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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안희연 "'어른들은 몰라요', 나를 무너뜨려준 고마운 첫 작품"


입력 2021.04.12 08:21 수정 2021.04.12 08:2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12년 EXID로 데뷔

"계약기간 만료 후 고민 많았을 시기 제안 받아"

"좋은 영향력 주는 배우 되고 싶다"

ⓒ리틀빅픽처스 ⓒ리틀빅픽처스

후드를 뒤집어쓰고 별안간 세진 앞에 나타나 가출 4년차라고 소개하는 18세 주영. 반바지 밑에 드러난 타투와 쉬지 않고 담배를 찾는 모습에서 어른들의 보호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 주영은 가출한 세진과 우연히 만나 그의 '유산 프로젝트'에 가담한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을 만든 이환 감독의 신작이다. '박화영'은 가출 청소년들의 생존기를 현실적으로 드러내 호평을 받은 바 있어 자연스레 '어른들은 몰라요'에도 기대가 쏠렸다. 극 중에는 어느 하나 정상적인 청소년 캐릭터가 없다. 임신을 한 후 가출한 세진, 무작정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에 합류한 가출한 주영과 길에서 만난 스무살의 재필. 그리고 이들은 빈 집에서 마약을 하거나, 제약회사에서 약을 훔쳐 먹거나,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며 '유산 프로젝트'를 행한다.


안희연은 극중 주영 역을 맡아 그 동안 이엑스아이디(EXID) 활동을 통해 보여줬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배신했다. 주영은 욕과 담배는 기본이며 마약과 도둑질까지 서슴치 않는다. 거리의 위험한 청소년의 주영은, 안희연이 배우로 처음 맞이하게 된 캐릭터였다. 안희연은 '어른들은 몰라요'를 출연을 결정할 때 용감한 상태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전 소속사와 계약을 끝냈고 다음을 생각해야 했는데, 그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내가 나에게 '뭐가 좋아?'라고 질문을 던져도 대답이 안나오더라고요. 오랜 시간 활동에만 몰두하다보니, 제 안에 무언가를 하나 잃은 느낌이었어요. 잃어버린 무언갈 찾아오자란 느낌으로 편도로 티켓을 끊고 여행을 갔고, 그 곳에서 이환 감독님에게 DM을 받았어요. 만약 제가 '난 이제 배우를 해야지'란 마음이었다면 조금 더 깐깐하게 따졌을 것 같아요. 하지만 미래에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태에서 감독님의 제안은 절 두근거리게 했어요. 그 두근거림이 제게는 충분한 동기가 됐고요."


안희연은 연기 경험이 전무한 자신을 비중있는 역할에 캐스팅한 이환 감독에 대해 "이상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박화영'을 보며 '잃어버렸던 무언갈' 이환 감독이 찾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단다. 출연을 결정하고 안희연은 주영이 되기 위해 촬영 전 두 달 여간 진행되는 이환 감독의 워크샵에 참여했고, 배우의 첫 걸음을 이환 감독과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이라 칭했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감정이 올라오고, 이 감정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펼쳐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사실 감정이 올라오는게 뭔지도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 환경에서 틀림이란 없었어요. 맨땅에 헤딩하고 의견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이 과정이 제가 처음 만난 연기였어요. 어떤 캐릭터를 해도 이 워크샵이 생각 안날 순 없을 것 같아요.이곳에서 경험한 것들을 제가 다른 작품에서 적용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현장에서 봤던 유미를 따라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리틀빅픽처스 ⓒ리틀빅픽처스

주영은 세진과 만나 5분의 대화도 나눠보지 않은 채 자신과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민다. 또 낙태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세진의 걸음을 기꺼이 따라나선다. 또 주영은 맹목적으로 세진을 보호하고 따른다. 이틀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주영과 세진이란 인물은 어떻게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을까. '어른들은 몰라요'란 제목처럼 어른인 안희연도 이 부분을 납득하기 쉽지 않았다. 이환 감독이 만들어준 주영의 전사를 듣고 나서야 조금은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께서 들려준 전사 속 주영이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었는데 친한 두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오해로 다른 두 친구가 교실에서 칼부림이 난거죠. 관계 안에서 오해가 있었고 주영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프레임이 씌워진 인물이었어요. 가정, 학교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도망쳐버린 아이인거죠.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주영 전사 워크샵'을 또 진행하셨어요. 감독님이 엄마, 아빠, 친구가 되어주며 실제 주영이 경험했을 법한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셨어요. 그랬더니 세진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왔어요. 세진에게서 외면 당했던 주영이 보였고, 그 친구들의 모습도 보이더라고요. 그 친구들에 대한 죄책감이 반영돼 세진에게 잘해준게 아닐까란 명분이 생겼어요."


안희연은 영화에서 처음 연기라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표현력을 보여준 세 장면이 있다. 약에 취해 과거를 털어놓는 장면과 재필의 협박으로 인해 세진에게 위해를 가하는 장면, 그리고 그런 세진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다. 이 세 장면에서 만큼은 이엑스아이디의 하니는 없고 배우 안희연만 있을 뿐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른 장면은 감정적인 고민이었지만 약에 취한 장면 만큼은 어떻게 해야 주영의 이상함을 표현할 수 있을지 테크닉을 우선시했어요. 감독님께서 머리를 계속 쓸어넘기는 반복적인 행위가 위화감을 주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또 담배를 쉬지 않고 계속 피는 행위도요. 또 여기서 주영이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어요."


세진에게 위협을 가하는 장면은 영화 통 틀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 장면을 해냄과 동시에 주영이 아닌 안희연으로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우리는 남을 해치지 않는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살잖아요. 그런데 그 선을 넘어가고 무너지는 신이었어요. 워크샵 때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어떤 상황과 말로 주영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더라고요. 감독님이 결국 돼지고기를 사오셨어요. 사람 치는 촉감과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돼지고기를 돌로 치는데 얼이 빠져버렸어요. 너무 끔찍한 촉감이었거든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너무 힘들었지만 해방감을 준 신이기도 해요. 저는 무너지면 죽는거라고 생각해왔나봐요. 이 신을 찍기 위해 안희연이 정해놓은 선도 부숴졌어요."


ⓒ

주영은 세진과 이별 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안희연은 주영이 꿈도 갖고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영이는 집에 돌아갔을 것 같아요. 살면서 처음으로 세진에게 용서란 걸 받았거든요. 벼랑 끝에 서 있지만 밀지 않아준게 참 고마웠을 겁니다. 집으로 돌아가 다시 삶을 시작하며 비로소 꿈도 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안희연은 이 작품 후 웹드라마 '엑스엑스', MBC 시네마틱 드라마 'sf8-하얀까마귀', 카카오 오리지널 '아직 낫 서른'의 주연을 맡으며 연기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이 배울 점이 많지만 연기를 하는 순간 자체가 그저 재미있다.


"'어른들을 몰라요'를 찍고 너무 좋았는데 이게 '어른들을 몰라요'에 함께했다는 행위가 좋았던건지 단지 연기가 좋았던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정반대의 환경에 날 놔봐야겠다 싶었어요. 그게 웹콘텐츠였고요. 숏폼이고, 환경도, 타겟층도 다르니까 도전해봤어요. 그래도 주영이란 캐릭터가 제게 붙어있어서 걱정스럽더라고요.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캐릭터와 멀어지는 방법 중 하나가 다른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셔서 용기를 얻었어요. 그래서 해봤더니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계속하고 있네요.(웃음)"


그는 17살에 연습생을 시작해 20대 이엑스아이디의 하니로 활동하고 올해 서른이 됐다. 10대 후반부터 20대 마지막까지 미래만을 위해 경주마 처럼 달려온 안희연. 그는 앞만 보고 달렸던 20대와는 달리 30대에는 여유를 가지고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20대의 저는 굉장히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어요. 60살까지 계획이 있었어요. 계획도 10년 단위, 연,월, 주간, 일 계획이 짜여져 있어요. 지금 해야 될게 항상 있는 사람이었죠. 여유는 나태하고 유해한 것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러닝을 하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친구가 저에게 러닝할 땐 '습습후후' 호흡에만 집중하라고 알려줬어요. 목표만 생각하고 달리다가 숨쉬기에 집중했더니 어느새 목표점에 도착했더라고요.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싶었죠.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현재를 살고 있어요. 앞으로도 큰 변화가 있기 전까지 30대 안희연은 그렇게 살아갈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안희연은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위로를 받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이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안희연의 바람과도 같았다.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준다란 직업적인 책임감이 있어요. 그걸 좋은데 쓰고 싶어요. 사람들이 뭔가 내 연기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배우이자 사람이고 싶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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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위 2021.04.1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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