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부진, ´테크니션 징크스´ 때문?

입력 2008.07.30 12:58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한국 축구의 기대주´ 박주영(23,서울) 부진에 대해 말들이 많다.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주무기’였던 골 결정력이 무뎌졌다는 것.

박주영은 올해 K리그에서 단 2골에 그쳤다. 국가대표팀에서는 4골을 넣었지만 2골이 페널티킥골, 나머지 2골은 지난 2월 동아시아 선수권대회 중국전에서 넣은 필드골이다. 올림픽대표팀에서는 2006년 11월 일본과의 친선전 이후 1년 8개월 동안 공식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이 같은 골 침묵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은 원톱-투톱-왼쪽 윙어를 맡는 포지션 혼동과 잦은 부상, 심리적인 압박감, 슈팅 자세 등을 부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최근 올림픽대표팀에서 부쩍 좋아진 움직임을 팬들에게 선보였지만, 스트라이커로서 주 임무인 ´골´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박주영 부진은 현재 시점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 그 이전부터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박주영의 부진이 제기된 시점이 2005년 하반기 부터였다. 전기리그에서 8골 넣으며 승승장구했지만, 후기리그에서 4골에 그친 데다 움직임의 패턴이 단조로워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

물론 박주영은 비슷한 시기에 국가대표팀에서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신드롬을 이어갔지만, 그 이후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과 ´윙 포워드 박주영´ 사이에서 길을 잃으며 이듬해 서울에서 벤치 신세를 진 것과 동시에 독일 월드컵에서는 스위스전 전반 출장에 그쳤다.


´트레콰르티스타´ 박주영, 테크니션 징크스의 희생양?

박주영에게 있어 최적의 포지션은 투톱 상태에서의 처진 공격수, 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물론 자신의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2005년 카타르 청소년 대회에서 그가 맡은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였으며 ´김승용-신영록´ 투톱을 보조하는 형태였다. 줄곧 3톱을 고수했던 국가대표팀에서 박주영에게 맞는 포지션은 없었던 셈.

다른 표현을 쓰면 박주영의 포지션은 이탈리아어로 `트레콰르티스타(Trequartista)´. 이를 풀이하면 3/4지점에서 활약하는 선수로서 공격진 바로 아래서 움직이면서 창조적인 경기를 하는 포지션을 의미한다. 그 자리가 처진 공격수 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생각하는 축구 방식과 화려한 기술을 앞세워 ´축구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던 박주영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물론 국내에도 트레콰르티스타의 역할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K리그의 레전드 신태용을 비롯해 최문식, 윤정환, 고종수, 이관우 등 소위 말하는 ‘플레이메이커’가 그들이다.

정확한 패스와 넓은 시야, 경기 상황에 맞는 경기 운영 능력으로 ´테크니션´으로 불렸던 이들은 국가대표팀에서 한결같이 자신의 출중한 역량을 쏟아내지 못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 ´테크니션 징크스´가 오늘날 박주영에게 이어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는 테크니션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측면 위주의 공격을 풀어가는 국가대표팀의 전통적인 전술과 패턴이 중앙에서 경기를 머리로 풀어가는 테크니션 또는 트레콰르티스타와 궁합이 맞지 않았던 것.

줄곧 중앙에서 활약하다 국가대표팀 발탁 이후 윙 포워드로 변신했던 박주영은 포지션 혼란에 빠진 끝에 길을 잃으며 경기력이 저하됐고, 올해는 자신의 주무기였던 골 결정력까지 약해지는 아쉬움을 남긴 것.

박주영은 테크니션이라 할 수 있지만 공격수로 더 많이 출전한 이유는 어느 누구보다 골 결정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포스트플레이를 펼칠 수 없음에도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줄곧 원톱을 소화하는 이유 역시 ´골´ 때문이었다. 아직 나이가 23세인 박주영을 ´테크니션 징크스´의 희생양으로 여기는 것은 무리겠지만, 지금의 부진이 계속되고 그것이 더 누적된다면 이들의 대열에 포함될 가능성이 없진 않아 보인다.


박주영과 안정환의 차이 ´멀티 성향´

트레콰르티스타와 테크니션이 대표팀에서 완전히 실패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이자 현 대표팀 선수인 안정환이 대표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그의 면모는 박주영과 같은 트레콰르티스타 성향이지만, 세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멀티 플레이어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서로 다르다.

안정환의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1998년과 1999년 부산의 3-5-2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 페루자 시절에도 줄곧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본격적인 멀티 성향이 나타난 것은 국가대표팀 초기였던 1999년 이었는데 왼쪽 윙 포워드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었다. 이는 국가대표팀 신참이었던 아드보카트호 시절 왼쪽 측면 공격수로 고정됐던 박주영의 성장과 유사하다.

안정환은 김호곤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사령탑을 맡던 2000년 부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에 성공한 뒤 2년 뒤 한일 월드컵에서 원톱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며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 이후 국가대표팀과 프로팀에서 원톱과 투톱, 스리톱은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오가며 자신의 다재다능한 기량을 뽐냈다.

이처럼 안정환이 공격진의 멀티 플레이어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위치에서든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여 그것을 경기력으로 충분히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박주영은 자신의 본래 포지션에서 출중한 능력을 뽐내는 스타일이었을 뿐 안정환처럼 다양한 포지션에서 제 색깔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반드시 부진을 만회해야 할 베이징 올림픽

그럼에도 박주영의 앞날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는 다음달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때문이다. 자신의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박성화 감독과의 ‘찰떡궁합’이 맞아들지 여부에 따라 한국 대표팀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것.

박성화 감독은 청소년대표팀에 이어 올림픽대표팀에서도 박주영을 4-4-2의 처진 공격수로 고정시켜 그의 활용도를 높이는 공격 전술을 구사했다. 비록 박주영의 경기력이 예전보다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동안 그 감각을 되살리도록 하는 것이 박성화 감독의 의도다.

박주영은 베이징올림픽 맹활약으로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부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지난해보다 움직임이 한결 부드럽고 빨라졌다는 점이다. ´축구 천재´라는 별명을 되찾기 위한 그의 노력이 올림픽 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길 팬들은 바라고 있다.

[관련기사]

☞올림픽 축구 메달 따려면 ´살아나라 박주영!´


☞ [골키퍼골]GK 정성룡 필드골…´골 넣는 골키퍼´ 또 누가있나?


☞ ´박성화호 에이스´ 박주영 아닌 이근호였다


☞ 메달 따려면 조 1위 노려라?!


☞ 박성화호 주전 경쟁 ´2006 월드컵vs2007 청소년´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