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히딩크´ 세계무대서도 통한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10.11.17 09:52  수정

홍명보·신태용·이장수 국제무대서 약진

‘합리성·개방성’ 공부하는 지도자 부각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최근 적지에서 홈팀 중국을 3-0으로 완파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지도자들의 국제무대 약진이 눈부시다.

´열혈남아´ 신태용 감독은 지도자 데뷔 2년 만에 성남 일화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놨다. ´중국의 별´ 이장수 감독은 올 시즌 부임 7개월 만에 소속팀 광저우 헝다를 중국 프로축구 2부 리그 정상에 이끌며 또 한 번의 매직을 완성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최근 적지에서 홈팀 중국을 3-0 완파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중국전 8승1무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며 ‘공한증’의 위력을 뿜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토종 지도자들의 약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한국 지도자들은 ´내수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국내에서는 오랜 세월 정착된 관습과 노하우로 정상을 호령할 수 있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강했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의 대성공은 상대적으로 국내 지도자들의 입지를 더욱 초라해 보이게 했다.

국내 지도자들이 이끈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거듭할 때마다 이런 선입견은 반복됐다. 한국 지도자들이 해외무대에 나가서 감독을 하는 일도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선입견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한국축구가 프로와 각급 대표팀을 아울러 연달아 좋은 성적을 거두고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국형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성공한 한국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합리성과 개방성이다. 흔히 전통적으로 한국 지도자들 하면 연상되는 것이 상명하복과 서열을 강조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이다. 강압적으로 선수들을 관리하고 아마추어에서는 폭언과 구타까지도 빈번하다는 것이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인식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남아공월드컵에서 국내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원정 16강을 달성하며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권위적인 강성 감독의 상징 같았던 인물이었지만 대표팀을 맡고난 이후에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눈높이를 낮춰 선수들과 함께 소통하려 했고 상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했다.

소통의 벽을 허무는 것은 젊은 감독들이 더욱 활발하다. 이제 감독 2년차인 신태용 성남 감독은 조카나 아들뻘 되는 어린 선수들과도 어울려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격의 없는 관계를 선호한다. 과거 박종환-차경복-김학범 등 호랑이선생님들 일색이었던 성남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청소년대표팀에 이어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에서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항상 존댓말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에 지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는 것도 홍명보 감독의 방식이다.

또한 국내 지도자들은 보다 빠르게 세계축구의 트렌드를 흡수하기 위해 밤을 새서 공부에 열심이다. 자비를 들여 유럽으로 축구유학을 떠나고, 시간을 쪼개 축구전술과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감독들의 당연한 일과다. 그러한 부단한 노력들이 국내 지도자들의 경쟁력을 더욱 업그레이드시키는 원동력이다.

예전처럼 막연히 외국인 감독들을 동경하고 국내 지도자들을 과소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 박지성이나 차범근이 유럽무대에서 한국축구의 긍지를 드높였다면, 앞으로는 한국 지도자들이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유럽이나 세계 각지의 클럽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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