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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양극화와 부패를 비판하는 영화, ‘화이트 타이거’


입력 2021.04.08 13:00 수정 2021.04.08 10:11        데스크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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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다. 14억명 이상의 인구와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가진 중국이 사회주의 통제를 통해 국가를 관리해 오고 있다면, 13억명의 인구와 역시 많은 종교를 가진 인도는 오래전부터 카스트제도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면서 사회질서를 유지해 왔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은 암묵적으로 이러한 카스트제도에 대한 규율을 지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았지만 최근 계급에 대한 불합리성과 문제점을 꼬집는 인도영화가 나왔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의 ‘기생충’이라 불리며 93회 아카데미시상식 각색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2008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아라빈드 아디가의 소설 ‘화이트 타이거’가 원작이다.


하층 계급 출신의 발람(아다시고라부 분)은 총명한 성격으로 화이트 타이거라는 별명을 얻지만, 무지한 가족들에 의해 교육도 받지 못하고 하층계급 빈민의 삶을 산다. 그러던 중 발람은 머리를 써서 상류층 가정의 운전기사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를 아쇽(라지쿠마르 야다브 분)과 핑키(프리앙카 초프라 분) 부부를 통해 깨닫게 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계급을 깨고 운명의 창조자로 거듭난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지나치게 불평등한 사회를 비판한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1947년 공식적으로 폐지됐지만, 여전히 계급에 의해서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 하층 계급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 가난까지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발람 가족과 같은 하층계급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은 점점 심해질 뿐인 반면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지키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건네며 탈세를 일삼는다. 발람은 상류층의 생활을 보며 인도를 돈이 있는 자와 가난한 자 두 계급만이 존재하는 불평등한 사회라고 정의한다. 영화는 인도의 양극화 문제가 단순히 자본의 문제만이 아니라 카스트라는 특수한 계층제도에 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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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치인과 관료들의 부정부패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여성 정치인은 서민층에서 신화로 존재하며 극빈층에서 표를 받아 당선되는데, 뒤에서는 사업가들로부터 당당하게 뇌물을 요구하며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많은 정치인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데 결국,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구조가 정치인과 관료들로부터 나오며 인도의 신분제도만큼이나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들춰낸다. 영화에서는 카스트제도 하에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범죄자가 되거나 정치인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유의지에 대한 중요성과 인간의 양면성도 지적한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카스트 제도의 불합리성을 타파하기보다는 습관처럼 받아들인다. 발람 역시 처음에는 운전기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소명이라 생각했지만 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주체의식과 자유의지를 빼앗는다는 것을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주인 야속 부부를 통해 깨닫고 운전하던 하인의 삶에서 사업가로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또한 미국에서 교육받고 생활한 야쇽 부부는 유일하게 인도 카스트제도에 부당함을 느끼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듯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위치보다 낮은 사람을 업신여긴다. 발람 역시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저마다 차별과 편견을 품고 사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서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어느 정도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너무 커지면 문제가 된다. 최근 우리도 부동산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나친 불평등은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국민들의 정부개입을 선호하게 만든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통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극화와 정치인과 관료들의 부패를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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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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