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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로 옷 갈아입는 정유·화학업계…관건은 인프라↑·비용↓


입력 2021.05.31 14:36 수정 2021.05.31 14:42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정유·석화업계, 화석연료 대안으로 블루·그린수소 위한 협력 '활발'

"수소 소비량 2050년까지 8배 성장"…산업 정착 위한 민관 협력 관건

현대오일뱅크가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와 같은 친환경 미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가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와 같은 친환경 미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현대오일뱅크

2050년까지 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낮추기 위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정유·석화업계가 대체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상용화까지 긴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민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만 새로운 시장에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정유·석화 기업들은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대안 에너지로 손꼽히는 수소 사업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 드림(Dream) 2030 로드맵'을 통해 2025년까지 블루수소(생산 과정 중 탄소 배출 최소화) 10만t을 생산·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수소 생산업체인 에어프로덕츠와 지난달 초 '수소 에너지 활용을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손 잡고 액화수소 생산·공급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양사는 가스공사의 LNG 인수기지 내 유휴부지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1만t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신설할 예정이다.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수도권과 중부권에 수십 곳의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양사는 탄소 포집·활용 기술인 CCU가 상용화되면 블루수소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그린수소(생산 과정 중 탄소 배출 제로) 양산을 위해 수전해 분야 전문가인 정훈택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전격 영입했다. 물에서 수소를 얻는 수전해기술이 경제성을 갖추게 될 경우 한화솔루션은 그린수소 생산·저장·운송·충전 등 전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자신한다.


특히 정유·석화 기업들은 주요 계열사들과 협력해 수소 생산부터 수송·저장까지 아우르는 수소 밸류 체인(가치 사슬)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과,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은 한화큐셀과 한화케미칼 첨단소재 부문과 협력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호기롭게 수소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수소 시장의 잠재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수소 경제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는 수요 연간 소비량이 2020년 10EJ(엑시줄)에서 2050년까지 약 8배 증가한 78EJ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1EJ는 하루 전세계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다. 글로벌 컨설팅 맥킨지는 2050년 전세계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18%를 수소가 담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수소 에너지 시장 전망ⓒ한국수출입은행 글로벌 수소 에너지 시장 전망ⓒ한국수출입은행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로 나뉜다. 기업들은 천연가스를 개질(Reforming)하거나 정유공정의 납사 분해 과정을 통해 그레이수소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레이수소 1kg을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10kg이 배출되기 때문에 이 탄소를 최대한 감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저장(CCS)하거나 포집·활용·저장(CCUS)해 제거하는 방식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린수소는 한 발 더 나아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수소를 얻기 때문에 전 과정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에 원가 절감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그린수소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높게 형성된 생산 원가를 낮춰야 할 뿐 아니라 이를 소화할 만한 공급망 역시 확충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레이수소와 그린수소 생산 가격은 2.5배 가량 차이가 난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수소생산 비용은 2018년 기준 부생수소 방식이 1kg당 2000원 미만이며 수전해 방식은 9000원~1만원 수준이다.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수전해 방식 비용을 3000원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 데 업계에서는 이 때까지 최소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이는 기업이 결실을 볼 때까지 10년을 버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프라 확충도 과제다. 기업이 수소를 생산하더라도 이를 운송·저장·충전할 수 있는 공급망이 따라가지 못하면 활용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수소 사업 중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 받는 수소차만 하더라도 충전인프라가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수소차 충전기 1기당 차량대수는 180대로로 미국(1기당 224대)에 이어 두 번째로 열악한 상황이다. 전기차 인프라의 경우 전기차 2.1대당 충전기 1기로,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따라서 각 기업의 수소 사업이 효과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선진 수소 기술 개발 외에 운송·저장·충전 등 인프라 사업에도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R&D 지원, 판로 확보 등 전방위적인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장기 전략보고서' 통해 "수소차 생산 및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그린수소 생산, 수소충전소 등 수소생산-유통-활용 수소경제 전주기 분야에서의 기술 확보 및 제품 국산화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딜로이트 컨설팅은 '수소 경제의 본격화 시점,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보고서를 통해 "수소 산업이 주류 에너지 시장으로의 성장을 위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소 거래 시스템의 정립, 대규모 수소 인프라 확충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에너지업계의 공조를 넘어 글로벌 관점의 협업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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