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슬기로운 국회생활] 국민의힘, 새 지도부 구성 앞두고 난무하는 '뻥카'


입력 2021.04.16 07:00 수정 2021.04.16 05:59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101석 정당에서 '지도부' 손 든 사람만 수십명

실제 생각 없어도 하마평 즐기는 '뻥카' 난무

국민들 눈엔 金 말대로 "아사리판"으로 보일 듯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이 새로운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시끌벅적하다. 당 중진은 물론, 초선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까지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나면서다.


원내대표와 당대표, 최고위원 호보군에 오르내리는 사람만 수십여 명이다. 축제날 '당직자 폭행' 논란을 일으킨 송언석 의원의 탈당으로 국민의힘 총 의석수는 이제 101석으로 줄었다. 101석 정당에서 지도부가 되겠다는 사람이 대충 잡아도 30%는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중 대다수는 실제로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출마를 위한 기탁금으로 큰 돈을 내야 하는 것부터가 현실적 제약 요소고,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을 즐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경선 출마는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정치인으로서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길이다. 출마 직전 '단일화' 등으로 양보를 하고 물러날 경우 사실상 공짜로 '대인배'의 이미지도 챙길 수가 있다. 다수의 의원들은 이런 부수효과를 기대하며 짐짓 '뻥카'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국민들의 눈에 지도부가 되겠다고 다툼을 벌이는 것이 권력을 잡기 위한 아귀다툼으로 비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그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다투는 사람'도 많아 보이게 된다.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런 국민의힘 상황을 두고 '아사리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의원들이 정강·정책에 따라 입법 활동하는 것도 전혀 안 보인다. 그러니 국민이 '저 당이 진짜 변했나'라는 말을 한다"며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국민의힘으로 대선을 해볼 도리가 없다"고 했다.


네 번째 비대위 만에 성공적으로 제1야당의 '비상 체제'를 마친 김 전 위원장의 퇴임 기자회견날, 그의 뒤에는 "이제 국민의 시간입니다"라는 글이 크게 적혀 있었다.


맞다. 지금은 국민의 시간이다. 5년 만의 선거 승리로 당 정상화의 기틀은 마련됐겠지만, '국민의힘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뻥카'를 들고 축제를 즐기는 사이 그 시간을 영영 놓칠 수도 있겠다 싶어 드리는 말씀이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