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골든벨 기사가 오보였다구?

입력 2008.09.15 13:44  수정

<기자수첩>기사의 본질은 뒷전, 달을 안보고 손가락을 쫓는 사람들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수준이 크게 실망스럽다. 아니 일부 시민들의 의식수준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논란의 발단은 이렇다. <데일리안>은 9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가 끝난 직후 참모진들과 함께 여의도 한 호프집을 찾아 뒤풀이를 가졌고, 이날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신 뒤 돌아가면서 ´골든벨´을 울려 시민들에게 한턱 쐈다고 보도했다.

☞MB "오늘은 제가 맥주 쏩니다" 골든벨(본보 9월 10일자 단독 보도)


그러나 이 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 등장해 "나도 당시 그 호프집에 있었고 그 광경을 목격했지만 술값은 전부 우리가 냈다"면서 기사가 날조됐다고 폭로한 것.

그는 같은 날 새벽 2시 15분으로 처리된 술값(4만8000원)지불 영수증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라며 다음 아고라에 올렸고, 일부 네티즌들이 이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여기더해 일부 언론은 네티즌의 주장을 근거로 청와대 관계자 등에게 확인취재 한 결과 이 대통령은 당시 호프 뒤풀이에서 크게 한턱 쏘며 골든벨을 울린 것이 아니라 아는 이들을 만나 술값을 대신 계산해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후속 보도했다.

한 언론은 기자에게 전화해서 집요하게 물었다. "대통령이 술값을 지불한 게 맞냐"고.

이 대통령이 술값을 전부 냈느냐 안냈느냐 일부만 냈느냐가 그렇게 ´흥분´할 일인가?

"당시 그 자리에 있었지만 술집 종업원 중에는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바로 손을 씻으러 간 친구도 있었다"는 일부 네티즌의 빈정거림처럼, 그렇게 MB가 싫다면 오히려 이 대통령이 사는 술을 안먹은 것이 잘된 일 아닌가.

본 기자가 보기에 이 대통령이 ´골든벨´을 울렸느냐 아니냐 하는 진실게임은 딴죽걸기에 지나지 않다.

당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을 지켜봤던 기자의 표현 그대로 이 대통령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리는 듯 큰 소리로 웃으며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고, 국민과의 대화에서 하고픈 말을 속시원히 다 쏟아냈는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참모진들과 이날의 소감을 주고받았다.

손님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고, 기자는 분명 ´술값을 대신 내겠다´는 비서관들의 소리를 들었으며 대통령 일행이 술집을 나간후 종업원에게 대통령 일행이 낸 술값을 확인한후 상기한 기사를 썼다.

정 딴죽을 걸고 싶다면 임기 초반 불거진 인사파동에다 광우병 파동, 촛불시위, 정부의 종교편향 논란을 겪은 이 대통령이 이날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성을 보이겠다고 해놓고 ´방송 뒤 여론의 반응을 체 살피기도 전에 참모진과 함께 뒤풀이를 한 것이 적절하느냐´는 정도의 지적이어야 격이 맞지 않을까.

더욱이 분위기마저 화기애애했다면 대통령 및 참모진들 스스로 국민과의 대화가 흡족했다는 평가를 내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날의 국민과의 대화에 만족하느냐를 물은 결과 응답자 가운데 50%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을 했다고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골든벨 기사에 시비를 건 네티즌이 ´국민의 절반이 이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 만족하지 못했다는데 뒤풀이라니´라는 비판을 했다면 십분,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옥에 티´로 지적되고 있는 패널 선정이라든지, 민주당 등 야당 측의 주장처럼 "지난 6개월에 대한 반성없는 일방통행식 강연이었다"는 불만족을 표출했더라면 훨씬 수준높아 보이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쓰면서 이후 기자를 향해 쏟아질 네티즌들의 악플을 예상치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반감을 가졌다 하더라도 국가가 선진화로 가느냐의 중대 갈림길에 선 지금, 적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스스로 품격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지난 촛불시위 때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일부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본 기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학생들의 손에 들려진 피켓에 “광우병 쇠고기 너나 쳐드세요”라는 식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보면서 ‘어린 학생들이 정말 뭘 알고나 저런 욕을 내뱉는 것일까’라는 우려와 함께 ‘도대체 부모들은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대통령에게...’라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인터넷 신문에 종사하는 기자로서 네티즌들의 표현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 십분 공감하면서도 단지 술값 4만 8000원을 이 대통령이 내줬느냐 내지 않았느냐를 놓고 ‘사기’ 운운하며 대통령에게 온갖 욕설을 내뱉는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서 ´인터넷은 쓰레기장´이라는 사회 일각의 비난에 저절로 고개 숙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