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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허와 실 ②] 지자체-경찰 벌써부터 '불협화음' 왜?


입력 2021.04.10 05:00 수정 2021.04.10 12:18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조례안 마련 과정서 갈등 잇따라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규정 놓고 첨예한 대립, '정치적 사안'이 위원회 구성에 영향

지방토호세력-자치경찰 유착 가능성…"유력인사 연루된 사건, 축소·은폐 할수도"

"무엇이 득인지 실질적 검증을 거치지 못한 제도 도입은 결국 국민들만 피해"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는 '자치경찰제'가 오는 7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지역 특성에 맞는 주민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확보해 지역의 치안 역량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찰과 지자체의 갈등 격화, 지방토호세력과 자치경찰의 유착 위험성, 경찰권 분산 효과 미비 등을 지적하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일부 광역자치단체와 지방경찰청은 자치경찰위원회를 꾸리고 법규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경찰청은 자치경찰의 사무 범위와 관련해 표준 조례안을 내놨지만, 지방의회는 자치권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내놓은 표준 조례안은 "자치경찰 사무의 구체적 사항 및 범위와 관련해 광역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충북 등 일부 지역은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낮추려 했다.


경찰은 지자체가 강제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자치경찰 사무를 광역단체장이 시·도청장과 협의 없이 임의로 정하면 지자체 업무를 자치경찰이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임의규정으로 수정하려던 인천 시의회는 경찰 측이 강하게 반발하자 원안을 의결했고, 전남도의회는 논란 끝에 심의를 보류했다. 충북경찰청 산하 경찰서 직협은 지난 달부터 임의규정 도입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 자치경찰단 자료 사진 ⓒ제주자치경찰단 제주 자치경찰단 자료 사진 ⓒ제주자치경찰단

자치경찰의 '컨트롤타워'인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잡음이 나온다. 자치경찰위원회는 해당 시·도 경찰청창 지휘감독권, 담당 공무원 임용권, 사무 목표 수립 및 평가, 예산·인력·정책 등의 심의·의결권, 규칙 제정·개정·폐지권, 치안 행정에 대한 협의·조정권 등을 가진다.


이와 관련해 충남도 초대 자치경찰위원장에 임명됐던 A씨는 최근 경찰관 폭언 논란이 일어 닷새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A씨는 지난 2일 천안 동남구 청수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과 자치경찰제와 관련된 대화를 하다 언성을 높였고, 종이컵을 던지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이 같은 갈등이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A씨는 충남도지사와 나름대로 관계가 있고, 위원장이라는 지위도 있어 현장에 갔지만 홀대를 받았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경찰관들은 사실상 지방공무원 일을 하지만 소속은 중앙공무원이고 지방공무원이 되길 바라지도 않는다. 옷이 안 맞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인천에서는 지역 시민단체가 자치경찰위원으로 추천된 B씨가 2009년 용산참사 당시 현장진압 작전을 총괄하며 과잉 진압했다는 이유로 임명을 거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찰행정 분야 전문가는 "정치적 사안이 위원회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경찰이 법치주의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정치적 성향에 따르고 지방선거 표심만 살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뉴시스 (자료사진) ⓒ뉴시스

지방토호세력과 자치경찰의 유착 위험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잇따른다.


시·도지사는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상임위원 등의 임명권을 가지며,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시·도 경찰청장 임용을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시·도지사가 인사권을 바탕으로 지역 자치경찰에 정치적 입김을 불어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자치단체 비리 감시 기능 약화 및 자치경찰의 '사병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웅혁 교수는 과거 정권 유력 인사가 연루된 '박원순 성추행 사건', '드루킹 사건'에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 논란이 잇따랐던 부분을 지적한 뒤 "기존 국가경찰체제에서도 유력인사와 경찰의 유착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며 "경찰과 지자체장이 유착하면 그 지역에서 정치적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자치경찰제의 또 다른 주요 목표인 '경찰권 분산 및 통제'도 실질적으론 달성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준영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만 구분될 뿐,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자치경찰 사무는 있는데 자치경찰은 없는 것"이라며 "자치경찰의 조직과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데 경찰권 분산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맞춤형 치안을 제공한다는 본래 취지는 망각하고 검찰·경찰 권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목적만으로 급하게 설계가 이뤄졌다. 앞으로도 제도를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이 득인지 실질적 검증을 거치지 못한 제도 도입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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