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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품격⑥] 윤여정 오스카 주연상감 ‘계춘할망’…재관람을 권합니다


입력 2021.05.06 14:33 수정 2021.05.06 14:33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영화 '계춘할망'

<편집자 주> 명작은 시대가 흘러도 명작입니다. 대중과 첫 만남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한 작품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작품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때론 세세하게 때론 개인적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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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혜지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해녀 계춘(윤여정 분). 그러나 서울의 시장에서 혜지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12년 후. 계춘은 혜지(김고은 분)를 기적적으로 찾는다. 시간 때문일까. 혜지의 행동과 마음이 도통 알 수가 없다. 계춘은 여전히 손녀 생각만 하지만, 주위에서는 혜지에 대한 의심을 한다. 불량스러운 태도에 담배까지 피는 혜지지만, 계춘은 여전히 혜지만 보인다. 그런 가운데 혜지는 서울로 미술경연대회를 갔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이내 계춘은 혜지가 어릴적 헤어진 혜지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미 이제 계춘에게는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혜지가 아닌 혜지는 여전한 손녀였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서 다시 만난 계춘과 혜지. 둘에게 혈연의 문제는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줄거리)


유명준 : 윤여정 배우를 이야기하기 전에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류준열이 오랜만에 눈에 띄던데요. 양아치 역할.


홍종선 : 준열 배우는 작은 역도 마다하지 않고 나오는데, 그게 본인 이미지 저축에 좋다는 걸 잘 아는 것 같아요.


류지윤 : ‘글로리데이’나 ‘소셜포비아’에서도 그렇죠.


홍종선 : ‘침묵’에서도 작지만 강렬한 역을 놓치지 않아요. 우연찮게 대부분 악역이네.


유명준 : 전에 봤을 때는 김대명도 놓쳤는데, 이번에는 보이더라고요. 확실히 그 당시 조연급들이 주연으로 많이 떴어요.


홍종선 : 김희원 배우는 어땠어요? 김희원은 ‘불한당’에서 악역 이미지 연기를 너무 잘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계춘할망’에서의 선한 역도 너무 잘 어울려 보여요. ‘담보’에서도 성동일의 구박을 다 받으며 붙어 있는 후배고. 악역을 해도 인간적인 면모가 숨겨지지 않는 점 그게 배우 김희원의 매력이죠. 실물보다 잘 생겼는데, 화면에 잘 나오지 않는 것 같고.


류지윤 : 극과 극 얼굴을 너무 잘 소화해서. 귀여운 역할도요. ‘불한당’에서는 좀 귀여웠죠. 키고 크고 수트핏도 장난 아니죠.


유명준 : 10여 년 전 인터뷰 할 때는 순하긴 한데 뭔가 불안해보였는데, 요즘은 그런 것이 사라진 거 같아요.


홍종선 : 맞아. 완전 안정감 있어진. ‘계춘할망’에서 보면 이 삼촌 역할은 문제를 가져오고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할머니와 손녀가, 즉 윤여정과 김고은이 자기 역에 충실할 수 있도록 수레에 태워서 수레를 끌고 가는 인물이죠.


류지윤 : 수레라는 표현이 너무 딱 이네요.


유명준 : 자칫 인상이나 개입 정도에서 눈에 띌 것 같았는데, 의외로 튀지 않고 스며들더라고요. 신은정하고도 잘 맞고.


홍종선 : 맞아 신은정하고도 오랜 부부 같은 느낌. 김희원 배우에게 좀 더 큰 역이 맡겨지길 바라는 마음이죠. 충분히 해내고도 남을 그릇. 그리고 전 김고은 배우의 ‘계춘할망’ 연기가 너무 좋아요. 이토록 뽐내는 장면 하나 없이 연기한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 그래서 너무 좋고, 더 명연기로 보이는.


류지윤 : 김고은 배우는 상처 있고 불안한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것 같아요. 저는 ‘도깨비’ 때는 너무 별로였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김고은 눈동자 굴러가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홍종선 : 오. 맞아요. 눈동자 움직임까지 다 좋더라. 김고은은 상처 있고 불안한 캐릭터 연기에 1등? 보통 배우들이 상처의 결과를 연기하는데, 김고은은 상처의 내면을 연기해요. 연기력 끝내주는 배우. ‘도깨비’ 때는 손이 오그라든.


유명준 : 그런데 생각해보면 김고은은 역할 대부분이 상처입거나 불안한 캐릭터 아니었나요? ‘협녀’ ‘몬스터’ ‘차이나타운’ ‘은교’ 등.


홍종선 : 늘 그런 역이 김고은에게 가. 쉬운 연기가 아니니까. 상처를 드러내라고 하면 보통 너무 오버연기를 하지, 화내거나 울거나 침울해하거나.


유명준 : 전체적으로 뭔가 세련된 맛은 없는데, 우울하면서도 정돈된 느낌?


홍종선 : 이런 정돈된 연기 쉽지 않죠.


류지윤 : 본인은 불안한 연기를 하는데, 관객은 편안하게 바라보게 하죠.


홍종선 : 칸영화제에서 본 적이 있는데, 너무 밝아서 깜짝 놀랐죠. 이 ‘캔디’에게서 그런 연기가 어떻게 나오는가 싶어서. ‘차이나타운’ 때였는데, 젊은 아가씨가 그냥 칸을 막 즐기는 통통 튀어 다니는 느낌이었어요. 지윤 말이 중요한 거 같은데, 배우가 불안한 연기하면서 관객을 불안하게 하는 것보다는 고차원 연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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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 그 또래 배우에게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김고은 찾는.


유명준 : 그 즈음 라인들이 김고은, 박소담, 김태리에 김다미가 쫓아가는 분위기?


홍종선 : 그렇죠. ‘포스트 전도연’이 누구인가를 놓고 여러 배우가 물망에 올랐는데, 김고은이 그 중 가장 먼저 등장하고도 계속 자리 유지를 잘하는 듯. 김태리, 전종서 굵직한 배우들이 나와도 그렇고. 김다미는 완전, 단번에 역전하는 추세로 ‘마녀’로 등장했지만,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가서 살짝 물음표를 남긴 상황이랄까. 확실히 차기작이 중요해 보여요.


류지윤 : 저도 김고은에게 한표.


유명준 : 확실히 뭐든 차기작이 중요하죠. 김고은은 그런 면에서 작품은 잘 선택해요. 영화의 경에우는 흥행작은 없는 거 같은데, 나름 평가들을 잘 받죠.


홍종선 : 그런 면에서 ‘포스트 전도연’을 김고은, 김다미, 전종서 중 한명으로 보고 있었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김고은, 김태리 우세.


류지윤 : 저도 그 둘 고민했어요. 필모그래피는 김태리도 김고은 못지않게 잘 쌓아가고 있어요.


홍종선 : 김고은 김태리 두 배우는 이미지가 겹치지 않아서 함께 잘 갈 거 같아요.


유명준 : 전 김고은보다는 김태리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어요. 목소리 톤도 김고은보다는 안정적이고.


홍종선 : 스타성과 묵직함은 김태리.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지닌 면에서는 김고은. 김태리는 정말 딕션이 최고죠.


류지윤 : 김태리가 맡았던 역할을 김고은이 한다면 무난하게 잘 할 것 같은데, 김고은 역할을 김태리가 한다고 생각하면 약간 갸우뚱해져서 김고은에게 더 한표를.


유명준 : 신예 여배우들이 나와 스타성을 따질 때 가끔 가상으로 저들이 100m 레드카펫을 걸아가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봐요. 처음 거기에 섰을 때 사진기자들과 팬들이 몰려있는데 심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라는. 그런 면에서 김태리는 그냥 처음부터 원래 무난하게 걸어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다미 이런 친구들은 멈칫할 거 같은데.


홍종선 : 아우. 걷고도 남지. 누가 보면 중국 톱스타가 내한한 건가라고 생각할 정도의 기품과 자태가 있는.


유명준 :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윤여정 배우를 이야기하자면, 전 ‘계춘할망’ 다시 보면서 ‘미나리’ 본 사람들은 ‘계춘할망’ 꼭 다시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할리우드 배우들이나 그쪽 관계자들은 꼭요. 아마 다시 오스카 주연상 후보로 올릴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그리고 ‘미나리’의 할머니 연기보다 ‘계춘할망’ 할머니 연기가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더욱이 ‘계춘할망’이 5년 전 작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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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 ‘계춘할망’을 다시 보자고 제안했던 이유가 ‘미나리’의 순자와 너무 다른 연기이기 때문이죠. 할망 계춘은 티 없는 명연기, 정석의 할머니 연기고, 순자 할머니는 윤여정스러운, 캐릭터에 윤여정이 스며든 할머니죠. 정석의 연기로는 ‘계춘할망’ 쪽이 우위인데, 국내든 국외든 보면 ‘미나리’의 순자에게 매력을 느껴요.


류지윤 : 그렇죠. ‘계춘할망’은 누구나 동의할 법한 한국의 할머니, 순자는 윤여정표 할머니. 윤여정 배우도 순자 연기할 때 그런 점을 많이 염두했다고 하더라고요. 전형성 탈피.


홍종선 : 이 부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배우들은 자기를 묻혀 내면 욕을 먹어요. 연기 부족하다고, 그런데 이제 윤여정은 ‘윤며든’ 연기에 우리가 매력을 느껴요. 더욱 놀라운 건,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전작을 안 보고도 윤여정스러운 할머니 모습에 환호를 한다는 거죠. 그만큼 이미 자신을 묻혀낸 캐릭터가 안정됐다는 것이고, 매력이 철철 넘친다는 뜻이 아닐까. ‘그냥 나대로 연기하면 명연기가 되는 경지가 됐다’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류지윤 : 연기도 연기지만 태도나 신념이 확고하기 때문에 지금의 나이에도 본인의 색깔을 두드러지게 낼 수 있는 거 같아요.


홍종선 : 그 태도나 신념이 순자의 것과 여정의 것이 같으니까. 외국인들이 더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는 것 같고요.


유명준 : ‘미나리’의 윤여정의 연기가 조금 더 편해진 거죠. 어쩌면 예능을 하면서 그런 명이 조금 더 강하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전에는 연기자로서 연기를 보여줬다면, ‘미나리’는 윤여정스러움을 예능을 통해 진화시켜 보여준 모습이랄까. ‘계춘할망’을 보니 더욱 더 그런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그 전에 윤여정이 인터뷰 등을 통해 보여준 모습 등은 대중들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윤식당’ 등을 통해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거든요. 그런데 ‘미나리’에서 그런 부분들이 보였어요.


홍종선 : 예능도 어떤 설정된 모습으로 하는 게 아니라, 윤여정으로 임하는데 그게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나이 잘 드시고 계시고, 멋진 그레이 마마다 싶게.


유명준 : 요즘 나오는 광고도 다 그런 식이에요. “니 맘대로 사세요”


류지윤 : 세비지 그랜마


홍종선 : 이전에 인터뷰들이 자극적 멘트만 토막 내서 대중에게 오니까, 다소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 있었을 듯요. 예능은 연속적으로 보이니까 맥락이 이해되고. 그 분은 계속 그렇게 말해 온건데.


유명준 : ‘계춘할망’에서 치매 연기는 정말. 진짜 ‘미나리’나 ‘윤식당’에서는 회춘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홍종선 : 와 치매 연기 정말!!. 과하지 않게 그러나 더 가슴 저미게.


유명준 : 김고은 그림 보고 우는 모습이나, 그림 그릴 때 가서 얼굴에 물감 묻힐 때...어떻게 그런 표정이 나오는지.


홍종선 : 이게 혈육이 아닌 게 더욱 눈물 나게 하고. 할머니 손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과 소녀의 이야기로 다가오니까 더욱 감동적인 것 같아요.


류지윤 : 처음에는 흐름을 따라 보는데 이번에는 보면서 (손녀가 아님을) 언제쯤 알았을까. 이런 것도 염두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홍종선 : 맞아 언제쯤 알았을까. 미술 선생님께 부탁하기 전에 알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이 수군댈 때보다 먼저 담배 피우는 것도 알고. 미술 선생님에게 아가 세상 살맛 좀 알도록 그림 좀 가르쳐 달라고 이것저것 먹을 것 같다 주신 마음. 세상의 길 잃은 아이를 내 손녀로 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


류지윤 : 진짜 혈육이 아니라 전할 수 있는 감정이 더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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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 그러면서 핏줄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며 녹음해 남긴 말들은 명대사인 것 같아요. 그냥 원래 손주였다며. 그 당시 인터뷰해보진 못했지만, 영화 보면서 김고은한테 묻고 싶었어요. 그 녹음된 거 들으면서 눈물 흘린 것이 어떤 마음이었냐고.


홍종선 : 저는 ‘계춘할망’의 할머니 연기가 있었기에, 미나리 순자 연기가 더욱 빛났다고 봐요. 정석 연기 못해서 운여정답게 하는 게 아니고, 미국 간 딸이 고생하는데 정색하면 화 밖에 낼 게 없는데 그냥 유쾌하게 대하는 거지 딸과 사위, 손주들을 위해서. “뭐가 어때서 그러니, 바퀴 달린 집 재미있다 얘”,


류지윤 : ‘미나리’에서 보면 순자가 유쾌하게 대해주는데 한국에서 넘어올 때 본인 짐이 없어요. 다 자식 손주 줄 것들 바리바리 들고오고 자긴 사위 팬티입구.


유명준 : ‘미나리’든 ‘계춘할망’이든 다 ‘주는’ 캐릭터지. 한국 할머니. ‘계춘할망’에서 손주를 잃어버리고 찾아다니면서 기다리는 마음이나, ‘미나리’에서 불을 내고 미안한 마음에 떠나려고 했던 마음 모두 사실 같은 거죠. 미안함이고, 뭔가 해주려 했는데 마음대로 안 되는.


홍종선 : 그러니까. 너희는 나만 믿어, 나한테 기대, 네 편 해 줄게! 이런 마음이었는데. 뜻대로 안 된.


유명준 : ‘계춘할망’ 오랜만에 보니, 제주도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건 또 ‘낙원의밤’과 다른 느낌의 제주도라서.


류지윤 : ‘낙원의 밤’ 제주도가 푸른빛이면 ‘계춘할망’ 제주도는 유채꽃처럼 노란빛.


홍종선 : 그러네 푸른 빛, 노란 빛. ‘낙원의 밤’은 ‘물회를 먹고 싶다’였는데. 이번엔 정말 ‘제주도에 가고 싶다’, ‘그 바람을 맞고 물에 발 담그고 싶다’라는 느낌. 김고은 스쿠버다이빙 잘하는 덕에 바닷속 풍경도 감상하고


유명준 : ‘낙원의 밤’은 관광하러 가는 느낌이면, ‘계춘할망’은 휴식 취하러 가는 느낌이죠. 여러모로 ‘계춘할망’은 다시 조명되고 봐야할 영화인 듯 싶어요.


홍종선 : 다시 보면 좋을 듯. ‘미나리’ 순자와 대비의 맛을 즐기며.


유명준 : 앞서도 말했지만, ‘계춘할망’이 2016년도 작품인데, ‘윤식당’이 2017년부터였거든요. 만약 ‘계춘할망’이 2018년이나 2019년 작품이었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달라졌을 거 같아요.


<‘계춘할망’은>


홍종선 : ‘계춘할망’이 있어 순자 할머니가 오스카 삼촌을 만났다. 외국인들도 ‘미나리’ 보고 ‘계춘할망’ 봤으면. ‘죽여주는 여자’도 함께 추천! 정말 죽여주는 연기이고 영화니까요.


류지윤 : 상투적인 이야기도 또 보고싶게 만드는 윤여정의 힘


유명준 : 할리우드가 ‘계춘할망’을 꼭 보길. 미국서 개봉했으면.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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