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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10조 비상금의 '역설'…"위험 대비하니 리스크 급증"


입력 2021.05.14 06:00 수정 2021.05.13 14:2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 말 비상위험준비금 9조8천억…1년 새 8천억↑

당국 K-ICS 규제 시행으로 자본금 축소 역효과 우려

국내 손해보험사 비상위험준비금 추이 및 관련 금액 상위 10개 손해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 비상위험준비금 추이 및 관련 금액 상위 10개 손해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불의의 사고로 인한 대규모 손실에 대비해 쌓아 둔 돈이 1년 새 8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금융 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손보사들이 선제적인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고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고한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면 이런 비상금이 오히려 보험사 자본력의 발목을 잡는 역설적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손해보험업계의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손보사들이 적립한 비상위험준비금은 총 9조7842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8.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7779억원 늘어난 액수다.


비상위험준비금은 말 그대로 손보사들이 예상하기 힘든 비상사태에 대비해 쌓는 돈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재난 등 예측을 뛰어 넘는 거대 손실에 대응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와 같은 자금이다. 통상적인 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위해 적립하는 일반 책임준비금과 별도로 구분된 항목이다.


주요 손보사들의 추이를 보면 우선 삼성화재의 비상위험준비금이 2조348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2% 증가하며 최대를 유지했다. DB손해보험 역시 1조1308억원으로, 현대해상도 1조312억원으로 각각 10.5%와 8.8%씩 비상위험준비금이 늘었다.


손보사 입장에서 비상위험준비금을 많이 쌓아 두면 혹시 모를 악재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 대형 보험 사고까지 터질 경우 손보사들은 이중고가 불가피한데, 이 때 충분한 비상위험준비금이 숨통을 틔워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몇 년 뒤 비상위험준비금이 도리어 손보사의 자본 건전성을 위협하는 사안으로 돌변할 가능성기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2023년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과 함께, 국내 보험업계에 적용하기 위해 마련 중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K-ICS에서 보험사의 비상위험준비금을 회계상 기본자본이 아닌 보완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비상위험준비금은 보험사의 자본력 산정에서 불리한 측면으로 작용하게 된다. K-ICS 아래서 보완자본은 보험사가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요구자본 계산 시 절반까지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결국 비상위험준비금을 많이 적립하고 있는 손보사일수록 K-ICS 실시 이후 자본 감소폭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키울 IFRS17을 앞두고 자본력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손보업계로서는 이 같은 규제가 또 다른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손보사들의 지난해 말 평균 지급여력(RBC) 비율은 234.2%로 전 분기 대비 13.5%p나 낮아졌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로,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 대비를 위한 성격의 비상위험준비금을 재무에 악재로 만드는 방안은 보험사의 자본력을 강화하겠다는 K-ICS의 규제 취지와 다소 어긋나 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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