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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 직원에 “팀원 이직하면 나한테 죽어요”…드러난 네이버 민낯


입력 2021.06.07 11:31 수정 2021.06.07 17:23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회사 채널 통해 문제제기 했으나 돌아온 건 ‘기타발령’ 후 퇴사

1시간도 못 쉬고 주말 밤늦게 근무…“무능한 존재같아 괴로워”

신환섭 화섬식품노조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한미나 네이버지회 사무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벌어진 본사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 자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신환섭 화섬식품노조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한미나 네이버지회 사무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벌어진 본사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 자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네이버 직원 A씨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정황이 노동조합 자체조사 결과 드러났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벌어진 본사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 자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가 A씨의 동료와 지인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나친 업무지시 탓에 야간·휴일·휴가 가릴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A씨가 상급자인 임원 B씨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 등을 받으며 정신적 압박에 고통받아 왔다”고 밝혔다.


A씨와 동료들이 2년 가까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의 절차를 이용하고 다양한 행동을 취했음에도 회사가 이를 묵살하고 방조해 비극적 선택에 책임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주말과 밤늦게도 업무를 했으며 밥을 먹다가도 업무적으로 연락이 오면 늘 답변을 했다. 동료들은 A씨가 최소한의 휴게 시간인 하루 1시간의 휴식도 없이 일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배포하고 퇴근할려고 했는데 중대버그 튀나와서 바로 롤백하고 지금 원인 파악돼서 지금 테스트 중이네요” 2020년 4월 21:58 메신저 대화

“오전에 장애나서 처리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려 옆에 공원에 나갔는데, 또 장애 나서 심신이 망가짐ㅋㅋ” “장애나도 티안나는 11시 배포대기 중” 2020년 6월 21:38 메신저 대화

“두 달짜리 업무가 매일 떨어지고 있어서 매니징하기 어렵다” 2021년 1월 28일 14:00 메신저 대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팀원 이탈로 업무 과중…“끝이 안 보이는 터널 같다”

A씨는 올해 5월 신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강도 높은 업무를 진행했으며 출시 이후에도 이슈를 대응하느라 고강도 업무에 시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업무가 A씨의 팀으로 이관됐으나, 팀원들은 잇달아 퇴사하고 충원이 되지 않아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과 9월 팀원 퇴사 후 10월 26일 A씨와 팀원ㄱ, B씨가 함께 한 회의 자리에서 B씨가 “팀원 ㄱ님 이직하면 OO님(A씨는)은 나한테 죽어요”라는 말을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지난해 11월 18일 12시경, A씨는 동료 ㄷ에게 “B씨가 자기를 거치지 않고 팀 멤버들을 직접 매니징해 최근 퇴사한 사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인력 부족으로 충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팀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어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 A씨가 “업무도 과중한 상황에서 팀원을 트레이닝시키고 이제 적응할 만큼 성장 시켜 놓았는데 B씨 때문에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허탈하고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한 증언도 나왔다. 실제 퇴직한 팀원은 퇴사 면담 시 B씨 때문에 퇴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를 한 사례도 발견됐다. A씨가 개발자임에도 B씨는 고인에게 ‘기획안’을 짜올 것을 요구하는 등 고유 업무 영역이 아닌 부분에도 업무적인 지시를 하고 부담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26일 저녁 6시 A씨는 동료에게 “B씨와 미팅 할 때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계속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토로한 증언도 나왔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러한 문제를 인식했음에도 묵인·방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은 “올해 3월 4일 오후 1시에 이 GIO와 한성숙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 회의에서 임원 B씨를 시사하며 책임리더 선임의 정당성에 대해 질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가 전 회사에서 벌인 비위사실과 네이버 퇴사 사유, 네비게이션 총괄로서 자질부족, 구성원들이 단체로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을 경영진에게 제출했음에도 책임리더로 승진하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책임리더의 소양에 대해서는 경영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진상규명·재발방지 촉구…고용부 특별근로감독 요청

이후 또 다른 직원이 B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사내 신고 채널을 통해 신고했으나, 회사의 조사 리포트는 면담 작성 시 발언한 것에 비해 약하게 작성됐으며 정작 문제를 제기한 직원은 인사팀 기타 발령 후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직의 한 직원은 “신고마저도 묵살되는 것을 보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만 커졌다”고 증언했다.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은 “A씨의 사망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임을 강조하며 “고인을 향한 B씨의 행위 이외에도 이를 막기 위한 수많은 요구를 묵살한 경영진과 회사의 잘못 역시 매우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라며 “그 동안 경영진이 일으킨 문제와 직원이 일으킨 문제 대한 처분이 공정하지 않았고 대상에 따라 징계 진행 속도와 결과가 달랐으며 외부 기관을 통한 조사 역시 공정성이 의심되는 일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노조는 자체 조사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더라도 신고가 어려운 정황을 발견하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네이버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현재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외부기관에 의뢰해 진행되고 있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사실 확인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의 전 과정에 대해서도 노사협의회와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른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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