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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어천가’에 토 나온다는 저 속 좁음을 어찌하랴!


입력 2021.05.03 05:00 수정 2021.05.04 20:54        데스크 (desk@dailian.co.kr)

민주당은 야당복, 코로나복, 이건희복에 감사 인사 올려야

문재인도 청와대 관계자 전언으로 전시 공간 마련 지시만

ⓒ 데일리안 DB ⓒ 데일리안 DB

대통령 문재인은 참 복도 많은 사람이다.


세월호와(그가 방명록에 희생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라고 썼다) 박근혜, 최순실 덕에, 그리고 주군이 탄핵당한 뒤(심지어 자기들도 앞장섰다) 지리멸렬해진 야당복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작년 봄엔 난데없는 중국발 괴질로 유권자들이 공포에 질려 정부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됨으로써 집권당이 대승을 거두는 코로나복도 누렸다.


그의 복은, 자신과 정부, 집권당의 위선과 무능, 오만과 독선에 의한 실정이 심판받은 지난 4.7 보선으로 더는 없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행운을 타고났다. 죽은 이건희의 복이 덩굴째 굴러들어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자, 빈자 가리지 않고 푼돈 나눠주거나 선심성, 일회성 사업 같은 포퓰리즘과 탈원전 등의 실정으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데 지난 4년을 보내고 난 지금 나라 곳간은 텅 빈 상태다. 지난해 말 국가 부채가 약 850조원, 1년 전보다 약 125조원이 늘어났다. 그래서 만날 하는 궁리가 (부자들에게) 세금 올리고 벌금 더 물리는 것이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이건희다. 그의 재산을 상속받은 유족과 삼성이 결정한 것이지만, 그는 결국 12조원이라는 상속세를 납부하고 병원 설립 등을 위해 1조원을 기부한다. 또 3조원 상당의 국보가 포함된 한국 고미술품과 해외 현대 미술 거작들 2만3000여 점도 나라와 국민들에게 통째로 바친다. 세계 미술사에 유례가 없는 규모의 기증이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와 정신인데, 돈으로도 모두 합해 16조원 상당이다. 코로나 재난 지원금 100만원을 전 국민에게 나눠 준 총액이 14조원이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이건희 돈으로 또 한 번 이런 선심을 쓸 수도 있다. 그랬다가는 큰 벌을 받을 것이다.


대한민국 한 해 전체 상속세 수입의 4배인 12조원도 세계 최고액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의 상속세율이 50%로 선진국의 30~45%보다 높은데, 이건희는 최대 주주라 할증 세율이 적용돼 남긴 재산의 60%를 나라가 가져가기 때문에 그렇다.


유족이 이런 납세액과 기부 규모를 정한 배경에는 물론 현재 삼성의 리더인 부회장 이재용의 구속 등 회사 사정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회 환원 규모와 의미를 생각할 때 그것을 ‘선처’와 관련지어서만 해석하는 것은 일평생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크게 남기고 떠난 거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2018년 기준 삼성의 매출액은 약 400조원, 이익은 72조원이다. 이건희가 취임한 31년 전보다 매출은 약 40배, 이익은 약 250배 증가했다. 같은 해 한국의 GDP가 1.6조 달러였으므로 약 1800조원이니 400조원을 해낸 삼성이 담당한 몫은 22%다. 국내총생산의 거의 1/4을 한 재벌 회사가 맡고 있다면 나라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문재인은 지난해 10월 이 위대한 인물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이번 유족의 상속세 납부와 미술품 기부 결정에도 그는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전시 공간 마련 방안 검토 언급에 그쳤다.


“(유족들이)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


그것도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을 통해서다. 이런 말을 왜 대통령이 직접 하지 않고, 하다못해 대변인 발표도 아닌 ‘청와대 관계자의 전하는 말’로 들어야 하는가? 감사는 표해야 하나 재벌에게 직접 머리 숙이진 못하겠다는 그들의 좁은 속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새 총리 후보자 김부겸은 또 ‘문화재를 국민 품에 돌려주는’ 결정이라는 식으로 기증을 깎아내리려는 속을 보이기도 했다. 그 돈은 국가와 국민 경제, 안보, 복지 등에 쓰일 것이고 그 미술품들은(이 중에 국보급 문화재는 극히 일부이다.) 국민들 문화생활은 물론 나라의 격을 높이게 될진대, 정부와 여당이 경의를 표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협량(狹量)들을 대신해서 황희의 문화체육부는 그의 평생 목표였던 세계 최고 수준의 <이건희 미술관>이 세워지도록 법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줘야 할 것이며 오세훈의 서울시도 미국 LA의 게티 박물관(석유 재벌 J. Paul 게티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Getty Museum)처럼 서울 최대 관광 및 문화 자산이 되도록 미술관 겸 공원 건립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말하지 않을 때, 집권당의 입이라는 사람이 뱉은 말은 읽기가 대단히 민망한 수준이다.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박진영은 엊그제 이재용 사면에 반대한다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다”고 적었다.


“법적으로 당연히 내야 할 상속세를 내겠다는 게 그렇게 훌륭한 일인가? 삼성 일가 상속세가 높은 이유는 글로벌 기업보다 그들의 지분이 많다는 뜻이다. 정경유착, 노동자와 하청기업을 쥐어짠 흑역사는 잊어버렸나? 그 많은 미술품을 모은 이유는 뭘까? 혹시 세금이나 상속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것이 문재인 집권 세력의 머릿속에 있는 의식이고 배 속에 있는 도량이다. 그들은 언론에 삼성이 미화되고 찬양되는 것이 지극히 못마땅하다. 문재인이 하는 일은 쇼일지라도 TV에 크게 나면 감읍하는 사람들이 그런다.


이건희는, 먹고 사는 일을 평생 한 번도 않고 입으로만 살아 온 운동권 출신의 그들처럼 돈을 번 사람이 아니다. 세계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밤낮으로 고민하고 연구하고 과감하게 결정해 밀어붙여서 얻어낸 결실이다. 자신과 가족도 부자가 됐지만, 20여만명의 삼성 사원과 대한민국이 세계적 브랜드 쌤썽(Samsung 의 미국식 발음) 때문에 어깨를 펴고 있다.


그런 사람이 또 사후에 엄청난 세금을 내고, 유명 미술품들을 사회에 내놓았는데, 찬사와 감사의 말 대신 욕을 해야 하나? 박진영은 지난 보선 과정에서 야당 후보들에 대해 “1년짜리 시장을 뽑는데 생지랄 공약을 다 내놓고 있다”라고 막말을 한 주인공이며 진보좌파 비판에 앞장서 온 진보 논객 진중권을 삼국지 ‘예형’(독설로 결국 죽음을 맞이한 인물)으로 비꼬아 비난한 사람이다.


문재인은 이건희에 대한 경의 표명은 않더라도 대깨문을 동원해 박진영 같은 속 좁고 천박한, 천방지축(天方地軸) 인사들은 늦기 전에 반드시 정리하기를 권한다. 천방지축 하면 몇 수 더 위인 추미애를 국민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더 천방지축 하도록 오래 놔두었던 걸 상기하면 실현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이 정권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고... 나머지 국민들은 이건희의 살아생전 업적과 죽고 나서의 기여에 잠시 옷깃을 여미는 자세를 취하도록 하자. 결국 대한민국 국민(후손)이 그 최대 수혜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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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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