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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㊱] '내가 잘하는 것'을 선택한 최재우 플렉스엠 부사장의 도전


입력 2021.04.10 13:00 수정 2021.04.10 14:3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리코드 프로젝트 7년 만에 다시 부활

작사가 굿초이스로도 활동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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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제작투자팀 Project Leader, 플렉스엠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최재우는 최근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출발시켰다. 바로 이승철의 데뷔 35주년 프로젝트다. 지난해 소녀시대 태연과 컬래버레이션한 '마이 러브'(My love)를 시작으로 지난달 19일 악뮤 찬혁이 프로듀싱한 두번째 싱글 '우린'을 발표했다. 이승철과 뛰어난 음악 실력을 가진 후배 가수들의 만남 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10월부터 진행된 것으로 관계자들이 심혈을 기울인 끝에 세상에 공개됐다.


"다른 가수들의 기념 앨범들을 분석해보니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만 축하하는 것에 그치고, 음원들의 성적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전성기 때와 지금의 목소리가 변해서거나, 고수하는 음악 스타일이 유행이 지났거나 등 이유도 여러가지 였고요. 하지만 이승철 선배는 아직도 목소리와 가창력이 다른 후배 가수들과 비교해도 여전히 뛰어나요. 또 젊은 친구들과 공감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시고요. 그래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곡과 후배 가수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이 나오게 된겁니다."


태연과 찬혁 뿐 아니라 노을,, 임한별, 한승윤 악뮤 수현, 권진아, 김나영, 박혜원, 송하예가 각각 다른 느낌으로 이승철의 '우린'을 커버해 음원 발표날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이들은 공식 발표 전 자신들의 소속사 SNS를 통해 각기 다른 구간을 티저로 만들어 마치 착각을 줄 수 있는 듯한 마케팅 전략을 썼다. 이는 이승철 35주년 앨범 프로젝트 중 하나인 '페이크 티저'였다.


"먼저 태연, 찬혁을 비롯해 이번 앨범 기획에 참여해준 아티스트들께 너무 감사해요. 이승철 선배의 곡을 커버하며 마치 자신의 앨범을 준비하는 것처럼 열과 성을 다해줬고, 각자 소속사를 통해 티저를 공개해줬어요. 이 루트가 해당 아티스트의 팬까지 이승철 선배의 신곡에 관심으로 이어졌고요. 티저 나왔을 때 이승철 선배의 곡 커버인지 모르고 '우리 가수가 이런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니', '노래 언제 나오냐' 등의 반응이 많더라고요. 이게 저희가 의도한 반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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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 아니면 남들이 하지 않은 본인만 할 수 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음반 기획을 한다. 2009년 드라마 '나쁜 남자' OST 제작 총괄을 맡으며 가요 시장에 발을 들인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신념이다. 이런 신념을 토대로 만든 음반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리코드 프로젝트(re;code Project)다.


그가 처음으로 기획한 리코드 프로젝트는 2012년 컬래버레이션 붐을 일으켰다. 특히 씨스타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던 소유와 인디 가수였던 긱스가 함게 부른 '오피셜리 미씽 유, 투'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긱스는 인지도를, 소유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컬래버레이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후 인피니트 남우현과 심규선의 '선인장', 데이브레이크와 써니힐의 '들었다 놨다'(Love Actually) 등 발매된 앨범들이 연속 히트하며 인디아티스트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호평을 받았었다. 2014년 에일리와 투엘슨의 '아임 인 러브'(I'm IN love)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리코드 프로젝트는 지난 3월 다시 부활했다. 바톤을 이어 받은 여섯 번째 주자 노을은 정동원의 곡 '오늘도 그대만'을 재해석했다.


"스윗소로우가 진행하는 보이는 라디오에서 아이유가 에피톤 프로젝트의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를 부른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때 에피톤 프로젝트란 가수를 처음 알게됐어요. 아이유 때문에 에피톤 프로젝트의 팬이 된거죠. 그런 날 보며 숨겨진 좋은 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는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으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한 건 아니지만 붐을 일으켰단 평가도 듣고 다섯 곡 중 세 곡이 음원 성적 1등을 하는 성적도 얻었죠. 이후에 2017년 다이나믹 듀오와 엑소 첸의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했는데, 당시 멜론뮤직어워드와 마마에서 베스트 컬래버레이션 상을 수상해 뿌듯했어요. 다시 부활한 리코드 프로젝트를 화려한 라인업으로 준비했으니 기대해주세요."


2016년 '프로듀스101' 시즌1에서 아쉽게 탈락한 멤버들을 모아 결성한 아이비아이(IBI) 프로젝트 역시 최재우 부사장이 기획했다.


"당시 반응이 좋았어요. '몰래 몰래'란 곡이 당시 멜론 차트 7위까지 올랐었죠. 일회성 기획이라는 점이 아쉬웠어요. 단 한 번 밖에 활동할 수 없었죠. 이후에 아이비아이를 벤치마킹한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파생된 그룹 JBJ가 나왔죠. 항상 남들이 안한걸 찾으려고 해요."


이 일을 하면서 속상했던 적도 있었다. 지난해 김나영이 사재기 의혹을 받을 때 옆에서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최 부사장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내가 직접 아티스트를 개발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 김세진 대표와 공동제작해서 김나영의 곡을 함께 프로듀싱했어요. 당시 네 번째 앨범 '어땠을까'는 음원차트에서 1등도 했죠. 김나영이 부른 '홀로'란 곡은 이미 유명했었고 드라마 OST에도 많이 참여했던 상태였어요. 가수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고 사재기 의혹을 받는 현실이 속상했죠. 올해 초에 당시 속상해서 썼던 글이 페이스북에 다시 떴더라고요. 그 때 제가 '우리는 1등 가수를 만드는게 아니고 1등을 할 수 있는 가수를 찾은 것 뿐이다'라고 쓴 걸 캡쳐해서 나영이에게 보내줬어요. 당시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었죠. 이럴 때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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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사장은 굿초이스란 이름으로 작사가로도 활동 중이다. 펀치의 '헤어지는 중' 로꼬,유주 '우연히 봄', 효린 '안녕', 김나영 '그대는 어디에', 태연 '사랑 그 한마디', 소유,브라더수 '모르나봐', 수지 '왜 이럴까', 규현 '우리가 사랑한 시간' 등 100곡이 넘는다.


"음반 기획을 하고 프로듀싱을 하다보니, 가사가 드라마에 맞지 않는다든지, 상황적으로 쓰면 안되는 단어가 있다든지, 마케팅적으로 필요해 가사를 바꿔야 한다든지의 작업들이 빈번했어요. 실질적으로 작사에 참여하고는 있었지만 이름은 올리진 않았던 거죠. 주변에서 그걸 보고 직접 작사를 해보는게 어떻겠냐 권유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는 플렉스엠 부사장일 때와 굿초이스일 때 정체성을 다르게 가져가려 한다.선택 결정권을 가진 제작자로 참여하는 곡에는 작사를 하지 않는다.


"OST는 드라마 연출과 작가, 음악감독이 곡을 선택하기 때문에 참여는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제작하는 앨범에는 가사를 쓰지 않아요."


드라마 OST 작사 경험이 많은 그는, 작사 지망생들을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건넸다.


"아이돌, 싱어송라이터들의 곡과는 차이가 있어요. 드라마는 이미 테마가 정해져 있거든요. 그걸 맞춰가야 하는 작업이라 일반 작사와는 조금 다를 수 있어요. 또 드라마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공감할 수 있어야하고, 드라마 팬들이 들었을 땐 몰입도를 줄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해요. 감성과 스토리 모두 중요하거든요. 또 이 노래가 어떤 장면에 쓰일지,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음반 제작, 마케팅에 관심있어하는 이들을 위해 조언과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요즘 음반 기획이 하고 싶어 입사했지만, 처음부터 기획 일만 참여하려는 친구들이 많아졌어요.다른 일을 시키면 왜 이 일을 시키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모르죠. 워라벨도 중요하고 행복, 만족감도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만족도와 행복함을 일에서는 찾지 않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조금 안타까워요. 비단 우리 업계만의 일은 아닐겁니다. 큰 일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흔히 '나 저거 생각했는데'라고 말하곤 하잖아요. 저도 물론 그랬고요. 그러면 전 실천은 했는지, 최소한의 노력은 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그걸 실천할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이 없으면 그건 기획이 아닙니다. 전 기획이란 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숙제를 스스로에게 내는거라고 생각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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