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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권고 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무 휴가로 바꿔야"


입력 2021.04.22 05:00 수정 2021.04.21 22:14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대부분 동료들과 함께 접종, 대체 인력 없어…과중한 업무 부담에 눈치 보여 쓸 엄두도 못내

"꾀병 부리는 것으로 보일까 우려…근무 걱정 없으면 백신 접종률도 올라갈 것"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을 브리핑 하고 있다. ⓒ뉴시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을 브리핑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4월 말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 3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 이후 후유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밤새 앓는 것은 물론, 일주일 이상 두통과 근육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이번 달부터 백신 접종 권고 휴가제를 도입했지만 과중한 업무 부담과 대체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눈치만 보며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이 동료들과 함께 접종을 하기 때문에 백신 후유증이 발생해도 대체 인력이 전무해 근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대학병원에서 치위생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에 대한 걱정에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3월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 당시 이틀이나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앓았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A씨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 2명과 같은 시간에 접종을 마쳤고 3명 모두 극심한 오한과 근육통에 시달렸다”며 “대체 인력이 없어 모두 증상을 떠안은 채 근무에 임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백신 권고 휴가제 도입 이후 2차 예방 접종에 대한 안내가 나왔지만 이전과 같이 3명이 함께 맞는다는 말 외에 휴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다시 3명이 함께 접종하게 되면, 휴가를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 B씨는 코로나19 백신 휴가 권고가 시행된 4월 1일, 2차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쳤다.


B씨는 백신 접종 후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를 보였지만 근무할 수 밖에 없었다. 백신 접종 권고 휴가제가 시행된 첫날이었지만 휴가에 대한 고지는 없었던 것이다.


현재 B씨가 근무하는 병원 노조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다음날 휴가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유증으로 쇼크 등의 응급상황이 와도 바로 대처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인들의 경우 증상 모니터링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의료계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근무 중인 C씨는 13일 AZ 백신 접종을 마쳤다.


C씨는 백신 접종 후 발열과 오한, 부기 등의 후유증을 앓았지만 휴가를 쓸 수 없었다. C씨는 “증상이 없는 동료들 사이에서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보일까 걱정됐다”며 C씨는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백신 권고 휴가제에서 의무 휴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권성택 회장(서울대학병원 성형외과)은 “권고 휴가는 의미 없는 제도”라고 잘라 말하고 “앞으로 백신 접종 직군이 다양해지면 버스 운전사와 택배 기사, 건설 현장직 등은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직도 국민들이 백신 접종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휴가라도 의무적으로 부여해야한다"며 "의무 휴가가 도입되면 휴가를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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