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현, 정책제안 토론회에 정책은 없고 외모 칭찬만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 의정활동 가려져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3번 올라 모두 낙방했을 때 평론가들은 “그가 조금만 못생겼다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을 것이다”고 평했다. ‘미남 배우’라는 칭호는 늘 그를 따라 다녔고, 한편으로는 빼어난 연기력을 가리는 그림자였다.
정치인은 말로 평가받고, 외모는 그 말을 포장한다. 그래서 정치인에게 외모는 또 다른 무기다. 하지만, 톰 크루즈를 따라다닌 ‘그림자’는 정치인에게도 드리워진다. 뛰어난 외모가 정책과 소신을 가려 스스로 ‘이미지 정치인’이라는 굴레에 가둬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저렇게 잘생겼으면, 대통령선거에 나가보는 건데...”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의 ‘초고층 및 지하연개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토론회에선 유 의원의 외모에 관한 발언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유 의원의 외모를 칭찬하는데 열을 올렸다. 단순한 칭찬으로 쉽게 넘길 수도 있지만, 이날 가장 빛나야 할 것은 그의 얼굴이 아닌 그가 제안한 정책이었다.
박희태 대표는 유 의원의 인사말에 이어진 축사에서 “국회에서 ‘공인된 미남’이 섰던 자리에 내가 서니깐 더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은가”라며 “유 의원이 초고층 빌딩에 관한 정책 토론회를 하는 것도 키가 초고층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유 의원의 외모를 부각시켰다.
박 대표는 “나도 저렇게 잘생겼으면, 대통령선거에 나가보는 건데”라고도 했다.
이어 조진영 의원도 “유 의원은 잘생기고 인기 있는데다 열심히 한다”, “유 의원은 지역에서 인기가 좋다”는 등 유 의원의 외모에 관한 발언을 빼놓지 않았다.
‘아낌없는 칭찬’이지만, 외모 따른 인기영합주의식 정치보다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을 하려는 유 의원의 의지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발언인 셈이다. 이에 유 의원은 “이렇게 많은 칭찬은 처음이다. 하지만, 틀린 말은 없는 것 같다”며 농으로 넘겼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외모와 유명세로 표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선거운동과정에서는 서울 중랑갑 주민들이 유 후보에게 익숙하게 다가갔고, “잘생겼다”, “실물이 낫다”는 등 유권자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야당에선 “이미지 정치인”이라는 구호로 그를 깎아내리는데 사용했다.
결국, 유 의원은 당시 2만 7419표(40.5%)를 얻어 2만 1101표(31.2%)를 획득한 무소속의 이상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고, 국회 입문 후 ‘스타 정치인’에서 ‘정책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자신의 지역구 공약인 △상봉터미널 부지에 초고층 복합단지 개발 지원 △망우복합역사 건립 지원 △면목동 지역 도시재정비촉진지구 지정 및 삶의 질 향상 △용마랜드 공원화 사업 추진 등 정책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또 자신의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난 회의록과 과거 상임위 활동 내역까지 다 검토할 정도로 의정공부에 열중한 것은 물론, 지난해 국가 기록물 반출을 둘러싸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관련 법안을 마련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유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재임동안 생산한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열람권을 대통령의 예우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 전직 대통령이 기록물을 열람하려고 할 경우 열람자 및 열람자료 등을 적은 신청서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편의를 제공하고, 또 비서관 중 한 명을 대리인으로 지정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유 의원은 지난해 10월 20일 대전시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관용차량 관리일지 허위기재를 문제 삼아 박성효 대전시장을 당혹스럽게 했다.
유 의원은 “지난 4월 중순 시장이 WTA 테크노마트 참석차 두바이에 출장 가 있는 동안 시장 차량일지를 확인해 봤더니 시장이 탄 채 관내를 순찰했거나 대전 시내 곳곳을 다니며 업무지도를 한 것으로 돼 있다”면서 “시장이 두 명도 아닐 텐데 어떻게 된 건지 사실 확인을 해 달라”고 추궁했고, 결국 대전시는 허위기재를 시인하고 “앞으로는 운행일지 작성시 실제 탑승자를 기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스스로 외모에 대해 크게 생각하진 않지만, 좋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지역발전에 발 벗고 나서고, 행정안전위원으로서 상임위 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외모나 인지도 등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잘생긴’ 유정현이 자기 정치를 위해 코 높이를 낮춰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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