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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코인 광풍까지…은행서 돈 빠져나간다


입력 2021.05.10 06:00 수정 2021.05.07 10:4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銀 예·적금에서만 올해 23조5천억 '엑소더스'

투자 열기에 이탈 가속…은행 예대율 관리 '비상'

국내 5대 은행 예·적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예·적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의 예금과 적금에서 올해 들어서만 20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저금리로 기대할 수 있는 이자율이 낮아진 와중, 주식 시장의 열기와 가상자산 투자 광풍까지 몰아닥치면서 예·적금에 들어 있는 돈은 좀처럼 남아나지 않는 형국이다.


불어나는 대출을 떠받치기 위한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계속되는 자금 엑소더스에 고민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이 보유한 정기 예금과 적금 등 저축성 예금은 총 650조242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3조4886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금과 적금에서의 자금 이탈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월별로 보면 5대 은행의 예·적금에서는 올해 1월에만 6조1878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이어 2월에는 6381억원, 3월에는 3조5051억원으로 감소폭이 다소 주춤하더니, 지난달에만 13조1556억원이 급감하며 다시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은행별로 봐도 흐름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우선 국민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6조4334억원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해당 금액도 각각 5조6189억원, 5조1789억원씩 감소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의 예·적금 역시 각각 3조2197억원, 3조357억원씩 줄었다.


은행 예금과 적금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우선 제로금리 여건이 꼽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대까지 추락한 탓에 예·적금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역시 바닥을 기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당분간 현재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는 증시도 예·적금 부진의 핵심 요인이다. 증시에 불이 붙으며 은행에 들어 있던 개인 자금이 공격적 성향의 투자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진행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계속되는 공모주 청약 열기는 이런 흐름에 한층 부채질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29일 이뤄진 SKIET 일반인 공모주 청약에는 80조9017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모였다. 카카오게임즈 58조5000억원과 하이브 58조4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 63조6000억원 등에 이어 공모주 증거금 기록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비트코인이 8000만원을 넘나들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은행 예·적금을 깨면서까지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14일 국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8199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문제는 예·적금 감소로 은행들의 예대율 관리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예대율은 보유한 예금과 비교해 대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지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은행은 추가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은행들의 예대율은 이미 금융당국이 정한 마지노선에 임박한 상태다. 예금과 적금은 줄어드는데 대출 수요는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말 5대 은행들의 예대율은 평균 97.2%로, 1년 전보다 1.2%p 상승하며 100%에 육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 투자로의 자금 쏠림이 안정화 국면으로 접어들더라도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예금과 적금의 반등에는 제한이 큰 현실인 만큼, 은행들 입장에서는 선제적인 예대율 관리에 나서야 할 것"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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