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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영의 적바림] 정유사, 흑자전환 무섭게 세금 폭탄이라니


입력 2021.05.17 07:00 수정 2021.05.17 07:12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바이오디젤 의무 비율 상향으로 수 천억원 세부담 폭탄

항공유 검사비용도 가중…가뜩이나 힘든 정유사 험로 예상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뒤 간신히 흑자전환으로 숨을 쉬게 된 정유사들에게 '세금 폭탄'이라는 또 다른 악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살림 좀 필만 하니 자릿세를 걷으러 오는 불량배 만큼이나 신속하고 야속하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자동차 경유에 포함되는 바이오디젤 의무 비율을 현재 3.0%에서 3.5%로 올릴 예정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연료 사용을 늘리겠다는 명분이다.


코로나19 여파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뒤집어쓰게 된 정유업계가 시행 시기를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바이오디젤 의무 비율은 올해 3.5%로 상향된 뒤 3년 마다 0.5%p씩 올려 2030년엔 5%까지 조정된다. 이렇게 되면 정유사들이 2030년까지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만 수 천억원으로 늘어난다.


혼합 비율이 늘어나면 신재생 에너지 시장 규모가 확대되니 국민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뜯어보면 국민에게 도움이 되기 보다는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고 보는 게 맞다.


바이오디젤 의무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정유사들은 추가적으로 인프라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또 바이오디젤 가격이 일반 경유 보다 비싸기 때문에 최종 제품 가격은 그만큼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 인상안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내년 1월부터는 정유사가 생산하는 항공유도 석유관리원의 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수료만 매해 30억원을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항공유 품질검사 도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나온 얘기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산업 전체의 수익 구조가 악화되자 한동안 미뤄졌다. 특히 정유사들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5조원대의 영업적자를 내며 크게 휘청였다.


올해 들어 코로나로 억눌린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적자 폭이 워낙 컸던 탓에 완전히 털고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갖가지 '환경세 폭탄'으로 정유사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강압적인 환경정책은 가뜩이나 홀대하고 있는 정유업계를 더욱 궁지로 몰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현 정부는 에너지 산업의 중장기 목표를 '탄소중립'으로 설정한 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 정부 기조의 대척점에 있는 것 중 하나가 정유산업으로, 이번 '환경세 폭탄'은 정유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한층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각종 규제 폭탄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분기 실적은 대부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관련이익에서 비롯됐다. 2분기는 유가 변동이 크지 않은 만큼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 역시 2분기부터는 1분기 보다 이익 창출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정유사들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발 맞춰 석유정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매년 수 백억원씩 투입하고 있다. 이 비용은 대부분 정유 사업 수익을 재원으로 하고 있는 만큼 현재 수익 구조로는 드라마틱한 수익 창출이 어렵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세금 폭탄'을 감당할 여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가 '정유사 죽이기'에 나서고 있으니 정유업계의 신음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정유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세폭탄'으로 정유사들을 압박할수록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정유공장에서 원료를 공급받는 석유화학, 전자, 자동차 등 전 산업분야와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친환경 사업에서의 성과를 내보이겠다는 아집에 국가 기간산업을 뒤흔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정유사들이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체질 변화를 서두르기 원한다면 '세폭탄'으로 압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탄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친환경 기조에 속도를 내겠다며 악셀레이터를 밟는 것은 좋지만 핸들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꺾고 있는지 뒤돌아봐야 할 때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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