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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大위기③] 탄소중립도 원전수출도 '안갯속'…"소형원전 처방전"


입력 2021.04.02 16:43 수정 2021.04.02 18:21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한국원자력연구원 김긍구 박사 인터뷰

소형원자로에 매진한 27년 스마트 외길

"신재생+소형원전=탄소 중립 완벽구현"

"스마트로 해외 소형원전시장 공략해야"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붐'이 일고 있다.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연료비가 들지 않는 데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기후 위기 시대 제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원별 수요에서 14.1%를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가 2040년 20.7%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원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닌다.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이를 '간헐성'이라고 부른다. 전력생산의 불안정성은 신재생에너지의 수많은 장점을 상쇄하는 커다란 아킬레스건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이하 소형원전)를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쓴다면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형원전은 300㎿급 이하 규모로 설계된 원전이다. 태양광·풍력의 가동 여부에 따라 자유롭게 출력 조절을 할 수 있고,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탄소 중립에도 부합한다.


데일리안은 지난달 9일 한국원자력연구원 김긍구 박사를 만나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데일리안은 지난달 9일 한국원자력연구원 김긍구 박사를 만나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 김긍구 박사(사진)는 지난달 9일 데일리안과 만나 "신재생에너지 간헐성은 미래 엄청난 제약이 될 것이지만 소형원전을 병행하면 극복할 수 있다"며 "LNG보다는 소형원전을 재생에너지와 결합시키는 게 가장 이상적인 탄소 중립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그는 순수 국내 기술로 소형원전을 개발해 세계 최초 소형원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스마트(SMART)' 개발자다.


1994년, 원자력연구원의 패기 넘치는 몇몇 연구진들은 "안전성과 기술력을 끌어올린 신형원자로를 개발해보자"는 의지를 모았다. 1년 새 10여 명 남짓 모였다. 이들의 열정을 녹여낸 자체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1997년 정부 지원을 받는 국가R&D사업으로서 스마트 개발사업이 공식 시작됐다.


MIT 박사과정 유학을 마치고 온 김긍구 박사는 1994년 스마트 개발사업에 합류했다. 혼신을 다해 연구에 매진한 결과 2012년 스마트로 세계 최초 소형원전 '표준설계인가'를 받는 기쁨을 누렸다. 2015년부터 스마트개발사업단장을 맡아 스마트 총괄책임자로 역임해왔고 올해 1월 1일 단장직을 내려놨다. 27년간 스마트 연구에만 매달렸으니 스마트원자로가 인생의 전부인 셈이다.


"신재생-소형원전 연계하면 '탄소 중립' 완벽구현"


태양광, 풍력은 발전 시간과 발전하지 않는 시간 발전량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진다. 해가 나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땐 전력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24시간 중 평균 3.6시간 발전한다.


김긍구 박사는 "신재생에너지가 발전할 수 없는 시간에 대비해 하루에도 수십 번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소형원전은 출력 조절이 자유롭고 안전성까지 확보돼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한 유연성 전원으로서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냉각수를 위해 해안가에 설치해야 하는 대형원전과 달리 소형원전은 내륙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김 박사는 "소형원전은 버려야 하는 열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공기 냉각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이유로 사막 등 오지에도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풍력 설비가 분산된 지역 중심마다 소형원전을 투입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부지 제약이 적다보니 기존 송배전망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송배전망 인프라는 전력시장에서 중요한 변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전라도에 태양광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송배전망이 결핍돼 수도권까지 전기를 끌어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긍구 박사는 "신재생에너지가 발전할 수 없는 시간에 대비해 하루에도 수십 번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김긍구 박사는 "신재생에너지가 발전할 수 없는 시간에 대비해 하루에도 수십 번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김긍구 박사는 "화력, 가스를 통틀어 전 세계 발전소의 96.5%가 소형 모델이라 송배전망도 다 소형 용량에 적합하게 깔려 있다"며 "입지 제약이 없는 소형원전을 기존 화력발전소나 가스발전소 자리에 대체시키면 새롭게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LNG 대신 소형원전을 쓰면 이상적인 탄소 중립이 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신재생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LNG를 수급 계획에서 늘리려는 상황"이라면서 "대형원전은 기저부하용으로 계속 가져가고 LNG 대신 소형원전으로 신재생을 메이크업하면 우리가 원하는 탄소 중립을 아주 빠르게 이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원전보다 최대 1000배 안전"
"사람 없어도 중력 원리로 원자로 냉각"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에 따르면 낙뢰에 맞을 확률은 28만분의 1이다. 대형원전 사고확률이 100만분의 1로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원전 사고 확률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훨씬 더 낮은 셈이다.


"한국형 소형원전 스마트는 안전성이 대형원전의 최소 100배, 최대 1000배 뛰어나다." 김 박사는 이같이 설명했다. 스마트 안전성의 핵심은 '피동안전계통'을 접목한 시스템에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운전원이 개입하거나 전력을 공급해야 작동하는 능동안전계통과 달리 자연의 원리인 중력에 의해 물이 유입돼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원리가 피동안전계통 원리의 핵심이다.


2011년 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 원전도 능동안전계통이 적용된 사례였다. 물도 있고 펌프도 있었지만 쓰나미로 펌프 작동에 필요한 전기가 끊기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김긍구 박사는 "스마트는 가만히 내버려 둬도 벨브만 열리면 중력을 통해 자동으로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원자로를 안전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며 "사고 시에도 이러한 원리로 물이 유입될 수 있어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는 '스텝 바이 스텝' 원리를 적용한 설계로 사고 발생 가능성을 확 줄였다. 사고가 날 수 있는 요인들을 설계 단계에서 삭제하고, 그래도 사고가 날 경우 피동안전계통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최악의 경우 핵연료가 녹더라도 컨테인먼트(Containment) 빌딩 안에 방사성물질을 가두는 3단계 원리다.


"수출 경쟁력 갖춘 '스마트'로 원전시장 판로 개척 나서야"


원전 사업은 건설비를 비롯해 초기 투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해외 원전의 경우 원전 1기당 수십억 달러에서 많게는 100억 달러 이상 건설비가 소요된다. 개발도상국 중에는 그 돈을 투자할 만큼 재정 여건을 갖춘 나라가 많지 않다.


김 박사에 따르면 스마트는 모듈화 공법을 통해 건설비용이 10억 달러 안팎으로 적게 들고 제작 기간도 단축시켰다. 대형원전이 콘크리트 타설부터 건설 완료까지 50개월가량 걸리는 데 비해 소형원전은 3년 안쪽으로 건설이 가능하다.


김긍구 박사가 스마트 원자로가 원전 수출에 활로를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김긍구 박사가 스마트 원자로가 원전 수출에 활로를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김긍구 박사는 "스마트 원자로는 건설 기간이 짧고 초기 투자비가 적어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기존 송배전망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어 전력망 인프라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해외 원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적 과제로 남겨진 상황에서 세계 소형원전 시장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65개 회원국이 소형원전 도입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러시아, 영국, 캐나다, 핀란드, 우크라이나 등에서는 이미 소형원전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 역시 정부부처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산하기관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수력원자력이 함께 신형 소형원전 개발을 위한 공동 기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획기적으로 개선된 신형 소형원전을 개발하는데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해외 소형원전 기술력과 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김긍구 박사는 일찍이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스마트로 적극 판로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긍구 박사는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동시에 원전 세일즈도 놓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며 "지금은 스마트사업으로 원전 수출의 초석을 다진 뒤 10년 후에는 더 발전된 소형원전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용어 설명>

▲컨테인먼트: 원자력시설이 사고날 경우 방사성 물질이나 핵분열 생성물이 대기중 또는 다른 환경에 방출되지 않도록 폐쇄하기 위해서 시설의 주요 기기(특히 원자로)를 둘러싸는 기밀의 각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

▲탄소중립: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2050년 탄소 중립'을 발표.

▲원자로: 원자력발전에서 연쇄핵분열반응 결과 순간적으로 방출되는 다량의 질량결손 에너지가 방출되도록 연쇄반응을 제어해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장치.

▲핵연료: 원자 연료라고도 불리며 원자력발전소에서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하여 연료로 사용되는 물질.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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