, 여전한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주보다 0.6% 포인트 하락한 수치. '한예슬 사태' 후 더 이상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던 시청자들 목소리가 그저 홧김의 반응은 아니었던 상황이 입증되어버린 꼴이다.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력이 완전히 떨어지고만 점이다. 시청자들은 극중 한예슬을 명월이로 보지 못하고 오직 사고치고 돌아온 실제 그녀의 상황만을 떠올리기 바쁘게 된 것.
방송 직후 온라인상에는 '주눅 든 심정이 짐작돼 보는 내내 안쓰러웠다' '얼마나 연기하기 싫었을까. 어쩐지 얼굴에 하기 싫은 티가 좀 나는 것 같다' '스태프들이 반겨줄 리 없었을 텐데, 진짜 왕따로 지내는 것은 아닌지…' 등 작품 후기가 아닌 한예슬에 대한 반 걱정과 반 비난만이 가득 쏟아진 정도다.
22일 방영분은 실제 <스파이명월>이 시청자들의 관심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일 수 있는 스토리 전개의 시작이었다. 강우(에릭 분)와 명월(한예슬 분)의 러브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회였기 때문.
극중 한류스타 강우는 한 연예프로그램을 통해 '내 모든 이력은 조작됐으며, 주인아와 연인 사이 또한 거짓말이다'고 밝히며 명월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털어놨다. 연예계 퇴출까지 각오하고 벌인 일이었다.
물론 강우는 명월과 사랑할 수 있게 됐지만 예상대로 연예계 퇴출 위기에 놓였다. 광고 계약이 깨지고 방송 섭외도 물 건너가면서 결국 연예계 은퇴까지 결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가까스로 ‘스스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는 점에 면죄부를 받아 연예계 다시 복귀하게 됐다.
그런 강우와 명월은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며 알콩달콩 데이트까지 즐겼다.
그야말로 가장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담긴 한 회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은 전혀 핑크빛으로 물들지 못했다. 극중 연예계 퇴출에 놓인 강우의 상황은 한예슬이 처한 실제 상황을 떠올리게 했을 뿐이고, 면죄부는 받았지만 전과 같지 않는 현실들 역시 한예슬의 현재로 비춰졌을 뿐이다.
심지어 일부 시청자들은 '한예슬에게 작가가 복수하는 것 아닐까' '아무리 한예슬이 강철 심장이라 해도 저런 스토리라면 연기가 제대로 되겠나' '러브스토리는 눈에도 안 들어온다. 한예슬 어쩌나..' '한예슬 연기력이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드라마 탓인가?' 등 스토리 전개가 고의적일 수 있다는 의혹의 시선까지 내비쳤다.
한예슬은 의외로 자신의 자리를 쉽게 찾았다. 충분히 반성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굴욕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옳은 일로 믿고 저지른 실수’라는 단호한 입장만큼은 고수해 오히려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인정받아 오직 비난의 시선은 피했다.
하지만 <스파이명월>은 그야말로 절대 위기에 놓였다. 시청률 외면 속 소수 마니아들마저도 몰입력을 잃고 만 탓이다. 명월의 배신으로 뼈아픈 로맨스 전개가 곧 펼쳐질 예정이지만 이 역시 시청자들은 한예슬 사태만을 떠올릴 가능성은 빤하다.
어떤 의도였든 한예슬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마음껏 즐길 권리를 빼앗았고, 방송사와 제작진은 배우를 지키지 못해 시청자까지 잃었다. 양측 전부 서로를 탓할 입장은 결코 못 된다는 것을 <스파이 명월>의 꼴찌 성적표가 제대로 설명해 주고 있는 셈이다.[데일리안 연예 =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