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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아내를 작사가로"…권한 남용에 힘 빠지는 창작자들


입력 2021.05.08 16:49 수정 2021.05.08 16:5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플레디스 한성수 대표, 아내 이름 아이즈원 작사가로 등록→저작권료 일체 포기

SM, 해당 직원 중징계 처분

ⓒ픽사베이 ⓒ픽사베이

SM엔터테인먼트 직원이 자신의 아내를 회사 몰래 작사가로 등록시킨 사실이 발각되자 창작자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 동안 데모곡 블라인드 심사를 강조하며 소속 아티스트 참여조차 잣대가 높았던 SM엔터테인먼트는 개인의 일탈로 한 순간에 공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A&R 유닛장이었던 A씨는 보아, 엑소, 백현 솔로, 첸백시 곡에 아내를 작사가로 등록시켜 한 신탁코드를 공유하는 세 개의 이름을 번갈아올렸다. 다만 A씨는 '고스트 라이터'가 아닌 아내가 실제 작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는 회사에 고지하지 않은 채 아내를 작사가로 올린 행위 자체를 문제삼고 유닛장 직위를 박탈했다.


이번 일은 2020년 6월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한성수 대표의 저작권료 부당 이득 취득 의혹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성수 대표는 아내를 '쏘제이'라는 이름의 작사가로 아이즈원 8곡에 등록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성수 대표는 아이즈원의 프로듀싱 비용을 따로 받았고, 쏘제이의 실제 작사 참여 또한 모호했기 때문에 많은 질타를 받았다. 결국 한성수 대표가 아이즈원 노래 8곡에 대한 저작권료를 포기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1년 사이에 또 다시 권력을 이용한 창작 영역 침범 사례가 드러난 셈이다. 소속사와 창작자는 업무 상 갑과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창작자가 의뢰받은 곡, 혹은 가사를 제출하면 소속사는 많은 후보를 놓고 선택한다. 선택권을 가진 이들이 창작에 참여하는 건 공정성과 권력 남용에 당연히 물음표를 갖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열심히 곡을 만든 창작자들의 힘을 빼는 행동이다.


서기준 작곡가는 "씁쓸하고 슬픈 이 사태에 화가 난다. 작곡가 업계는 힘든 무명 생활을 지나 악착같이 버텼던 사람이 살아남는다. 씁쓸하고 불합리한 이 시장을 더 어렵게 만드는 무리가 그들"이라며 "과거 나도 드라마 OST 제작사 대표가 내 곡에 참여하지 않고 이름만 올린 적이 있다. 거절하면 OST는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부인의 이름까지 작사가로 등록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OST 제작사 대표 부인과 나의 지분이 똑같았다"고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한탄했다.


한 작사가는 "창작자들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어쨌든 곡을 주는 입장이고, 우리는 곡을 받지 못하면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문점이 생겨도 질문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라고 생태계 현 주소를 짚었다.


이 작사가는 "하지만 저런 일은 일부일 뿐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자신을 갈아가며 가사를 쓰는 작사가들이 많은데 이번 사태로 프레임이 씌여질까 걱정된다. 결국 피해를 받는 건 힘 없는 창작자들이다"라고 우려했다.


한 매니지먼트 음반사업부 관계자는 업무상 저작물이라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깨끗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회사 모르게 일을 진행한 것을 분명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업무상 저작물이란 개념이 있다. 창작자 외 제작이나 기획, 자본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저작권을 갖는 개념인데, A&R도 어찌보면 앨범의 콘셉트를 잡고 방향을 설정하는 기획자라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물론 이건 창작자들이 동의 했을때의 문제고 애매한 말장난으로 인한 착취는 상황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내 곡 써주시면 저작권 지분 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서로 결탁하는 사례들도 실제로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행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감시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음반사업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어떤 정확한 처벌이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결탁이 시도되는 것 같다. 이번에 제대로 물갈이가 되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또 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SM엔터테인먼트가 이후 어떤 처분을 내릴지에 업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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