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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인력 가뭄에도 애써 '표정관리'…고위공직 범죄자들만 '좋아요'?


입력 2021.05.08 05:00 수정 2021.05.08 09:31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수사관, 정원보다 10명 적게 뽑았는데 2명 임용 포기…검사도 23명 중 13명만 뽑아

공수처 "수사력 문제없다" 해명 모드…법조계 "부실한 수사에 부정부패 만연 걱정"

"권력형 비리 수사 기능 하기 어려울 것…불필요한 권력 기관 총량만 커져 국민 혈세만 낭비"

"공수처 설립은 정권 최대 치적…정치 논리 매몰돼 수사력 논란 끝까지 부인할 것"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의 업무협약 체결식에 참석하고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의 업무협약 체결식에 참석하고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수사관 등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사관 합격자들마저 임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공수처 위기론'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력 논란을 부인하고 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제 기능을 못하고 결과적으로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관으로 임용할 예정이었던 6급 합격자와 7급 합격자가 최근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애초 계획한 정원 30명보다 10명 적은 20명의 수사관을 선발했는데 이마저도 2명이 더 빠진 것이다.


공수처 소속 수사관은 박봉 등 처우가 열악해도 권력형 범죄 수사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동시에 명예도 얻을 수 있다고 판단이 있었지만, 최근 잇따른 논란으로 공수처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인재들을 끌어들일 요인이 사라지고, 기존의 인력들도 실망감이 만연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 채용공고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이 있는 6급 수사관의 급여는 '검찰 내 같은 직분과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돼 200만원 중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급여에 임기 6년의 계약직 공무원이란 신분 또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는 '1호 사건'을 개시하기도 전에 친정부 검사 '황제조사' 논란, 허위 보도자료 배포, 대변인 검찰 조사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최근엔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고 장래가 불투명한 조직이라면 인재들이 지원서류를 제출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관뿐만 아니라 검사 정원도 미달이다. 지난달 공수처가 임명한 검사는 13명으로 정원인 23명에 한참 못 미친다. 이 중에서도 수사 경험이 있는 평검사는 3명에 불과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계속 젝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신임 검사 임명장 수여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신임 검사 임명장 수여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세간의 우려에 공수처는 이미 충분한 인력을 확보했다고 맞서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근 수사관 합격자 2명이 임용을 포기한 것에 대해 "현재 공수처에는 검찰 파견 10명, 경찰 파견 15명 등 이미 수사관 수가 상당하다"며 "나머지 인원이 임용되면 수사관만 43명에 달해 수사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검사 13명은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을 받자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13명이 있다. 공수처 검사도 13명이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공수처의 수사역량이 검찰에 비해 한참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고위공직 범죄자들이 공수처의 허술한 수사력을 악용해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고위공직 범죄자들의 복잡하고 치밀한 범죄행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검찰도 수십 명의 노련한 검사를 투입하는데, 공수처 인원은 턱없이 적고 수사 노하우도 없다"며 "비리 수사를 용두사미로 끝내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결과만 초래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인 박인환 변호사는 "단순히 정원을 채우는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상 권력형 비리 수사라는 제 기능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불필요한 권력 기관의 총량만 커져서 국민의 아까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현 정권은 공수처 설립을 최대 치적으로 삼고 있어서 공수처 수사력 논란을 끝까지 부인할 것"이라며 "부정부패 척결과 국민의 안전 확보라는 근본적인 목표는 뒷전이고 오롯이 정치 논리에만 매몰됐다"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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