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도 분노…‘나는 생존자다’가 이끈 변화, 그 이면에 남는 찜찜함 [D:이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8.29 14:00  수정 2025.08.29 14:00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파헤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나는 신이다’가 두 번째 시즌 ‘나는 생존자다’의 여파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 시즌에서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의 충격적인 성범죄를 적나라하게 폭로, JMS 신도로 지목된 일부 스타들이 사과하는 등 그 여파가 뜨겁게 이어졌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가해가 가족의 사과 및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는 JMS ‘뒷이야기’와 함께 한국 현대사 최악의 인권 유린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부유층에 대한 증오로 살인 공장까지 지어 연쇄 살인을 저지른 지존파 사건, 부실 공사와 비리, 감독 기관의 무책임이 빚어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을 다뤘다.


시즌1 격인 ‘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PD가 연출을 맡아, JMS 총재 정명석의 주변에서 그를 비호한 이들의 이야기, 나아가 JMS가 ‘어떻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줬다. 여기에 사이비 종교 외에, 사건의 범위를 넓혀 전 시즌과는 다른 메시지를 도출해 냈다.


특히 1~2회의 주제였던 형제복지원 사건이 대중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부산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된 부랑인 수용시설로 알려졌지만, 무고한 시민, 아이들을 ‘부랑인’으로 낙인찍어 수용한 후 착취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바 있었다.


‘나는 생존자다’에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해 여러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뤄졌던 이 사건을, 한층 적나라하게 구성해 대중들의 분노를 끌어냈다.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세트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아픔을 전달하는가 하면, 한 피해자가 가해자인 박인근 원장의 유가족을 만나 외면받는 장면을 그대로 담아내는 등 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 피해 사실을 보여줘 보는 이들을 더욱 화나게 했던 것이다.


이렇듯 표현의 수위를 높인 것은 물론, 글로벌 시청자들도 ‘나는 생존자다’를 접한 뒤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개 이후, 박 원장의 자식들이 호주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포츠 센터에는 별점 테러와 함께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호주 최대 신문사 디 오스트랄리안(The Australian)이 형제복지원 피해 사례와 가해자 박 원장과 그 가족들의 사업체를 조명하기도 했다.


전 시즌에서는 연예계의 숨은 JMS 신도들이 색출돼 반성을 끌어내고, 정명석 총재의 재판 결과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을 유도했다면, 이번엔 해외 시청자들의 행동까지 이끌어 다큐멘터리의 파급력을 느끼게 했다.


다만 여전히 피해자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펼쳐놓는 조 PD의 방식엔 의견이 엇갈린다. 그는 ‘나는 생존자다’ 제작발표회에서 “저널리즘이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파하는 것이지 않나. 이건 내 생각일 수 있지만, 사람들이 저널리즘을 생각할 때 적절한 수위를 지켜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시곤 한다. 메이플이 다른 방송사를 통해서도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저는 그 차이는 결국, 피해자가 이야기하려고 한 내용을 스스로 점잖게 깎아낸 것이 문제였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방송에 나오기로 약속해 주신 분들의 어려운 선택을 생각한다.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고통을 증언하기로 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결심인지를 알고 있다. 이 사건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라고 그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그것이 보는 이들의 즉각적이고, 또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 ‘현실’에서도 ‘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것이 하나의 ‘좋은 예’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방송 직후 가해자와 그 주변인들을 향한 신상털이, 또는 별점 테러가 이어지는 상황 속, ‘시스템’이 작동하기 전 ‘참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늘 옳은 방향일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의 결과는 시원할 수 있으나,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억울한 피해자 또는 ‘적나라한’ 표현이 야기할 수 있는 2차 피해 등 부작용을 고려했을 때 조 PD의 선택을 ‘마냥’ 칭찬할 수만 있는지 찜찜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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