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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도 안전벨트 매야 하나요?…전 좌석 의무화 3년째, 여전히 생명의 띠가 아니었다


입력 2021.05.08 05:00 수정 2021.05.08 09:14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안전벨트 미착용시 사망률 4배…안전벨트 경고음 차단 클립 유통과 판매중지 법안까지 발의

"처벌 목적이 아닌 안전벨트 착용 100% 문화 정착을 위해 단속 강화해야"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와 광고전문가 이제석씨가 협업해 제작한 '안전띠 캠페인' 홍보물ⓒ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 제공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와 광고전문가 이제석씨가 협업해 제작한 '안전띠 캠페인' 홍보물ⓒ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 제공

신록이 우거진 5월은 가정의 달인 만큼 가족 단위의 야외 활동이 빈번해져 다른 달에 비해 교통사고를 비롯한 안전사고 발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교통사고가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됐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좌석 버스와 택시에서는 전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7일 오후 기자가 탑승한 한 좌석 버스의 경우 한 시간 가까운 운행 시간에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승객들이 대다수였다.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안내 방송은 나오지만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


일산에서 서울까지 운행하는 버스운전사 A씨는 “승객들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말해도 듣지 않는다”며 “긴 노선 상 최소한 40분은 버스를 타야 하지만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승객은 거의 볼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버스 운전 급정거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단속을 통해서라도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가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좌석버스의 경우 대부분의 승객들은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가 시행된 줄을 모르고 있었다. 자가용이 아닌 버스이기 때문에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가 시행이 된 줄도 몰랐다”며 “버스에 탈 때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건 알지만 대부분 이어폰을 꽂고 있어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삼송에 거주하는 대학생 C씨는 “좌석 버스를 자주 이용하지만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을 하는 줄도 몰랐다”며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벨트는 내릴 때 벨트를 풀어야 하는 것이 번거롭고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습관 자체가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택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앞좌석의 경우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단속반의 눈에 띄기 쉽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소리가 나서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지만, 뒷좌석의 경우는 사실상 사각지대로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는 헛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업무 상 택시를 자주 탄다는 직장인 D씨는 “장거리를 타도 뒷좌석에서는 안전벨트를 잘 착용하지 않는다”며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안내하는 택시 운전사들도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20년 째 택시를 운전 중인 택시 운전사 E씨는 “뒷좌석의 경우 통상 20% 정도만이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 같다”며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말을 했을 때 퉁명스럽게 대답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경우도 있다. 야간 운행 중에는 술에 취한 손님들이 많아 더욱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 “앞좌석에 탑승한 승객에게 소리가 나지 않게 안전벨트를 착용해달라고 하면 소리가 나지 않는 뒷좌석으로 옮기는 경우까지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 중인 도로교통법상 안전벨트 착용에 대한 단속과 안전벨트 미착용 시 과태료를 부과가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단속 시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김도경 교수는 “뒷좌석 안전벨트 단속의 경우 앞좌석처럼 육안으로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일이 경찰이 차를 세우고 단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기술이 발전해 뒷좌석의 안전벨트 칙용 여부까지 인식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기 전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처벌을 목적으로 한 안전벨트 착용 단속이 아닌 '안전벨트 착용 100%'라는 문화의 정착을 위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7일 차량 탑승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자동차용품의 생산과 유통을 제재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안전벨트 미착용 시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증가한다는 이유로 2017년 2월 안전벨트 경고음 차단 클립에 대한 유통과 판매중지를 권고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협약식을 맺어 안전벨트 경고음 차단 클립을 포함한 소비자의 생명, 신체 재산상 중대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제품을 ‘위해 제품’이라 지칭하고 판로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안전벨트 경고음 차단 클립을 ‘유통’ 단계에서만 대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해당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대상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송옥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이 미비한 법적 규제를 마련하는 내용으로 안전 운행에 필요한 구조와 장치의 성능을 저해하는 용품을 ‘안전성능저해용품’으로 규정하고 이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송 의원은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안전벨트 미착용은 교통사고 시 사망률을 최대 4배까지 높인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국민 안전보호와 건전한 교통질서 확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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