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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가는 아이돌③] “손톱은 관리하면서, 멘탈은 방치한다고요?”


입력 2021.04.29 13:00 수정 2021.04.29 14:1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스타쉽, 아이돌 연습생 라이프 코칭 시스템 도입

"라이프코칭, 노래·춤처럼 하나의 수업 개념으로 접근해야"

ⓒ투래빗츠컴퍼니 ⓒ투래빗츠컴퍼니

그룹 몬스타엑스, 우주소녀, 크래비티 등이 소속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는 몇 해 전부터 아이돌 연습생을 대상으로 라이프 코칭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아이돌 가수 사이에 불안장애를 호소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이 이어지면서 이를 조기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기존 기획사에서 ‘치유’의 목적으로 정신과 전문의 등과의 상담 시스템을 마련한 것과는 달리, 스타쉽은 연습생들이 자존감을 높이면서 건강하게 목표를 이뤄갈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코칭’ 시스템이다. 표면적으로는 심리 상담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그릇으로 예를 들면,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충격에 의해 깨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그릇을 다시금 쓸 수 있게 ‘치유’하는 것이 심리 상담이다. 이와 달리 ‘코칭’은 원래 가지고 있던 그릇 자체를 크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스타쉽은 랩이나 댄스 등을 트레이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멘탈에 대한 트레이닝도 ‘기본’에 두고 투래빗츠컴퍼니 조정화 코치를 영입했다.


“원래 직업은 대기업 직장인이었어요. 지금 코칭하고 있는 연습생과 비슷한 면이 있었죠. 데뷔만 하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연습생처럼, 저 역시 대기업에 취업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목표를 이루고 나니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그게 끝이 아니었던 거죠. 엄청난 질문들이 제 삶에 찾아왔어요. 생각해보면 그때 내 자신에게 했던 질문들이 지금 코칭을 하면서 연습생들에게 하는 질문들과도 맞닿아 있더라고요. 당시 그 질문들에 스스로 응답해가면서 직업이 바뀌게 됐어요”


ⓒ투래빗츠컴퍼니 ⓒ투래빗츠컴퍼니

대기업에서 퇴사한 이후 조 코치 역시 전문가의 코칭을 받기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이었다. 이 경험은 조 코치가 직업을 바꾸게 된,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평소에도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던 그의 개인적인 호기심이 직업으로 발현된 것이다. 조 코치는 수년의 공부 끝에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으로 기업의 임원부터 일반인 등 다수를 대상으로 라이프 코칭을 진행했다. 그리고 최근엔 연예 기획사와 협업해 연습생들의 멘탈 관리로 영역을 확장했다.


“처음에 라이프 코칭을 의뢰하는 경우는 아이돌 연습생 친구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 때문이었죠. 아이돌의 경우 기획사의 엄격한 관리, 통제 하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지시하고 통제하는 걸로 끌어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하죠. 데뷔가 최종 목표가 아닌 데뷔 이후의 꿈, 즉 모두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데뷔를 넘어 꿈을 나눌 수 있어야 그릇이 커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코칭 시스템을 도입한 건, 더 좋은 방향으로의 성장·육성에 대한 기획사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죠”


기존에는 아이돌이 직접 심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이미 누가 봐도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오면 대학병원의 전문의를 불러 상담을 하는 식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기획사가 대부분이었다. 업계에선 기획사 내부에 상주하는 상담사를 두고, 정기적인 심리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이 같은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비용’에 초점을 맞추면 내부에 상주하는 코치를 두긴 힘들죠. 나쁜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병원에 가지 않고, 치료비용을 지불하기 아까워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투자’라고 생각하면 관점이 달라져요. 코칭, 상담을 통해 개인의 색깔이 뚜렷해지고 자신감이 드러날 때 그룹이든, 개인이든 사회적 자산이 되는 거잖아요. 덩달아 그룹의 브랜드 파워도 높아지고요”


조 코치에 따르면 스타쉽을 비롯해 다른 기획사에서도 조금씩 코칭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는 아이돌 연습생 전문 코치진을 구성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코칭 시스템이 확산되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신이 가진 꿈을 실현하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모두 갈아 넣어야 가능한 시스템이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꿈을 포기하거나…. 매우 극단적이죠. 평범한 개인도 꿈을 가지고, 건강하게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합니다. 연예인이 대중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상이고, 목적이 명확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에게도 좋은 샘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투래빗츠컴퍼니 ⓒ투래빗츠컴퍼니

아무리 좋은 상담사, 코치진이 있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미지’로 먹고 사는 아이돌 가수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정신과적 상담’이 아닌 ‘라이프 코칭’이 하나의 수업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외형적으론 별 거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단순히 이야기를 나누는 거니까요. 그런데 코칭이 진행되는 동안은 저와 상대방만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그 안에 들어가야 할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눠요. 철저히 개인 맞춤형 커리큘럼이죠. 어떻게 보면 상담을 받는 사람과 커리큘럼을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라고 할까요? 일방적으로 돕고, 받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탄탄하게 만들어가면서 상담자가 스스로의 주인이 되게끔 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함께 목표 설정을 하고, 주제들을 정했다면 그것들을 바탕으로 일종의 ‘과제’가 주어진다. 연습생들은 다음 수업 전까지 정해진 과제를 실행하는 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제는 누군가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거나, 평소 하지 못했던 마음을 표현하는 등의 소소한 것들부터 시작한다. 최종적으로는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목표를 이뤄가도록 서포트 하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


“연예인들이 ‘제 퍼스널 트레이너에요’ ‘제 담당 변호사에요’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이젠 ‘제 라이프 코치에요’라고 소개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해요. 하나의 파트너로서 존재하길 바랍니다. 코로나19 때문도 있지만 사회가 급변하고 미래가 불확실하고, 시스템이 변하고 있잖아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사회나 회사가 책임져줄 순 없어요. 결국은 스스로 해내야 하는데,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거죠. 생각해보면 20여년 전만해도 네일아트를 두고 ‘왜 손톱에 돈을 쓰냐’고들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손톱을 관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죠. 하다못해 손톱도 관리하는 시대인데, 내 삶을 이끌어 가는데 가장 중요한 멘탈 관리는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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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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