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라이드 FC 헤비급 챔피언 예멜리야넨코 표도르(31·28승1패 1무효) 덕분에 삼보는 국내 종합격투기 팬들에게 친숙한 무술이 됐다.
현역 종합격투기 선수 중 표도르 외에 삼보에 능한 정상급 선수를 꼽자면 역시 전 UFC 헤비급 챔피언 ‘핏불’ 안드레이 알롭스키(30·11승 5패)를 들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둘의 삼보경력 공통점을 찾는다면 취미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 표도르는 군대에서 종합격투기와 유사한 컴뱃삼보를, 알롭스키는 경찰학교에서 스포츠삼보를 수련했다.
<수상 경력은 표도르가 훨씬 화려하다. 1997년 유럽선수권 헤비급 우승을 시작으로 1998년 러시아군인선수권 헤비급 우승과 무제한급 2위에 올랐다. 러시아선수권에서 헤비급 우승 4회(1997, 2002, 2006-7), 3위 2회(1998, 2000), 세계선수권 무제한급 우승 2회(2002, 2007)에 빛나는 표도르는 명실상부한 컴뱃삼보의 최강자다.
이에 비해 알롭스키의 삼보대회 수상은 1999년에 집중돼있다. 유럽청소년 삼보선수권과 세계청소년 삼보선수권을 석권한 알롭스키는 성인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궁극적으로 종합격투가로 크고 싶었던 알롭스키는 이후 삼보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경찰학교에서의 수련과 1999년 수상경력으로 스포츠삼보의 국제사범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이처럼 수상횟수만 놓고 보면 표도르가 단연 앞서지만, 컴뱃삼보와 스포츠삼보의 차이를 감안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1968년부터 국제레슬링 연맹 산하에 있는 삼보는 고전 레슬링을 기본으로 하고 그에 유도가 섞였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컴뱃삼보는 가라데가 가미돼 안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제외한 모든 타격을 허용, 현재의 종합격투기와 흡사하다. 반면, 아마추어 레슬링과 유도의 혼합으로 볼 수 있는 스포츠삼보는 모든 하체관절기는 허용되지만 목조르기 등 쵸크 기술은 반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표도르가 컴뱃삼보를 군대에서 연마했고, 알롭스키가 스포츠삼보를 경찰학교에서 수련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실전성은 단연 컴벳삼보가 우위다.
종합격투기와 유사하나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이에 미치지 못하는 컴벳삼보를 굳이 종합격투기 대신 수련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면 전형적인 아마추어 종목인 스포츠삼보는 호시탐탐 올림픽 종목 채택을 노리고 있을 정도로 순수 체육인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표도르는 현재 종합격투기 헤비급 세계 최정상급 선수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아무리 삼보 홍보와 종합격투기 경기를 대비한 몸 관리 차원이란 명분으로 컴뱃삼보대회에 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대회에서는 어린이 사이에 낀 어른 같은 존재, 즉 아마추어 무대에 프로 최상급 선수가 출전한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알롭스키가 1999년 외에는 수상경력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그의 삼보경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1999년 4월 9일 러시아 MFC 세계선수권을 통해 프로 종합격투기 선수로 데뷔한 그는 원칙상 아마추어 종목인 스포츠삼보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을 뿐이다.
2월 4일생인 그가 만 20세 이상 출전이 가능한 규정에 맞춰 성인이 된 지 두 달 만에 참가한 것만 봐도 삼보수련도 결국은 종합격투기선수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위한 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종합격투기로 성과를 올렸음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컴뱃삼보 대회에 출전해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는 표도르나 만 19세에 스포츠삼보 선수로 유럽과 세계청소년선수권을 제패하고 성인대회에 나가 세계선수권 준우승을 차지한 알롭스키의 삼보경력 모두,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높이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수상경력은 표도르가, 출전대회 수준은 선수층이 두꺼운 스포츠삼보를 수련한 알롭스키가 위라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 ‘느긋한’ 효도르…황제의 간택은?
☞ UFC, 순순히 크로캅 풀어준 이유는?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