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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과거에 갇혀 정신승리" 철학자 최진석, 초선들 앞에서 직설


입력 2021.04.20 15:25 수정 2021.04.20 17:00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당대표 후보가 '친일 잔재 청산' 내걸자 비판

한국 사회 '과거'에 갇혔다며 "미래를 읽어야"

야당과 협치 어려움 토로한 초선 유정주 의원

최진석 "생각 다르다고 악으로 여기면 안 돼"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1탄'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1탄'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교수가 20일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쓴소리'를 듣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 앞에서 "사람이 생각이 끊기면 과거에 갇히고 정신 승리에 빠지게 된다"고 직격했다.


최진석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지지자였으나 최근에는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그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원수이지 민족의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추진한 5·18 역사왜곡처벌법, 민주유공자예우법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최 교수는 이날 여의도 이룸센터 현장과 온라인으로 참석한 40여명의 초선 의원들 상대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우원식 의원이 '친일 잔재의 완전한 청산을 다짐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이분들이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를 패배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현실을 보고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하고, 가장 중요한 일에 자신의 의식을 집중하는 것, 이것을 '생각한다'고 표현한다. 생각이 없으면 현실을 관찰하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친일 잔재 청산이 아니라 반도체"라며 "반도체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안보의 문제까지 좌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과거에 갇힌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역사 속에서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에 살아서 성공한 인간은 없다. 미래를 읽는 인간이 주도권을 잡는다"고 말했다.


또 노영민 전 주중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임장 제정식에 앞서 방명록에 조선시대 명나라를 숭배하는 뜻에서 사용됐던 '만절필동'(萬折必東)을 썼던 것을 언급하며 "결국 친일 잔재 청산이라는 아젠다가 대한민국의 독립적 자존감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1탄'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1탄'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민주당 소속 인사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경우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개정한 것을 두고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최 교수는 "(후보를 안 냈다면) 서울시장·부산시장을 뺏기는 대신에 존엄을 지킬 수 있었다. 이것이 더 가치 있음을 아는 것이 바로 철학적 능력"이라며 "존엄을 지키면 손해를 보느냐, 꼭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초선인 유정주 의원은 '준비가 안 된 상대(야당)와 협치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국민에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지 고뇌가 있다'고 질문하자, 최 교수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건 전적으로 개인적 판단"이라며 "자신의 판단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고 이 기준에 맞으면 함께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악으로 받아들이는데, 협치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한 사람을 상종하지 못할 사람, 틀린 사람, 잘못된 사람으로 보지 않을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 81명의 모임 '더민초'는 4·7 재보궐선거 이후 당의 쇄신 방향에 대한 '쓴소리' 공개 강연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음 강연에는 김태일 교수가 나선다. 이들은 9개 모둠별 토론을 자유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초선 의원들의 쇄신안을 발표해 당 지도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조국 사태와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한 입장이 포함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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