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놓친 박성화호 ‘계속되는 국제무대 소심증’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8.08.08 10:43  수정
선제골 직후 박성화 축구는 다시 ‘국제무대 소심증’을 그대로 드러냈다.


잘 싸웠지만 그 정도로 만족하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승부였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올림픽개막식 하루 전인 7일 중국 친황다오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D조 1차전 카메룬전에서 후반 박주영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1-1 무승부에 그쳤다.


■믿음에 보답한 박주영·신영록

이날 한국 공격수들의 활약은 훌륭했다. 특히 올림픽 대표팀에서 근 21개월 만에 골맛을 본 박주영의 부활은 이날 경기의 최대 수확이라고 할만하다. 오랫동안 골가뭄에 시달린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과 주전 기용에 일부에서 우려의 시선도 끊이지 않았지만, 박주영은 자신을 향한 코칭스태프의 변함없는 신뢰에 골로 화답했다.

박성화 감독은 박주영의 득점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에게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전담 키커 임무를 맡겼다, 선제골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박주영은 카메룬의 진영 왼쪽측면에서 얻어내는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 찼고, 얼핏 크로스로 보이던 킥은 직접 슈팅으로 이어지며 절묘하게 골문을 갈랐다.

‘제3의 공격수’로 발탁된 신영록의 후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박성화 감독은 후반 백지훈을 대신해 몸싸움에 강하고 공간 활용능력이 뛰어난 신영록을 투입하며 공격진을 강화했다.

3명의 공격수를 동시에 가용하는 것은 평가전에서 한 번도 구사하지 않던 전술이지만, 신영록은 중앙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박주영-이근호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하며 제몫을 다했다.


■ 아쉬움 남는 후반 경기운영

박성화 감독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이날 전반까지 신중한 경기운영으로 선수들의 체력안배에 치중했다면, 후반에 사실상 모든 승부수를 던지는 전략으로 나왔다. 후반 신영록을 교체투입하며 공격진을 강화하고, 박주영의 절묘한 프리킥골이 터질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선제골 직후 박성화 축구는 다시 ‘국제무대 소심증’을 그대로 드러냈다. 실점 후 카메룬이 공격수 마르크 음부아와 측면 윙어 프랑크 송고를 투입하며 총력전에 나선 것에 비해 박성화호는 선제골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일관하며 상승세를 스스로 포기했다.

미드필더들이 후방으로 눈에 띄게 후퇴하며 중원에서의 압박이 사실상 느슨해졌고, 볼 소유권을 잡고도 빠른 전진패스가 이어지지 않아 최전방에서 공격수들의 개인능력에만 의존하다 고립되는 플레이가 반복됐다.

카메룬 만젝에게 허용한 실점은 수비진의 어설픈 클리어링에서 시작됐다.

이날 김진규-강민수-신광훈-김동진이 포진한 포백 수비진은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수비에 치중했지만, 카메룬의 스피드를 따라잡지못해 슈팅공간을 자주 허용했고, 안이한 볼처리로 위험한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하기도 했다. 집중력이 무뎌진 후반에는 강민수의 치명적인 클리어링 미스가 위험한 공간에서 상대 선수에게 패스한 꼴이 되며 결국 실점까지 허용했다.

박성화 감독의 선수교체 타이밍도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두드러지고 카메룬의 공세가 한층 매서워졌음에도 교체카드를 미루다가 결국 동점골을 실점하고 난 뒤에야 수비형 미드필더인 오장은을 투입했다.

마지막 카드였던 장신 공격수 김근환은 사실상 경기가 끝나는 시점인 루즈 타임에야 투입되어 제대로 공 한번 잡아보지도 못했다. 이날 경기가 사실상 8강행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승부임을 감안할 때, 청소년대표팀 감독시절부터 드러났던 박성화 감독의 수비지향적이고 소심한 경기운영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 자신감이 수확, 이탈리아전 최대 고비

한국은 이날 무승부로 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이어져오고 있는 올림픽 본선 아프리카팀 무패행진을 5경기 연속(2승 3무)으로 늘렸다.

무엇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우승팀이자 아프리카 최강으로 꼽히는 우승후보 카메룬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8강행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수확이다. 한국을 약체로 분류하던 해외 언론들도 이날 선전을 눈여겨봤다.

그러나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며 한국은 D조 최강 이탈리아와의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이탈리아는 첫 경기에서 약체 온두라스를 3-0 완파, 이름값에 걸맞은 전력을 과시했다. 이탈리아전에서 무너질 경우, 한국의 8강행은 장담할 수 없다.

힘들 때일수록 지지 않겠다는 소심한 마인드보다는, 이기겠다는 자신감과 적극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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