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야구와 축구, 농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도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상징적인 기록이다.
‘사이클링히트(cycling hit)’는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순서에 상관없이 모두 쳐낸 것을 일컫는다.
‘해트트릭(Hat-trick)’은 축구나 아이스하키 등에서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3득점을 달성하거나 한 팀이 3년 연속으로 특정 대회 타이틀을 석권했을 때 칭한다.
‘트리플더블(triple double)’은 농구에서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가로채기, 블록슛 중에서 3가지 부문에 걸쳐 두 자릿수 성공을 의미한다.
3가지 기록은 모두 상금이나 상패가 주어지진 않지만, 한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훈장’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서로 다른 종목에서 이뤄지는 기록인 만큼, 객관적인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다만, 기록표를 바탕으로 상대적인 ‘난이도’는 가늠해 볼 수 있다.
◆사이클링히트, 프로야구 27년 13회
사이클링히트는 프로야구 27년사에서 총 13차례 나왔다. 2시즌에 1번꼴로 나오는 셈이다.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은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시즌 총 504경기를 치른다.
가장 최근에 작성된 기록은 지난달 26일 삼성전에서 LG 안치용이 작성했고, 최초의 사이클링히트는 프로야구 출범 해인 1982년 6월 12일 삼성 오대석이 만들었다.
특히 사이클링히트는 기록달성이 어려운 만큼,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달 26일 두산 김현수는 우리와 경기에서 홈런, 3루타, 2루타를 치고도 단타가 모자라 사이클링히트에 실패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기록이 나왔으면 해서 현수에게 ‘타구가 크게 날아가더라도 1루에 멈춰도 된다’고 말해뒀다”고 밝혔다. 경기에서 크게 앞서고 있던 만큼, 김현수의 대기록 달성을 배려해 준 것.
하지만, 김현수는 김 감독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타석에서 범타에 그치며 기록달성에 실패했다.
1988년 10월 25일 제일은행과 한국화장품의 실업야구 경기에선 대기록을 위해 홈런을 치고도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는 웃지 못 할 사건도 있었다.
당시 한국화장품 강기웅은 단타, 2루타, 홈런을 때리고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만을 남겨둔 채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강기웅이 때린 공은 아쉽게도(?) 펜스를 넘어가고 말았다.
이에 강기웅은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보란듯이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았다. 상대팀인 한국화장품 김병일 감독이 거꾸로 나와서 항의를 했고, 주심 역시 기록을 만들어내려는 강기웅의 노골적인 의도에 결국 홈런을 인정했다.
사이클링히트가 ‘감독의 배려’와 ‘꼼수’로도 만들어지기 힘든 진귀한 기록임을 반증하는 사례다.
◆해트트릭, 프로축구 26년 95회
K리그 26년 역사에서 해트트릭은 총 95회 터져 나왔다. 매년 3.6개의 기록이 나온 셈이다.
역대 ‘해트트릭 최다 횟수’기록을 살펴보면, 샤샤(성남)와 김도훈(성남)이 6개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해트트릭 3개로 공동 3위를 기록한 선수는 모두 6명으로 윤상철(LG·현 서울), 라데(포항), 조긍연(포항), 세르게이(부천·현 제주), 정해원(대우·현 부산), 박주영(서울) 등이다.
A매치에서는 김두현(26·웨스트 브롬위치)이 지난 14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한국의 A매치 역사를 통틀어 40번째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특히 ‘황새’ 황선홍은 1994년 10월 1일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네팔전에서 무려 8골을 뽑아 역대 A매치 한 경기 개인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다.
축구선수들과 프로축구연맹은 “해트트릭의 성공 열쇠는 페널티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경기에서 해트트릭이 가능한 선수에게 페널티킥을 배려해 주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경우 상대적으로 해트트릭 달성이 쉽다”고 말했다.
한편 해트트릭 가운데, 3골을 ‘오른발, 왼발, 헤딩슛’으로 각각 기록하면 ‘퍼펙트 해트트릭’이라 하여 더 높게 평가한다.
◆트리플더블, 프로농구 11년 94회
국내프로농구 11년 역사(2007~2008시즌 제외)에서 트리플더블은 총 94회 나왔다. 한해 평균 8.5개의 기록이 나오는 셈.
역대 최다 트리플더블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앨버트 화이트(10회. 전 전자랜드,동부)이며 단일 시즌 최다 트리플 더블(8회. 2003~2004시즌) 기록에도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는 안양 SBS와 원주 TG에서 활약했던 리온 데릭스로 총 8회를 기록했다. 그는 포지션이 센터임에도 불구하고 안양 SBS에서 활약한 2시즌 동안 평균 어시스트가 5.2개에 달했다.
국내 선수 중에는 현주엽과 주희정이 7회(공동 3위)로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트리플더블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외도’를 해야 성공확률이 높다. 농구 전문가들과 선수들은 트리플더블 성공요인에 대해 “가드는 리바운드, 센터는 어시스트를 두 자릿수 이상 성공하면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주희정의 경우, 7차례 모두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3부분에서 두 자릿수 이상을 성공했다. 가드인 주희정이 두 자릿수 이상 리바운드를 성공한 것은 ‘골밑 외도’를 했다는 반증인 셈이다.
한편, 5개 항목 가운데 4가지 부문에 두자릿수 성공을 기록한 경우를 쿼드러플더블(quadruple double)이라고 한다. 국내 프로리그에선 성공한 사례가 없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