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가난 콤플렉스 해소…노 보다 여유”

입력 2009.04.17 15:06  수정

<직격인터뷰>작년 ´노 전대통령 실패´ 규정한 김호진 교수

"노 전대통령, 세상은 바꾸려하면서 자신은 바꾸지 않아"

2007년 12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당쇄신위원장이었던 김호진 고려대 교수.
궁금증은 ‘노무현은 왜?’에서 출발했다. ‘특권 없는 사회, 반칙 없는 세상’을 소리 높여 외쳤던 그다. 그는 왜 부패의 사슬을 끊지 못했을까?

어쩌면 대선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난 뒤 자신을 “새 시대의 맏형이 아니라 구 시대의 막내”라고 했을 때부터 비리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자식이며 측근들이 권력을 앞세워 ‘검은 돈’을 챙겼다가 줄줄이 교도소로 가는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구체제)’에 기어이 올라탔다.

불현듯 김호진 교수(70·고려대 명예교수)가 머리를 스쳤다. 그는 지난해 5월 출간한 저서 ‘한국의 대통령과 리더십’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국가경영자”로 규정하고 그의 국정 실패 원인을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진단했었다.

김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 등을 지냈고, 통합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당 쇄신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6일 오후 그와 전화통화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一家)가 ‘검은 돈’을 받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 양반이 그래도 도덕정치의 상징성이 상당히 컸는데 그게 무너졌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돈으로부터 자유롭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권력은 하여튼 그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청렴성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권력의 속성이 결국은 돈의 유혹이랄까,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리라 보시나요?

“나는 권력의 속성상 그런 유혹에서 자유롭기가 힘들 것이라고 봐요. 다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순 있겠죠. 그 정도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차이가 있겠지만 역시 완전무결하게 어떤 반부패의 원칙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권력이란 그런 것인가요?

“그렇죠. 권력의 본능이 그렇습니다. 권력 스스로 타락하는 경우도 있고, 또 주변에서 권력을 향한 유혹이 항상 있기 때문에 그 권력이 고고하게 독야청청(獨也靑靑)하는데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리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이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결국은 정치문화가 그것을 지켜주지 못하는 한 권력은 위선(僞善)이라고 하는 것을 수반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고 나서 권력은 항상 은폐된 장막 속에서 그런 부패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죠.”

김 교수는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은 바꾸려 하면서 자기 자신은 바꾸려 하지 않았고 끝내 콤플렉스의 멍에를 떨쳐버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통치권자가 콤플렉스가 심하면 인사가 감성적 배타성을 띠고 정권 자체가 집단 콤플렉스 증후군을 나타낸다”며 “도덕적 우월의식과 이념적 편집증까지 더해질 경우 ‘동굴의 우상’에 사로 잡혀 여론은 무시되고 국정운영은 외곬으로 치닫게 되며 역사를 부관참시하기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과 기자실 폐쇄, 과거사 규명작업 등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했다.

경남 봉하마을에 내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 현수막.

-저서에서 노 전 대통령의 ‘가난 콤플렉스’를 언급하기도 하셨는데요. 이번 비리와도 관련이 있습니까?

“책에 보면 그런 말이 있는데요. 뭐랄까, 가난 콤플렉스가 있던 사람은 권력을 잡으면 십중팔구 부패의 함정에 빠지기 싶습니다. 가난한 시절에 당했던 상대적 박탈감을 보상받고 싶은 본능적 충동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러한 콤플렉스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가난을 보상받고 싶은 자기도 모르는 충동,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탓입니다.”

그는 책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콤플렉스가 노 전 대통령을 성취욕과 권력의지에 불타는 인간형으로 만들었고 대권까지 거머쥐게 했다”며 “그러나 최고권력자가 된 뒤에도 콤플렉스에 쫓기는 자는 영락없이 실패하고 그 굴레를 벗어나 정서적 안정과 인격의 정체성을 찾는 자는 성공한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인 ‘사람사는세상’에는 “노 전 대통령이 ‘까마귀가 먹을 것이 없어 울고 돌아간다’는 봉하마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도 가난으로 인한 열등감에 시달렸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군요.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는 가난 콤플렉스를 성공한 CEO 과정을 거치면서 보상받고 이미 해소해 버렸습니다. 노무현 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고 할 수 있죠.”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결국은 자기통제랄까, 자기의 어떤 그 충동을 다스리지 못한 것이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386측근들도 줄줄이 돈을 받을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활한 모습 아닌가요?

“교활하다기보다는 한국정치의 부패적인, 부패문화의 속성이죠. 말하자면 이들도 쉽게 그 부패문화에 오염돼 버린 것입니다.”

-해결방법은 없습니까?

“그것은 법적인 또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화적인 성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권력의 위선적인 가면 이런 것들이 국민 앞에 엄중하게 심판받는 그런 정치 전통을 확립해야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요.

“그렇게 국민상대의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검찰에 나가서 분명하게 밝혀야죠. 그런 포퓰리즘적 대응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데요. 노 전 대통령 ´매도´ 분위기에 대한 반작용은 없을까요?

“국민들도 말하자면 이번 일을 감성적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재발을 막을 수가 있는 것이죠. 너나 할 거 없이 모두 다 권력의 타락을 비판하는데 일면 그것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대중적 쾌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런 이중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부패문화를 근원적으로 없앨 수 있습니다. 냉정한 시각과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합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