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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소외계층을 담는 아카데미의 변신


입력 2021.04.29 14:35 수정 2021.04.29 15:09        데스크 (desk@dailian.co.kr)

ⓒ뉴시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25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원래 매년 2월에 진행되는 시상식이지만 올해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늦춰진 것이다. 그동안 아카데미는 백인중심 그리고 미국중심의 영화잔치였다. 유럽의 칸영화제가 세계를 대상으로 영화의 예술성에 초점을 두었다면 미국 아카데미는 미국영화를 중심으로 흥행위주로 시상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카데미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시상기준 등에 있어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소외계층을 담는 데에 치중했다. 이러한 오스카의 의지와 노력은 수상한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을 잃고 길 위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직장과 남편을 잃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주인공이 현대의 유목민이 되어 비슷한 처지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배우 윤여정이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영화 ‘미나리’ 또한 미국으로 이민 온 소외계층의 어려운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오스카는 미국에서 주류 계층에 속하지 못한 한국인 이민가정이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런 가운데 가족애를 잃지 않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를 택한 것이다.


인종차별을 벗고 화합을 선택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에 이어 올해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가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1960년대 흑인 인종차별을 다룬 샤카 킹 감독의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감독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다니엘 칼루야는 모두 흑인이다. 각색상을 수상한 ‘더 파더’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은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프랑스인이다.


연기자 또한 나이 많은 노인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으며 감독에는 신인 감독들이 부각되었다. 남자주연상을 받은 안소니 홉킨스는 올해 84세로 최고령 수상자가 됐고 여우주연상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65세다. 여주조연상에 윤여정 씨는 74세이며 후보로 함께 나온 글렌 클로즈 역시 같은 나이, 비슷한 캐릭터로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은 세계를 장악한 미국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의 장이었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신인에 가까운 젊은 감독들이 각축을 벌였다. 작품상에 클로이 자오를 비롯해, 각색상 에메랄드 펜넬, 각본상 플로리안 젤러, 편집상을 수상한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 등은 모두 과거에 비해 젊은 감독들이거나 신인들이 연출했다.


아카데미의 변신은 급변하고 있는 영화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물론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흥행 위주의 블록버스트 영화를 제작하는 할리우드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최근 사회환경의 변화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고 또한 기술혁신으로 실업이 늘어나면서 소외계층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이러한 현상은 깊어지고 있다. 아카데미는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경종을 울렸다. 우리 사회 또한 청년실업과 주택가격상승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노인들의 삶 또한 더욱 고단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영화 또한 아카데미처럼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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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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