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벌고도 그림의 떡’ 대북 제재에 빈손으로 돌아간 북한 축구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5.24 16:48  수정 2026.05.24 16:49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 상금 15억원 획득

대북 제재로 상금 수령 불가, FIFA가 따로 보관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북한 내고향. ⓒ 연합뉴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를 평정하며 챔피언에 등극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한국을 더났다.


그들의 무거운 표정에는 아시아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우승하며 100만 달러(약 15억 2000만원)라는 거액의 상금을 거머쥐었지만, 정작 이 돈을 단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한 채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 냉혹한 현실이 있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인해 국제사회는 북한으로 향하는 대규모 자금 유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특히 국제금융망(SWIFT)에서 북한 은행들이 퇴출당하면서 정상적인 해외 송금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는 스포츠 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외화 수입과 자금 이전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따낸 15억원은 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일단 이들이 획득한 상금은 ‘지급 보류’ 상태로 국제기구 금고에 보관된다.


FIFA와 AFC는 북한이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상금이나 배당금을 일단 계좌에 묶어둔다. 그리고 향후 북한 대표팀이나 클럽팀이 다른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 발생하는 항공료, 숙박비, 현지 체재비 등을 이 보관금에서 대신 차감(상쇄)하는 방식을 취한다.


선수들이 땀 흘려 번 거액의 상금이 자국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국제기구 안에서 일종의 ‘사전 충전된 마일리지’처럼 쓰이는 기이한 구조다.



빈손으로 북한 복귀 절차를 밟은 내고향 축구팀. ⓒ 연합뉴스

이와 같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북한이 44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았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FIFA는 본선 진출국들에 지급하는 출전 배당금(당시 약 90억원)의 북한 송금을 거부했다. 당시 남북 관계 경색과 대북 제재가 맞물렸고, 이로 인해 FIFA는 이 돈을 장기간 동결했다가 이후 북한 유소년 축구 발전 자재나 국제대회 참가 비용으로 간접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과거 이탈리아 세리에A(유벤투스 등)에서 활약하며 '북한 호날두'로 불렸던 한광성의 사례도 꼽을 수 있다. UN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에 따라 외국에서 돈을 버는 북한 노동자(스포츠 선수 포함)는 모두 자국으로 송환되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광성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연봉의 상당수가 북한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계좌가 동결되거나 송금이 차단되었고, 결국 그는 한창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시기에 소속팀을 떠나 잠적하듯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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