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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연착륙 돕는 희망의 둥지”


입력 2009.05.21 18:31 수정        

3월 개소 ‘경기 서부 하나센터’…낯선 한국생활의 길잡이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적응의 실질적 도움을 위한 지역적응센터

해마다 국내로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3백여 명이 입국했던 새터민은 9배 가량 증가해 지난해 2천809명이 입국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새터민은 입국률이 잠시 주춤했던 2005년 이후 꾸준히 늘어 현재 1만 6천여 명에 달한다.

통일부 홈페이지 통계자료 화면 캡처
그 중에서도 경기도 내에 거주하는 새터민은 약 3천400명으로 4천 5백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다음으로 전국에서 새터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새터민들이 국내에 입국하면 가장 먼저 통일부 소속기관인 ‘하나원’에서 12주 420시간 동안 가정체험과 컴퓨터 교육, 진로희망 찾기 등 사회적응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삶을 영위하던 새터민들이 12주란 짧은 기간동안 낯설기만한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탈북한 새터민 정운경(가명·여·23)씨는 “3월에 하나원을 퇴소했지만 부천에 지원받은 집은 4월에나 들어갈 수 있었다. 아는 사람과 집도 없는 상황에서 잠시 식당 일을 하게 되었는데 북한과는 다른 낯선 언어와 생활방식으로 인해 홀로 눈물 흘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철저히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통일부는 경기도 부천시와 서울, 대구 등 전국의 3개 지역에 새터민들의 지역적응센터를 지정했다. 그곳 중 경기도에 자리 잡은 곳이 2003년부터 새터민을 위해 자립·자활지원 및 학습·문화지원, 합동결혼식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온 부천 덕유사회복지관이다. 덕유복지관은 지난 3월 31일 새터민들의 자활과 정착, 적응을 돕는 지역적응센터로서 ‘경기 서부 하나센터’를 개소했다.

지난 3월 31일 부천시 원미구 중3동에 위치한 덕유사회복지관에 새터민 지역적응 및 정착을 위한 ‘경기 서부 하나센터’의 개소식 모습.
하나센터의 개소로 덕유복지관은 광명·군포·부천·김포·안양·의왕 등 6곳의 경기 서부권 지역에 새롭게 거주하게 되는 새터민들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역활이 됐다.

하나원 교육과는 별도로 3주 60시간 동안 새터민에게 낯설 수 있는 지역에 대한 소개 및 이해 과정으로 시작해 은행 업무체험, 쓰레기 분리수거 등 생활방식에 대한 교육과 취업지원 등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적응교육을 펼치고 있다.

또 교육수료 후에는 새터민들의 원활한 취업·진학·지역사회 적응 등을 위해 민·관의 자원봉사자와 사회복지사가 힘을 합해 1년 동안의 사후관리지원에 나서고 있다.

낯선 한국생활의 길잡이 ‘하나센터’

철저히 혼자가 된 기분을 느꼈다던 정운경(가명·여·23)씨를 18일 부천 하나센터에서 만났다. 옅은 화장을 하고 제법 높은 굽의 구두를 싣은 그녀의 모습은 탈북자의 모습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함께 생활하는 여느 여성들과 다름 없었다.

그녀는 “하나원을 퇴소하고 4월에 부천에 마련된 집에 입주하면서 조금씩 한국이라는 낯선 사회에 적응해가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한국, 그 중에서도 부천이라는 지역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버스타는 방법, 미용실 이용법, 물건 사는 법 등등 기초적인 생활수칙에 대해 적응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이 된 곳이 바로 ‘하나센터’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입주를 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써버려서 ‘0원’이란 기록만 남은 통장이 제가 가진 전부였어요. 그런데 부천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선생님들이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어요. 자신이 아닌 남(제가)이 살 곳인데도 집을 깨끗히 청소를 해주고 비누랑 샴푸, 쌀 등등 제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모두 도와주셨어요”

두만강을 넘어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기까지, 목숨 건 탈출을 하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던 그녀였다. 식당서 일하다가 ‘중국인이냐’,‘우리 세금으로 잘 사느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전화를 했다가 이북 말투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채용을 못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었다.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에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의지할 곳이 없어 홀로 눈물만 흘려야 했다. 그런 그녀였기에 하나센터 봉사자들과의 만남은 뜻깊었다. 그녀는 하나센터의 사회복지사와 봉사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에 대해 ‘그들의 친절이 너무 낯설었다’고 한다.

“조건없이 남을 도와주는 일이 없다고 생각에 어느 것도 바라지 않고 제게 도움을 주는 분들이 낯설기도 했어요. 한번은 새벽에 갑자기 위경련이 일었던 적이 있었어요. 알고 지내던 봉사자분께 전화를 드렸는데 한참 주무실 시간인데도 바로 달려와 병원에 데려다 주었어요. 저 말고도 다른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시는 데도 싫은 소리 한번 없이 매번 도움을 주시는 모습을 보며 정말 감사하고 존경스러웠어요”

자신이 살아온 지역이 아닌 모든 것이 어색한 한국에서의 친절과 도움은 사람들과의 ‘신뢰’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던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녹여가고 있었다.

희망을 품게 해준 곳, “빠른 정착과 적응으로 보답하고파”

하나원과는 별도로 하나센터에선 그 지역에서 생활하는 방식과 방법 등 새로운 지역에 자리잡은 새터민들이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개인별 진로상담과 적성에 맞는 직업탐색 프로그램 등과 교육 수료 후에도 지속적인 연계활동을 통해 향후 지역 내에서 홀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회복지사와 봉사자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그 지역에 정착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터민 자신의 의지라고 설명한다.

하나센터 개소식에서 “남한사회는 북과는 달리 누가 배급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의 노력이 있을 때에만 여러분들이(북한이탈주민) 공무원도 되고 돈도 벌 수 있다.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땀 흘리는 분들에겐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김문수 지사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중국과의 국경 인근에서 생활하면서 들었던 한국 대중가요를 기억하는 정운경(가명·여·23)씨의 꿈은 가수였다. 막상 한국에 와서 보니 가수란 것이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은 허황된 꿈이란 생각이 들어 기대를 접었다. 하나센터에서의 교육도 끝나가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 그녀가 최근 한국에서의 생활과 하나센터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더 큰 꿈을 품게 됐다.

“얼마 전 하나센터에서 진로상담을 받은 적이 있어요. 상담해주셨던 강사님이 작은 부분하나까지도 장·단점을 설명해 주셔서 제가 생각했던 가수란 직업이 쉽게 될 수 없고 또 제게 있어 조금은 허황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하나센터 프로그램도 끝나가고 있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었는데 진로상담을 통해 통일과 관련된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통일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공무원이 되고 싶다던 그녀였지만 스스로가 “아직은 많은 것이 부족하다”며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새터민들을 도울 수 있고 통일에도 앞장설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녀가 앞으로 이뤄내고 싶은 꿈이다.

“새터민분들 중엔 아직도 도움을 주는 분들을 잘 믿지 못하는 등 마음을 열지 못한 분들이 있어요. 저는 그분들이 저에게 희망을 전해준 하나센터 같은 곳에서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은 다르겠지만 제가 하나센터를 통해 통일에 일조하고 싶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다른 새터민분들에게도 한국에서, 자신이 머무는 지역에서 정착하고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신 ‘너무 고맙다’라는 말을 놓지 않았던 그녀는 “하루 빨리 자리를 잡고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제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이라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 기사는 경기도 인터넷뉴스 피클뉴스(www.pkle.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업
경기도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지역 정착·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하나센터 외에도 돌봄 상담센터 운영과 전문 직업훈련과정 등 북한이탈주민들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북한이탈주민 돌봄 상담센터에선 취업과 직업훈련, 생활·법률문제 등 총 131건의 상담을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의 고충을 처리했으며, 직업훈련과 관련된 상담을 통해 현재 14명이 6월부터 시작하는 경기도기술학교 북한이탈부민 전문 직업훈련과정 교육을 앞두고 있다.

6월부터 오는 11월 27일까지 실시하는 경기도기술학교 북한이탈부민 전문 직업훈련과정에선 전기제어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도는 이달 27일까지 20명을 모집한다. 올해 초 기술학교에서 12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첨단기계, 특수용접, 전기에너지, 컴퓨터 교육 등에 참여해 기술교육을 받았으며, 올해 9월엔 컴퓨터 활용반을 추가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경기도는 농림진흥재단과 연계한 농촌일자리 창출 사업을 통해 현재 5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남양주와 양주에서 농업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무원 특별임용을 추진해 현재 2명이 근무하고 있다. 도는 앞으로 수원과 포천, 군포, 광명 지역 등 시·군 지역에서도 5명을 특별채용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올 하반기엔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관공서와 문화유적, 산업시설을 방문하고 체험하는 문화체험 행사와 정착수기, 그림, 서예 등의 공모전을 통해 시상하는 문예창작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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