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북한에 가면 내가 인민가수”

입력 2009.04.22 23:09  수정

야후코리아 마왕 신해철, 독설인가 궤변인가’ 출연

“욕 많이 먹어서 부활할 정도…냉전 패러다임 벗어나자는 의미”

‘마왕’ 신해철이 특유의 ‘독설’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신해철을 22일 오후 4시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코리아의 TV 서비스를 통해 생중계된 ‘진중권의 이슈 in 이슈-마왕 신해철, 독설인가 궤변인가’에 출연, 거침없는 언변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70여분간 진행된 이번 대담은 ‘독설’로 정평이 난 두 사람이 맞붙었다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이날 신해철은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부활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표현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유지했다.

“나는 음악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음악과 바꾸고 싶지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면서도 “내 생활 자체가 음악이고, 잠시 숨쉬기 위해 글 쓴 것 뿐이다. (송영선 의원 반발글은) 네 줄 쓰는데 30초 걸렸지만 17시간 음악 했다. 내 홈페이지에 신경 껐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신해철은 “이렇게 시끄러울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 적당히 시끄러워야지 너무 피곤하다”며 “인간 대 인간의 입장에서 말을 걸어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고, 여러분 이야기도 충분히 듣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그 때 내가 했던 생각은 잘못이었어, 내가 반성해야해지’하는 생각이 들면 즉각적으로 사과하겠지만 아직은 공부하는 중”이라는 말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일본 천황 발언, 저질을 저질로 받아친 것”

신해철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 경축’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해명했다.

그는 “핵주권, 미사일 얘기는 다 비꼬는 것이었다.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면 절대 말이 안 되는건데, 뭘 비꼬려는 건지는 쉽게 받아들일 줄 알았다”면서 “아직도 50년 전 냉전 시절의 패러다임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뜻에서 일부러 말도 안 되는 문장을 쓴 것”고 말했다.

신해철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굉장히 좁은 커뮤니티 안에서의 발언이었는데 그걸 4대 일간지들이 3시간도 채 안돼 타이틀로 뽑고 그런다는 게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신해철은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너무 호들갑 떠는 면이 있고,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이러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도 하고 싶었다”며 “국제법상 어떻게 되는 건지, 연료 주입시간이 몇 주가 걸리는 게 무기로 성립이 되는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고 6.25 사변 시절로 들어가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여유있게 관측을 해보고 미국이나 일본이 맹비난을 한다고 따라갈 게 아니라 우리의 자세를 잡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신해철은 “우리가 호들갑을 떠는 건 일본이 오히려 박수를 칠 일이다. 일본이 재무장하고 군국주의적 성격을 띠는 데 좋은 핑계가 되고 있다”면서 “화를 내는 것은 우리에게 손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해철은 “핵무기 보유나 핵에 관한 모든 국제 조약은 불평등하다.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 의사가 있고, 남에게 제한 받고 있지 않는데 평화적으로 안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 재갈을 물린 상태에서 옛날 이야기만 반복한다”며 “언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북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겠느냐. (내 글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해철은 송 의원에 대한 반박글에 대해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데, 오는 말이 너무 저질이었다”면서 “저질은 저질로 받아친 것이다.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시대의 사고를 고정해 놓고 벗어나면 안 된다는 건 무슨 논리냐. 북한의 국체를 인정하는 것과 김정일 정권을 찬성하는 건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해철은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 깔금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노이즈를 일으키는 게 내 직업”이라며 “깔끔한 형식상의 퍼포먼스, 효과적이고 정제된 싸움을 원한다면 내가 그걸 왜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내가 주도해서 설치는 거면 낫겠는데 오히려 누군가를 두들겨 패기 위해 끌어 당겨진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 생활 자체가 음악이고 그날 17시간 음악하고 30초 정도 글을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신해철은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이 ‘신해철 식의 앞뒤 분간 못하는 독설가라면 북한에선 공개처형감’이라고 표현한 것에 관련해 “북한에 가면 내가 인민가수고 김 논설위원이 총살감”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신해철은 보수우파 단체인 라이트코리아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왜곡 전달됐음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이 당신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생각이 탄압을 받는다면 당신을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날 집어 넣게 되면 역사상 사식 반입수로 최대를 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로 안 겹치게 불고기, 단무지 등 다양하게 해달라”고 조소했다.
 
앞서 신해철은 8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거하여, 또한 적법한 국제 절차에 따라 로켓(굳이 icbm이라고 하진 않겠다)의 발사에 성공하였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 핵의 보유는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항하는 약소국의 가장 효율적이며 거의 유일한 방법임을 인지할 때, 우리 배달족이 4300년 만에 외세에 대항하는 자주적 태세를 갖추었음을 또한 기뻐하며, 대한민국의 핵주권에 따른 핵보유와 장거리 미사일의 보유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은 20일 모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로켓 발사 성공을 경축하는 사람이라면 김정일 정권 하에 살아야 한다”며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공인이 이런 내용을 올린 데 대해 정부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방기하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신씨의 발언은) 북한이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고 우리 돈으로 핵미사일 만들며 이런 위협이 우리 경제, 안보, 국민 정서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은 싹 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해철은 21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그 아줌마 자위대 앞에 가서 박수 치고 헤드뱅잉 할 때 왜놈들한테 고문당해서 대가 끊어진 우리 외증조부(오산 삼일 운동 주도로 독립투사 추증 되셨다)님, 일제시대 때 지주들 기득권 다 인정받던 시절 논밭 몽땅 팔아버리고 교육에 갖다 박으신 우리 증조부님 지하에서 통곡하셨다”며 “아줌마나 천황 밑으로 가지? 난 북조선은 꼭 가보고 싶지만 김정일 장군 밑으로 갈 생각 없거든. 북조선의 국체를 인정 하는 것과 인민이 선출하지 않은 김 씨 왕조를 인정하는 건 별개야”라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권의 권위주의 해체, 대단한 가치”

신해철은 최근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고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노무현 정권을 통해 얻은 것을 잃지는 말자”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지했던 그는 “조금 더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386세대의 끄트머리인 87학번 세대인 내게 노무현 지지는 미완성이었던 6·10 민주항쟁의 복수전이자 완성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평점은 낮았지만 ‘그런 건 깨끗했을 거야’라는 마음에 상처를 준 상황이기 때문에 일종의 죄의식을 공유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해철은 “숲을 지났을 때 숲을 전체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잃은 것은 뭐고 얻은 것은 뭔지에 대해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권위주의를 해체한 것은 경제적으로 따질 수 없는 대단한 가치다. 그것마저 잃게 되면 (우리 국민에게) 남는 건 뭐냐”고 되물었다.

신해철은 “사실상 국가 전체에 만연해 있는 도덕성부재 불감증 문제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발전적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박정희를 꿈꾼다지만 전두환이 보인다’고 했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언행불일치’라는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던 학원광고 출연에 대해서도 신해철은 “극빈층도 싼 값에 사교육을 공급 받을 수 있는 날까지 당분간 악역을 맡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광고 출연이) 계기가 돼서 사교육과 공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토의나 사교육을 절대 악으로 보고 있는 시각에 대한 토론 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신해철의 일관성에 대한 평가로 끝났다”며 “정치인이 그러면 큰 일이 나겠지만 난 음악하는 사람이니까 음악만 잘하면 된다. (다만) 진지한 대화의 장이 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신해철은 “사교육이 지금은 비정상적으로 과잉됐지만 앞으로 대형화되고 기업화되면 진정한 시장경쟁이 이뤄져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훨씬 싼 값에 지식을 전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면서 “(돈이 필요했다면) 지방 밤무대에 서면 학원 광고의 몇 배를 받는다. 집 한 칸 없이, 벌어둔 재산 없이 살지만 돈 때문에 ‘후달리게’ 살진 않는다”고 ‘소신에 따른 행동’이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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