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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 감춰진 속내, 마이크가 꺼졌을 때 드러난다


입력 2021.04.21 01:00 수정 2021.04.21 05:56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마이크 꺼졌네' 방심했을 때 나오는 속내

뒤늦게 켜진 것 알고 與핵심들 당혹·사과

김상희 국회부의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진성준 의원의 공통점은 뭘까.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속내를 드러냈다가 홍역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좀처럼 알 수 없는 집권세력의 속내는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드러나곤 한다.


여당 소속 국회부의장 "어휴, 아주 신났네"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20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20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중립성 문제를 지적한 뒤 들어가면서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잘했어" 등의 격려를 받는 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어휴, 아주 신났네 신났어"라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다음 질문자인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발언석에 선 상태라 자신의 마이크가 꺼진 것으로 착각하고 이같은 조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음날인 20일 김 부의장이 대정부질문 사회를 보기 위해 의장석에 앉으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과부터 하세요" "부의장 자격이 없다" 등의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김 부의장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회의를 진행하려 했고,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야당 의원 뒷담화 "어이가 없다"


지난해 9월 당시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해 9월 당시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김 부의장에 대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추 전 장관 역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야당 의원을 비난했다가 사과했던 전례가 있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정회되자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야당 의원 '뒷담화'를 했다. 당시 추 전 장관 아들의 군 휴가 의혹이 일파만파였다. 옆자리에 있던 서욱 국방부 장관이 "많이 불편하시죠"라고 말하자 추 전 장관은 "어이가 없다. 저 사람(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 안 하고 국회의원 하기를 참 잘했다. 죄 없는 사람 여럿 잡을 것 같다"고 비꼬았다.


해당 발언은 그대로 생중계로 송출됐고, 정회 후 속개된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곧바로 이를 문제 삼았다. 이에 추 전 장관은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문정부 2년차 '레임덕' 고백


2019년 5월 당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5월 당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로 인한 당혹스러운 일은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이었던 2019년 5월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현 통일부 장관)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나란히 앉았다.


회의 시작에 앞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라고 말했고, 김 실장은 "그건 해주세요.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라고 답했다. 대통령 임기가 5년 중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정부 관료들이 마치 임기말 레임덕 시기처럼 청와대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원내대표는 국토교통부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단적으로 김현미 장관 그 한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라고 했고, 김 실장은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라며 동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하고…"라며 정부 관료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던 중 김 실장은 자신들의 방송사 녹음용 마이크가 켜져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이거 (녹음)될 것 같은데, 들릴 것 같은데"라고 말하면서 대화가 중단됐다. 이는 '레임덕 밀담'으로 불리며 "집권여당과 청와대의 핵심 인사들이 무능을 고백했다"는 야당의 지적을 받았다.


재보선 앞두고 생중계 된 깊은 한숨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도 사고는 터졌다.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정책조정회의에 앞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부산을 또 가야겠네. 하 참"이라며 깊은 한숨을 쉬는 모습이 포착됐다. 민주당은 당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를 통해 정책조정회의를 생중계하고 있었기에 시작 전 발언은 고스란히 공개됐다.


당시 야당은 "민주당 원내대표가 부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알맹이가 빠진 채 통과될 전망이라는 기사에 대한 언급"이라며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부산시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통과시킬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토론 끝나고 "집값 안 떨어집니다"


지난해 7월 MBC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지난해 7월 MBC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7월 MBC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토론을 마친 뒤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모르고 "그렇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안 떨어질 겁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진 의원의 발언은 토론을 마친 뒤 출연자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상황에서 나왔다. 김현아 당시 미래통합당 비대위원(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집값 떨어지는 것이 국가 경제에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그렇게 막 떨어뜨릴 수 없어요"라고 하자, 진 의원은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이 뭐 어제오늘의 일입니까"라고 반응했다.


김 위원이 "아니, 여당 (국회) 국토교통위원이 그렇게 얘기하면 국민은 어떻게 하느냐"라고 했지만, 진 의원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진 의원은 실제 토론에서는 "이제야말로 부동산 정책의 원칙이 확립돼야 할 때가 왔다. 이것은 이 정부라서 이런 정책을 고수한다고 하면 안 되고 정권이 바뀌어도 이 정책이 계속 고수돼야 된다"라며 정부 여당의 정책을 옹호했다. 이 때문에 '토론의 99분은 거짓이고, 마지막 1분이 진짜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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