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박주영, ‘올림픽 메달’ 안길까

입력 2008.08.04 10:24  수정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박주영의 활약이 필수다.

올림픽 메달 획득은 월드컵 16강 진출과 맞먹는 한국 축구의 목표다.

2년 마다 번갈아 올림픽 메달과 월드컵 16강을 목표로 움직이는 한국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지만 올림픽에서는 아직까지 메달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 진출이 한국 축구의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

오는 7일 베이징 올림픽 D조 본선 카메룬과 첫 경기를 치르는 올림픽 대표팀은 아테네 세대보다 더 강한 전력을 갖췄다. 2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동진 역시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4년 전 세대보다 더 강하다”며 메달 획득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메달사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가 바로 박주영(23‧서울)이다. 그는 ´박주영´이란 이름을 지니고 있는 무게와 값어치가 어느 선수들보다 화려했으며 ´축구 천재´의 명성을 떨치며 한국 축구의 독보적인 기대주로 성장했다. 박성화호 출범 이후 한국 공격의 시발점을 담당했던 그의 창의적인 공격력이 팀 전력에 큰 향상을 꾀했기 때문.

최근 세 차례 평가전에서 드러난 올림픽 대표팀의 전력은 강해졌다는 평가다. 박주영 중심의 전술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전반적인 공격력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왼쪽 측면과 중앙을 부지런히 오가는 박주영을 이용한 공격력이 상대팀의 압박을 뚫는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고전했던 올림픽 대표팀의 이 같은 전술이 성공을 거둔 것은 지금의 전력이 무르익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성화 감독은 3일 출국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박주영에게 득점을 의존하기 보다는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선수의 역할로도 활용할 수 있다. 위치 역시 약간의 변화를 줄 생각도 하고 있다"며 올림픽 본선에서의 박주영 활용도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했다. 골잡이의 면모가 두드러졌던 박주영의 역할이 ‘이타적인 플레이어’로 바뀔 수 있다는 그의 공언이었다.

박주영은 2006년 11월 일본전 이후 20개월 동안 올림픽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한데다 올 시즌 K리그에서는 단 2골에 그쳤다. 반면 이근호와 신영록은 올림픽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투톱 공격수의 일원으로 많은 골을 넣으며 자신의 진가를 떨쳤다. 공격수의 주 임무인 ´골´이라는 존재 앞에서 박주영이 두 동료 선수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주영은 최근 세 차례 평가전을 통해 이타적인 성향의 공격수로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선 또는 동료 공격수가 박주영을 향해 패스를 연결하면 그는 예전처럼 슈팅을 날리는 것 보다 패스를 앞세워 문전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동료 선수들에게 공격 기회를 연결했다. 거의 모든 공격 전개 장면이 평가전에서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며 ´박주영 중심´의 전술적인 공격력이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박성화호의 색깔로 변신했다.

그동안 단순하기로 비판 받았던 박주영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다채로워졌다는 평가. 최전방에서 공을 기다리기 보다는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왼쪽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넓은 활동 반경의 공격수로 탈바꿈 했다. 그의 움직임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에 ´연쇄이동´이 일어나 그의 위치와 간격을 좁히거나 그에게 공을 받아 빠르게 문전으로 침투하려는 선수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났다.

이러한 박성화호의 공격 흐름은 상대팀 압박을 뚫는 최고의 무기가 됐다. 박주영이 공격을 연결하면 ´골 넣기에 능한´ 이근호와 신영록이 자신의 빠른 발로 상대팀 수비진을 뚫으며 절호의 기회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고 백지훈과 김정우, 이청용 같은 다른 미드필더들의 움직임도 부지런해졌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박주영의 공격력을 믿는 듯 공을 잡으면 박주영의 모습을 찾는 쪽에 주안점을 두었고 그 과정에서 박주영 중심의 공격이 살아났다.

물론 박주영은 올림픽 본선에서 부상 또는 컨디션 저하의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 대한 분석이 잘 된 상대팀이라면 박주영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박주영과 같은 역할을 할 선수가 올림픽 대표팀 내에 없다는 점에서 자신의 영리하고 치밀한 공격력을 앞세워 팀 공격을 이끌 존재는 박주영 밖에 없다.

박주영에게 있어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 축구를 위해 힘찬 날개 짓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부상과 슬럼프로 고전을 면치 못한 나날이 있었지만 그것을 완전히 털어내고 최근 세 차례 평가전에서 제 몫을 다했던 그에게 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월드컵 군 면제가 없어진 상황에서 올림픽이 자신의 병역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올림픽 메달을 이끌어야 하는 절대적인 목표를 지니게 됐다.

지난 2005년 6월 한국 축구대표팀은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쿠웨이트로 이어지는 죽음의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그 경기에서 최악의 결과를 거두면 본선 진출에 실패할 수 있어 그 절박함을 탈출하기 위해 새내기 박주영을 국가대표팀에 승선시켰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과 쿠웨이트전 4-0 대승을 이끈 선취골을 넣으며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박주영은 3년 전 경험했던 영광을 되살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다. 박성화호 공격진의 중심에 서 있는 그에게는 ´이타적인´ 공격력을 앞세워 한국의 올림픽 메달을 이끄는 큰 과제가 주어졌다. 과연 그가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고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올림픽 대표팀의 운명은 박주영에게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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