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배려하는 영·호남팬들의 발전적 응원상
지역감정과 서로에 대한 비방은 구세기적 유물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유달리 팬들 간에 사이가 좋은 팀이다.
맞대결만 없다면 되도록 상대구단을 서로 응원해줄 정도로 관계가 돈독하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몇 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이로 인해 서로의 결속력을 상징해주는 ´롯기동맹´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 심지어 경기장에선 서로 간에 뒤섞여 응원을 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구단 팬 카페나 동호회 등에서도 서로 간에 ´형제구단´을 맺으며 정모도 같이 하는 등 교류가 활발하다.
각종 야구 관련 기사나 문자중계를 보면 ´타이거즈 파이팅!(지나가는 롯데팬)´ ´거인님들 올해는 가을에 야구 해야죠(지나가는 KIA팬)´ 등 애정이 넘치는 덧글도 찾아볼 수 있다.
다른 팀 팬들 입장에서 보면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는 것이 아닌 칭찬과 격려, 배려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응원문화라는 호평이 많다.
물론 서로 간에 아무리 사이가 좋다고 하더라도 모든 팬들이 전부 그렇지는 않고, 또한 작은 문제가 불씨가 되어 상호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면에서 KIA와 롯데는 타 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대관계가 좋은 것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막상 양 팀이 한국시리즈 등 중요한 승부처에서 충돌해 선수들끼리 몸싸움이라도 일어난다면, 양 팀 팬들 간 격한 논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되도록 같은 조건이면 다른 팀보다 조금 더 생각해주는 양 팀 팬들 간의 문화가 조금씩 정착되어 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곱지 않게 보는 일부 팬들은 "만년 하위권 팀들끼리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는 등 애써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물론 양 팀은 최근 몇 년간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며 팬들을 실망시킨 대표적 구단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역사 전체를 통틀어보면 양 팀 만큼 명문가도 많지 않다.
통산 최다인 타이거즈의 9회 우승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으로 꼽히며, 롯데 역시 2번의 패권을 차지한 바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두 팀의 ‘영호남 라이벌전’은 프로야구 최고의 빅카드 중 하나였다.
선동렬-최동원이라는 2명의 불세출 투수를 배출한 것은 물론, 근성과 파이팅에서도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펼친 양 팀이다.
수년간의 부진과 달리 KIA와 롯데의 올 시즌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각각 조범현과 로이스터라는 새로운 사령탑으로 그동안의 팀컬러마저 바꿔버릴 분위기다. 또한 올해 만큼은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5경기를 치른 현재, 롯데는 4승 1패(승률 0.800)로 2위를 달리고 있고, KIA는 개막 이후 3연패에 빠졌지만 곧이어 2연승을 거두며 팀 전력을 점점 끌어 올리고 있다. 투타에 걸쳐 안정적인 전력을 갖춘 만큼, 올 시즌 만큼은 뭔가 큰일을 낼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크다.
과연 ´롯기동맹´으로 뭉쳐진 양 팀은 팬들의 염원대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가장 높은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지, 선의의 라이벌들이 만들어낼 신선한 반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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