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탈리아의 엇갈린 인연은 계속됐다. 특히 올림픽 본선에서는 한국이 이탈리아에 갚아야할 빚이 있다.
박성화호의 8강행 운명을 가늠할 최대 고비인 조별리그 이탈리아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첫 경기에서 비록 아쉬운 무승부에 그쳤지만 난적 카메룬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가능성을 입증한 한국은 내친김에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의 벽까지 넘어 2회 연속 8강진출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리틀 아주리’ 이탈리아는 약체 온두라스를 3-0으로 대파, 이미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 세바스티안 지오빈코(유벤투스)-쥬세페 로시(비야레알)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자타공인 D조 최강전력이다.
■ ‘올림픽에서 월드컵까지’ 한국-이탈리아의 오래된 악연
많은 이들은 대한민국-이탈리아 대결하면 역시 2002년 월드컵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서 이탈리아와 격돌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조별리그에서의 부진으로 다소 체면을 구겼지만 프란체스코 토티, 크리스티안 비에리, 델 피에로, 잔루이지 부폰 등 초호화멤버로 구성된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한국은 비에리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1-0으로 끌려갔지만, 후반 막판 터진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과 연장전 안정환의 골든골에 힘입어 2-1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으로서는 역사적인 월드컵 토너먼트 첫 승의 여세를 몰아 4강 신화라는 눈부신 업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당시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이후로도 패배를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 A 하위권이던 페루자 소속으로 팀내에서도 벤치멤버에 불과했던 안정환에게 결정타를 맞았다는 사실은 이탈리아 축구의 자존심에 커다란 생채기를 입히기도 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사상 첫 번째 대결이던 지난 86년 멕시코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비록 2-3으로 석패했지만, 최순호와 허정무의 연속골에 힘입어 시종일관 팽팽한 승부를 펼치며 강호 이탈리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엇갈린 인연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계속됐다. 적어도 올림픽 본선에서는 한국이 이탈리아에 갚아야할 빚이 있다.
12년 전인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2차전까지 1승1무를 기록하며 8강행을 눈앞에 뒀다. 반면 이탈리아는 가나와 멕시코에 뜻밖의 2패를 당하며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던 상황.
그러나 한국은 경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마르코 브랑카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무너졌다. 한국은 1승1무1패로 가나와 골득실까지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밀려나며 한국축구 ‘올림픽 잔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야했다.
엇갈린 인연들을 뒤로 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 재회한 양국 대표팀은 85~86년생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양국의 국제무대 첫 대결 때부터 선배들의 영광을 지켜보며 자라낸 세대들이다. 애틀란타 올림픽의 아픔도 한일월드컵의 환희도 이들에겐 직접 체험하지 못한 과거의 역사일 뿐이다.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갈 베이징 대회의 역사에서는 과연 어느 팀이 승리자로 기억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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