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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정의 중요하다" 박범계, 김학의 사건은 빼고?…"아직도 정치인 습성의 내로남불"


입력 2021.05.14 05:00 수정 2021.05.14 06:0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박범계 "절차적 정의 세우는 시범케이스가 왜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이냐" 불만

법조계 '김학의 불법 출금은 검사가 권한 남용해 법치주의 훼손한 중대사안' 지적

전문가 "장관이 여당의 정치적 피해 막는 방패 역할이나 자처하고 있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범케이스가 왜 김학의 사건이냐"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이 집중 조명을 받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동안 박 장관은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을 수차례 언급하며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정작 여권에 불리한 사안에는 절차적 정의를 경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범케이스가 왜 김학의 사건이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학의 출국금지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박 장관이 과거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과는 상반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은 지난 3월 한명숙 위증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대검에 대해 "절차적 정의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고 비판했고, 지난 2월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동훈 검사장 검·언 유착 의혹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절차적 정의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지난 2월 장관 취임식에서는 "공존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의가 필요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낡은 관념과 작별해야 한다"며 "강제력이 수반되는 법 집행은 엄정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지난달 1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검사의 주요 덕목으로 절차적 정의를 거듭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 같은 절차적 정의 논리에 따르면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에서 저질러진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 전 차관의 범죄행위 여부를 떠나 불법적인 출금 조치는 일선 검사들이 권한을 남용해 법치주의를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 7일 해당 사건 첫 공판에서 "김 전 차관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가리자는 게 아니라, 법 집행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위법한 법 집행을 했는지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박 장관이 '내로남불' 비판을 무릅쓰며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에 불만을 표출한 것은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지검장 등을 유임시키고 여권에 닥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현 정권의 심중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진단이다.


시사평론가인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은 촛불정신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에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물론, 자칫 문 대통령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김학의 사건을 검찰 개혁의 명분으로 활용해 왔지만 이 부분의 절차적 정의가 사라지면서 검찰 개혁의 본질과 취지도 흔들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치인은 절차적 정의 이전에 민심의 향방을 따르는 게 우선일 수도 있지만, 행정부 관료는 원칙과 절차를 철저하게 따라야만 한다"며 "하지만 박 장관은 본인의 위치를 망각하고 여전히 정치인의 습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이 장관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자질이 무엇인지 모른다기 보다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법무부 장관직을 맡고도 여당의 정치적 피해를 막는 방패 역할이나 자처하니 내로남불 등 잘못된 언행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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