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호, 세계무대를 향한 도전장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8.08.04 16:07  수정

첫 경기 카메룬전, 8강행 여부 결정할 듯

박주영-신영록 등 사상 첫 메달권 이끈다


준비는 이제 다 끝났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여정을 거치며 올림픽무대에 올랐던 축구대표팀 ‘박성화호’는 이제 운명의 장소인 중국 친황다오에 집결하여 결전의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올림픽대표팀은 유독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역예선을 소화하는 중에 뜻하지 않게 감독이 한 차례 교체됐고, 냉온탕을 오가는 경기력으로 본선진출이 확정된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사실 예전 대표팀에 비하여 이번 박성화호에 거는 세간의 기대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나, 김호곤 감독이 이끌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받았던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박성화호는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으리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지역예선에서 보여준 부진한 경기력 △박지성·김두현의 와일드카드 영입 실패 △간판 골게터 박주영의 득점부진 △이탈리아·카메룬 등 우승후보와 한조에 배속된 험난한 대진운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 선입견을 넘어서라

그러나 대표팀에 거는 기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과도한 부담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오히려 이번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의 자질이나 경험, 조직력 등은 역대 어느 선배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다.

박주영, 백지훈, 김진규, 김동진, 이근호 등은 모두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간판스타들이다. 이들은 이미 성인대표팀에서도 주역급으로 자리 잡으며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 굵직한 대회를 누빈 경험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이청용, 기성용, 신영록, 신광훈 등 지난해 청소년대표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차세대 유망주들까지 두루 포진해있다.

대부분이 국내파 프로선수 위주로 구성된 이번 올림픽팀의 성적을 통해 곧 K리그의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또한 이들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은 물론, 향후 한국축구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성장해야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대표팀을 제외하고 20대 초반의 젊은 유망주들이 세계 선진축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한국축구의 사정상, 최고수준의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올림픽 본선 경험은 결과를 떠나 우리 유망주들의 성장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 달렸다

박성화호의 운명은 사실상 첫 경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강행을 위해서는 최소한 승점 4에서 6점 이상이 필요하다. 카메룬·이탈리아·온두라스를 연이어 상대해야하는 박성화호는 사실상 가장 약체로 꼽히는 온두라스를 1승 제물로 삼고, 카메룬·이탈리아와는 최소한 비긴다는 목표다.

단기전인 조별리그에서 첫 경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허정무호가 역대 최고성적인 본선 2승을 거두고도 8강행에 실패한데는 첫 경기에서 스페인전에 0-3으로 대패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반면 4년 전 아테네 대회에서는 홈팀 그리스와의 까다로운 첫 경기에서 1명이 퇴장당하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2-2 무승부로 비교적 무난한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이 이후 8강행에 큰 밑거름이 됐다.

한국의 첫 상대인 카메룬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D조 최강으로 분류된다. 사무엘 에투, 리고베르 송 등 우려했던 유럽빅리그 소속의 특급 스타들이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안드리 비케이, 알렉산드르 송, 스테판 음비아 등 중앙과 수비라인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넘쳐나는 카메룬의 전력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4-4-2를 기본 포맷으로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나고 미드필드에서 시작되는 빠른 공격 전개와 게임운영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아프리카팀 특유의 기복이 심하고 간판 공격수들의 합류실패로 골 결정력이 불안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다행인 것은 한국이 역대 올림픽 본선무대에서 아프리카팀을 상대로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23세 이하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도록 출전 규정이 변경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아프리카팀과 4차례 만나 2승 2무를 기록했다.

모로코와 92년과 2000년 두 번 만나 1승 1무를 기록했고, 가나와 96년 애틀랜타 대회 첫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2004년 아테네 대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말리를 상대로 난타전 끝에 ‘7분의 기적’으로 불리는 골퍼레이드에 힘입어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카메룬은 이제껏 한국이 올림픽 무대에서 상대한 아프리카 팀 중 가장 화려한 네임밸류를 자랑하지만, 결코 두려워할 상대는 아니다. 8년 전 시드니올림픽에서 카메룬의 우승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이번엔 한국이 카메룬을 제물로 베이징에서 또 다른 올림픽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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