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돌아온 스타들 ‘동창회’될까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8.07.31 09:20  수정


‘어제의 용사들’이 속속 K리그로 귀환하고 있다.

네덜란드 폐예노르트에서 활약하던 이천수는 1년 임대형식을 통해 수원 입단을 공식 확정지었다. 잉글랜드 미들스브러에서 방출된 이동국은 성남에 자리 잡았다.

이동국, 고종수, 안정환(부산)은 90년대 후반 K리그의 인기를 견인하던 트로이카였다. 안정환과 이천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함께 이끌었던 주역이다. 올 시즌 제2의 축구인생을 열고 있는 고종수-안정환에 이어 이천수와 이동국이 복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한국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인기 스타들이 K리그 무대에서 오랜만에 ‘동창회’를 가질 전망이다.


스타 효과, K리그 르네상스 이끈다

스타들의 복귀는 K리그의 ‘르네상스’라는 측면에서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옛 스승 김호 감독과 재회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앙팡 테리블’ 고종수의 활약은 대전의 기적적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크게 공헌했다. 주목받지 못하던 시민구단 대전을 일약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올해 친정팀 부산으로 복귀한 ‘반지의 제왕’ 안정환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며 돌아온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러온 팬들로 경기장이 만원을 이루기도 했다.

고종수와 안정환의 사례에서 보듯, K리그에서 ‘스타 마케팅’이 주는 시너지 효과는 크다. 팬들과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할 수 있으며 검증된 선수의 영입으로 인하여 단기간에 전력 보강에도 큰 보탬이 된다. 또한 이천수와 이동국은 이미 K리그에서 충분히 검증된 스타인 데다 아직 전성기가 지나지 않은 한창 나이의 선수들이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용병’에 지나지 않던 해외와 달리 ‘안방’같은 K리그에서 출전시간이나 역할에 대한 부담 없이 한껏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이고, 성적 여하에 따라 해외진출을 다시 노리는 새로운 도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K리그, 해외진출 실패선수들의 보험용 무대인가

하지만 반대여론도 있다. 일단 해외에서 복귀하는 선수들의 높은 몸값이 논란이 되고 있다. K리그의 시장규모에서 해외무대에 실패하여 돌아오는 선수에게 스타라는 이유로 과도한 몸값을 지불하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

수원에 입단한 이천수의 1년 임대료는 약 50만 유로(한화 8억원)이며 연봉은 국내 최고수준인 약 5억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동국도 친정팀 포항과 성남 등과 입단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8~10억원에 가까운 몸값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들의 국내 복귀가 난항을 겪었던 것도 사실상 수원과 성남 등 몇몇 구단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높은 몸값을 감당할 국내 구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천수와 이동국이 아무리 톱스타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K리그에서 묵묵히 활약해왔던 선수들이 해외무대에서 ‘벤치만 달구다가 온’ 선수보다 낮은 취급을 당해야만 하는가라는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경기를 뛰지 못해 떨어진 경기감각이나 몸 상태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불안요소다.

팬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스타들의 영입으로 인한 전력보강이나 스타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는가 하면, “그 선수들에게 들어갈 몸값을 젊은 유망주들에게 투자하라”며 냉소적인 평가를 내리는 팬들도 있다.

또한 이동국과 이천수 모두 일시적인 국내 복귀이후 해외진출을 다시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논란이 되는 부분. 무엇보다 K리그가 해외진출에 실패한 선수들이 잠시 ‘용돈’ 벌고 스타 대접만 받다가 다시 시들해지면 떠나버리는 하위리그 정도로 취급되어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생각해볼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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