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옥타곤처키´ 척 리델(39·미국)이 연일 독설을 내뱉고 있다. 체급, 단체는 물론 상대의 유형까지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척 리델의 독설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르코 크로캅(34·크로아티아)이 UFC에 입성했던 지난해 3월 한 복싱전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는 "크로캅을 충분히 KO시킬 수 있다"는 발언을 내뱉은 바 있다.
크로캅의 데뷔전을 지켜봤던 리델은 "크로캅은 예전보다 다소 무뎌졌고, 데뷔전 같은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그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델의 입담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 겸손함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동양문화가 지배적인 아시아권 격투단체들에 비해 UFC를 비롯한 서양권 단체들은 WWE 등 미국 프로레슬링의 연출구도를 연상케 하는 독설공방전을 즐기는 편이다.
때문에 많은 파이터들이 서로 간에 악담을 즐기고 있으며 리델 또한 그런 선수들 중 한 명 일 뿐이다. 더욱이 UFC 라이트헤비급에는 독설과 기행으로 유명한 티토 오티즈(33·미국)라는 걸출한 악동이 버티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려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최근 성적이 부진한 오티즈가 예전과 같은 활발한 악동행각을 벌이지 못함에 따라, 리델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이슈가 되고 있다. 더불어 리델은 현재 챔피언에서 낙마한 상태로, 상대적으로 떨어진 관심을 장외에서라도 만회하기 위해 더욱 분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델은 최근 동체급의 티토 오티즈는 물론 헤비급 세계랭킹 1위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2·러시아) 그리고 인터넷 싸움짱 킴보 슬라이스(34·미국)에게까지 독설을 퍼붓고 있다. 그야말로 대상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독설 폭격이 아닐 수 없다.
근래 들어 리델의 입담이 주로 발휘되고 있는 곳은 영국의 대중지 ´더 선(The Sun)´이다. 리델은 최근 <더 선>과 수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했으며 그 와중에 화제가 되고 있는 파이터들이 계속해서 그의 입을 통해 튀어나오고 있다.
리델은 표도르에 대해서 "표도르와 겨뤄보고 싶다. 그는 종합적인 면에서는 별로 약점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타격은 강하지 않은 편이다. 표도르는 타격을 통해 누구도 넉 아웃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만큼 나에게도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를 테이크다운 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크로캅에 대해 얘기했던 것과 같이 승리를 자신했다.
물론 표도르가 랭킹 1위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강자들과 겨룰 필요는 있다. 하지만 격투인생의 대부분을 링에서 보낸 표도르가 구태여 미국인들의 홈그라운드에서 그것도 철장무대에 특화된 선수들과 그들의 룰로 무조건 겨뤄야만 한다는 주장은 억지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리델은 또한 자신에게 연패했던 오티즈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의 이름값을 올리는 데만 연연할 뿐 게임을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허울뿐인 파이터같다"고 혹평을 하는 한편 오티즈와의 3차전도 얼마든지 치를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격투 팬들은 "리델은 상대성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오티즈와 겨루는 것이 급한게 아니라 자신에게 2번이나 패배를 안긴 퀸튼 잭슨에게 리벤지를 하는 쪽에 더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캄보 슬라이스
또한 리델은 엘리트XC를 통해 ´인터넷 싸움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킴보에 대한 팬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인기에 비해 기량이 모자람애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지명도를 쌓아가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한때 UFC 라이트헤비급 최고의 강자로 군림했던 리델은 프라이드 출신의 퀸튼 잭슨(30·미국)에게 UFC 71 ´LIDDELL VS JACKSON´ 대회에서 펀치에 의한 넉 아웃 패를 당하며 현재는 챔피언 자리에서 물러나 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경기였던 UFC 76 ´KNOCKOUT´에서는 ´복병´ 키스 자르딘(33·미국)에게 마저 발목을 잡혔다. 지난 UFC 79 ´Nemesis´에서 반더레이 실바(32·브라질)에게 상대성과 옥타곤에서의 압도적인 경험을 살려 승리하지 못했다면 3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뻔 했다.
리델이 입담을 과시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무래도 과거 만큼은 못한 자신에 대한 관심도를 의식한 것은 물론, UFC 간판 파이터 중 한명으로서 자신의 단체를 홍보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더불어 실제로 자신이 크로캅이나 표도르같은 헤비급파이터들과 제대로 한판 겨루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퀸튼 잭슨과의 리매치 그리고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의 재탈환이 수반되지 못한다면 그의 커리어에 깊은 오점이 남겨질 것만은 분명하다. 때문에 상당수 팬들은 진정으로 그가 독설을 퍼붓고 공격해야 될 대상은 표도르나 오티즈, 킴보 등이 아닌 퀸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리델은 6월 7일 영국 O2 아레나서 열리는 UFC 85에서 라이트헤비급 최고의 그래플러 중 한 명인 ´슈가´ 라샤드 에반스(29·미국)와 한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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