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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일본해·폭동?"…넷플릭스의 자막 오류, 왜 반복될까


입력 2021.05.13 14:01 수정 2021.05.13 15: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거듭된 유사 자막 오류, 컨트롤 타워 부재 탓

"각국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 바탕 돼야"

ⓒ반크SNS ⓒ반크SNS

세계적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의 자막 표기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17년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하백의 신부’를 송출하면서 프랑스어 자막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 단순 실수로 치부하기엔 비슷한 오류가 여러 차례 있어 왔다. 때문에 일각에선 사실상 넷플릭스 컨트롤 타워의 부실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논란을 제기한 건 반크(VANK)다. 1999년 1월 1일에 인터넷상에서 전국 각지의 네티즌이 모여 만든 사이버 민간 외교 사절단으로, 한국과 한국인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아름답고 순수한 한국의 이미지를 바르게 홍보하고자 만들어진 그룹이다.


반크는 지난 11일 문제를 제기한 자막은 드라마 11화 51분 분량에서 신세경이 ‘우리나라 동해 바다에서 석유도 좀 막 팡팡 솟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대사에서 나온다. 여기서 넷플릭스는 동해를 프랑스어 ‘La mer du Japon’(일본해)로 번역한 것이다.


반크는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최근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기에 이러한 오류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며 넷플릭스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번역을 고치라고 요청했다. 또 프랑스의 아틀라스 출판사가 발행하는 세계지도책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한 사례와 세계 최대 교과서 출판사 중 하나인 돌링 킨더슬리(DK), 온라인 지도 제작사 월드아틀라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동해’로 표기한 사례를 전달했다. 넷플릭스는 문제 제기 4시간여 만에 일본해 표기를 동해 단독 표기로 수정했다.


이번 오류 이전에도 영화 ‘사냥의 시간’ 독일어 자막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했고, 일본 넷플릭스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소개하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폭동’(暴動)이라고 칭했다. 또 대만 넷플릭스는 케이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킹덤’을 ‘이시조선’(李屍朝鮮)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다. 조선을 ‘이씨 가문이 세운 나라’라고 낮춰 부른 표현이다. 게다가 좀비 소재를 강조하기 위해 ‘이씨’(李氏)에 ‘주검 시’(屍)를 넣어 ‘이시’(李屍)로 쓰면서, 단순 언어유희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넷플릭스의 자막 오류는 국내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 드라마 ‘닥터 후 시즌6’에서는 게이 커플의 대화 중 상대를 ‘남편’(husband)으로 칭했음에도 ‘친구’로 번역했고, “게이이고, 결혼했다”고 밝히는 부분은 아예 다른 말로 대체했다. 2018년에는 넷플릭스가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세이크리드 게임스’에서 라지브 간디 전 총리를 힌두어 속어인 ‘fattu’라고 부른 것을 영어 자막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를 모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도 외국 콘텐츠를 한글 자막으로 고치는 과정에서도 잦은 맞춤법 오류와 오역들이 빈번했다.


넷플릭스는 이와 같은 오류를 지적할 때마다 빠르게 받아들이고 수정 작업을 거쳤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오류 발생을 막진 못하고 있다. 이유는 넷플릭스 번역 팀의 부재다. 실질적인 자막 및 번역 업무는 전문 외주업체에 맡기고, 내부에선 이를 관리하는 식이다. 결국 외부에 맡기더라도 최종적으로 이를 확인하는 내부 검토가 없다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번역해 190개국에 송출해야 하는 글로벌 OTT의 숙명과도 같은 자막 오류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각국의 문화나 사회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자막 오류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심각한 역사 왜곡, 비하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자막 오류를 바로잡은 반크는 “한류 열풍으로 전 세계 한류 팬이 1억 명을 돌파하고, 특히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한국 드라마, 영화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영상 매체 속 한국 관련 오류를 조기에 발견하고 시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넷플릭스는 언어 번역을 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관련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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