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정유사, 유가 효과 없어도 2Q 실적 자신하는 이유


입력 2021.05.03 14:20 수정 2021.05.03 14:2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정제마진 배럴당 3달러 돌파…석화·윤활기유 등 非정유 강세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 잇따라 '깜짝 실적'을 거두며 지난해 5조원대의 손실을 안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부터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이다.


1분기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 상당 부분 정유사들의 실적을 견인했다. 2분기에는 이 같은 유가 효과 대신 정제마진 상승 및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非)정유 부문 호조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6292억원을 달성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16년 2분기 6408억원 이후 최고 실적이다.


이중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3420억원으로, 작년 1분기 1조190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유 부문에서만 2500억원의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재고평가이익은 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올리는 수익을 말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저유가일 때 구입한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해 정유사들이 그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해 1분기 5632억원의 영업적자에서 올해 1분기 4128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이중 정유 부문에선 211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현대오일뱅크가 거둔 1분기 재고관련이익은 1500억원이다. 여기에 글로벌 석유 제품 수요 증가로 주력 제품인 휘발유와 경유의 마진(제품-원유 가격차이)이 상승되면서 정유 부문 실적 개선을 보탰다.


유가 효과는 2분기부터는 상쇄될 전망이다. 1분기 20달러 이상 가파르게 올랐던 국제유가가 현재 60달러 초반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2분기 재고평가손익도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다른 긍정적 요인이 있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최근 배럴당 3달러를 돌파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데다,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윤활기유 실적이 워낙 탄탄해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 45%는 비정유 부문(석유화학, 윤활기유)에서 창출됐다. 윤활기유 부문 영업이익은 188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5.9%에 달한다. 회사 전체 매출액 비중으로는 9.8%이나, 영업이익에서는 30%를 기여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영업이익 46%가 석유화학과 윤활기유였다. 1분기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4128억원 중 석유화학 부문은 872억원, 윤활기유는 1030억원, 카본블랙 150억원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자동차 부품 및 가전 단열재 등으로 사용되는 PO(프로필렌옥사이드)가 수요 증가로 올해 1분기 제품 마진이 전년 동기 보다 150.5% 급등한 t당 1640달러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식품 용기 및 의료기기 등에 활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역시 포장재, 위생용 제품 수요 호조로 제품 마진이 t당 603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보다 50.4% 늘었다.


벤젠·톨루엔·파라자일렌(BTX) 역시 일본 지진 및 북미 한파로 인한 가동 차질로 제품 마진이 개선됐다. 윤활기유 역시 타이트한 수급상황이 지속되면서 제품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들 비정유 부문은 코로나 이후 쏟아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부양정책 등에 힘입어 수요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화학 시황 호조에 힘 입어 정유사들은 관련 설비 투자 역시 석화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복합시설인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올레핀 하류시설(ODC) 뒤를 잇는 2단계 프로젝트인 샤힌(Shaheen∙매)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으로 늘리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오는 11월 상업생산 예정인 중질유 석유화학분해시설(HPC)을 통해 폴리에틸렌 연산 85만t, 폴리프로필렌 50만t을 생산할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HPC 상업 가동 후 태양광 모듈 등 수익성 높은 친환경 화학/소재 다운스트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유 부문에서도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3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4월 둘째주 2.1달러, 셋째주 2.5달러, 넷째주 2.8달러를 기록한 뒤 다섯째주엔 3.2달러로 올라섰다. 운행 수요 등이 늘어나며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의 마진이 개선된 영향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아직까지는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나 국제유가 상승·석유제품 수요 회복 흐름이 정제마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9일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휘발유를 중심으로 제품 크랙이 개선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 수요가 회복되는 시그널도 나오고 있다. 4월 수준의 정제마진으로도 흑자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