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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박원순 지우기' 본격화…태양광·시민단체부터 사라진다


입력 2021.04.13 05:00 수정 2021.04.13 05:08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태양광 미니 발전소, 도시농업,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사업 '보류·폐기' 예고

이상휘 세명대 교수 "이념 보다는 실리에 집중…모든 행보를 정치적으로만 해석 곤란"

"박원순 시장이 대권 염두에 두고 시민단체 우후죽순 늘려 세금낭비 비판 많았다"

(사진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데일리안 (사진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데일리안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서울시청으로 복귀하면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해온 사업들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각계는 오 시장이 '박원순 흔적 지우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행보를 박 전 시장에 대한 보복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 시장은 박 시장 정책 중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태양광 미니 발전소 사업, 도시농업 사업 등을 보류·폐기할 예정이다. 또한 박 시장 임기 동안 서울시에 등록된 시민단체 수나 지원 규모가 지나치게 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서울시장 후보 매니페스토(선거공약)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서'에 따르면 오 시장은 태양광 지원센터, 태양광 미니 발전소, 태양광 커뮤니티 발전소 사업은 '보류·폐기'하겠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7년 박 전 시장은 2022년까지 원전 1기 설비 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로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이른바 '태양의 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면 설치비의 최대 75%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 사업은 현실적인 여건은 무시한 채 선언성 목표치만 제시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실제 서울시는 미니발전소 설치 목표를 지난해 절반으로 하향 조정해 비판을 받았다. 또 '친여 업체'에게만 특혜를 줬다는 이른바 '태양광 업체 몰아주기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데일리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데일리안

아울러 오 시장은 미래 도시농업 육성, 서울 농부 등록제, 도시농업 체험 공간, 도시농업공동체 등 도시농업 사업의 보류·폐기를 예고했다. 박 전 시장은 취임 직후 '서울 도시농업 원년'을 선포하고 도시농부 100만명 시대를 열겠다며 2024년까지 도시농업 공간을 72만평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도시농업추진단 구성을 지시하며 2015~2017년 사이 총 10곳의 도시농업 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낮은 경제성과 주민들의 외면으로 5년 만에 과반이 폐쇄돼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오 시장이 "수천억원을 들여 벽에 페인트칠한 게 전부"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사업'도 관련 부서의 조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 시장은 도시재생본부의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인허가를 담당하는 도시계획국과 주택국을 통합해 시장 직속 '주택도시본부'를 만들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또 오 시장은 박 전 시장의 중점 추진사업인 시민숙의예산제,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정책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등도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박 전 서울시장이 재임한 지난 9년간 시민단체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이 지나쳤고,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 주요 직책을 대거 차지해 졸속시정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듬해인 2012년부터 9년간 서울시가 각종 시민단체에 지원한 보조금 예산 총액은 200억 516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1278개였던 서울시 등록 시민단체는 2295개로 80%나 급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출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출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2008년 당시 오 시장 비서실 민원비서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을 거친 시사평론가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오 시장이 '행정의 연속성'을 중시하고 '중도 개혁' 성향이라고 평가하면서 오 시장의 행보를 정치적 보복 차원의 '박원순 지우기'로만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오 시장은 이념적 문제보다는 실리에 집중하겠다는 신념이 강한 편으로 모든 행보를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면 곤란하다"며 "부동산, 코로나 방역, 시민단체 관련 정책 손질은 박 시장 임기 10년 동안 '시민들에게 얼마나 이익을 줬느냐'는 의문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 시장이 태양광 미니 발전소 및 도시농업 사업 폐기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오 시장은 환경 변호사 출신으로 환경문제에 누구보다도 전문성과 신념이 강하다"며 "이들 사업의 친환경 기여도, 효율성에 대해 고민했고 이들 정책 폐기에 따른 대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어 시민단체 비대화 문제 관련해서는 오 시장이 여권 및 시민사회와 다소 마찰을 빚더라도 과감한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박 시장이 본인의 대권을 염두에 두고 시민단체를 우후죽순으로 늘린 탓에 세금 낭비와 정책 모순이 상당하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잘못된 정책 개선 차원에서 이 부분은 충돌을 불사하면서도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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