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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란 자초한 금감원 '라임 제재심'…"중징계로 면피" 지적


입력 2021.04.09 01:35 수정 2021.04.09 01:4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손태승 회장에도 중징계…금융권 '소송전 후폭풍' 불가피

"우리도 피해자" 금융사 호소 무시…'징벌 만능주의' 비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데일리안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데일리안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잇따라 '중징계'를 결정을 내리면서 금융사들과의 대대적인 소송전을 예고했다. 향후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해당 CEO들이 옷을 벗어야 하는 만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법정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제재 수위가 그대로 확정되면 손 회장은 향후 3년 이상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사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금융권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선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는 것은 가능하지만 향후 거취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동안 펀드사태로 제재 대상에 오른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CEO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한데다 과도한 책임전가라며 반발해왔다.


이미 지난해 금감원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도 내부통제 부실을 문제 삼아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고, 두 CEO는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선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부실 관리‧감독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금감원이 책임의 화살을 CEO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 입장에선 펀드사태를 둘러싼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금융사에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만큼 손쉬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CEO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금감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며 "잘못이 있으면 제재를 달게 받겠지만, 시비를 가려보지도 않고 서둘러 책임을 판매사에 지우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금융사들 사이에선 금감원이 "우리도 피해자"라는 하소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징계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선 당국과 금융사 간 소송전에 돌입하면 결국 금융 신뢰도를 까먹는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시장에서 영(令)이 서지 않는 상황과 부딪히게 되고, 소송을 제기한 금융사 역시 '수퍼갑'과 법정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당장 금융사들은 금감원과 법정다툼으로 각을 세우기 보단 펀드사태 피해자와 사적 화해를 통해 선보상을 진행하는 등 제재 수위를 낮추는 방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기관 제재에 관한 시행세칙'을 개정하며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 회복 노력 여부"를 제재시 감경 사유에 포함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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