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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 한 마디 사과 없이 SMR 추진하는 文정부


입력 2021.06.10 07:05 수정 2021.06.10 09:13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정부, 美 재력가 한마디에 'SMR' 개발 명분 찾아

환경시민단체 "SMR 여전히 현실성 없어" 반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열린 '산업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산업부 주요정책 및 현안을 중심으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열린 '산업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산업부 주요정책 및 현안을 중심으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문재인 정부 원전 정책에 최근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며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소형원전 건설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하는 모양새다.


이는 4년 넘게 완강한 태도로 고수해온 '탈원전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다. 정부 안팎에서 정책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당사자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책 궤도를 수정한 데 대한 일말의 언급이나 반성 없이 해외 재력가들 한마디에 명분을 찾으려는 처사는 국정 신뢰도 하락을 자처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차세대 원전을 언급하면서 관련 산업이 주목 받고 있다"며 "현재 과기부가 장기 연구개발 측면에서 i-SMR을 추진하고 있다. 추후 실증이나 상용화 측면에서 협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장관은 그러면서 "산업부와 과기부가 협업해서 준비 중인 차세대 SMR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은 올가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며 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원자력발전을 국가정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다.


산업부는 지난 4월 개최된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서 "업계 의견을 경청해 산업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적은 있다. 하지만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원전 육성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소중립 시대 원전 역할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렸던 백운규 전 장관, 성윤모 전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전임 장관 행보와는 분명 차이를 보인다.


SMR이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300㎿(메가와트) 이하 규모로 설계된 원전을 말한다. 태양광·풍력의 가동 여부에 따라 자유롭게 출력 조절을 할 수 있다.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탄소 중립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원전 담당 부처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소형원전 이야기를 꺼낸 건 괄목할 일이지만 사실 이는 여러 가지 파장을 낳고 있다. 이는 문 정부 핵심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적 성격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그동안 완강한 태도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해왔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원전 축소' 방침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년 12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년 6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년 12월) 등 뼈대가 되는 에너지 정책에 그대로 적용해왔다.


그랬던 문 정부가 정책 궤도 수정에 대한 일체 언급도 없이 원전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정부 산하기관들은 물론 친정부 성향 단체들까지 혼란에 빠뜨리는 모양새다.


문승욱 장관이 SMR 추진을 언급했던 8일, 환경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MR 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SMR은 기술성, 안전성, 경제성 측면에서 여전히 현실성이 없다"며 "SMR은 크기만 작아진 핵발전소에 불과하고 핵폐기물 발생과 안전사고 위험뿐만 아니라 경직성 전원으로서 향후 재생에너지와 부합하지 못하는 문제 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던 정책 궤도를 수정하려면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그 이유가 정책적 결여로 인한 것이라면 국민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간 추진하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단 한 마디 언급도 없이 SMR 추진에 올라타려 하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는 국정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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